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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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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4호 옥송이⁄ 2020.09.15 14:57:04

사진 = 픽사베이 


이토록 눈여겨보고 또 고마워했던 적이 없다. 네가 우리 곁에 있는 게 너무 당연해서 소홀히 생각했다. 미안하다, 비누야.

한 번에 최소 30초(질병관리본부 수칙상 그렇다)니까 10번이면 5분, 20번이면 10분이나 된다. 바이러스 척결을 위해 비누를 사용하는 시간 말이다. 늘 욕실 한구석에 있어 별 볼 일 없어 뵈던 이 물체는 코로나 시대에서 그야말로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떠한 손 소독제보다 바이러스를 확실히 없애줄 뿐만 아니라, 향기롭게 세균과 작별할 수 있어서다.

사실 비누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금과 형태는 다르지만, 고대 기록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보편화 된 건 19세기 이후에 이르러서다. 위생에 탁월한 비누 덕분에 각종 질병이 해결됐고, 인류의 수명은 20년이나 늘어났다고 평가받는다.

위생에도 뛰어나지만, 비누는 여러모로 다재다능한 녀석이다. 일단 자연이 덜 아프다.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2018년 기준 3.59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되며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에 불과하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약 60%가 플라스틱이다. 그러나 비누는 플라스틱 용기나 포장재가 필요 없어,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요즘은 비누도 용도에 따라 세안, 샴푸, 린스, 샤워용부터 설거지용 등 다양하다. 기존 액체 제품 대신 비누를 사용하면 환경과 인체에 모두 긍정적이다. 천연 비누의 경우, 인체와 환경에 유해할 우려가 있는 미세플라스틱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계면 활성제, 화학 방부제도 물론 사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적이다. 비누 한 알은 무려 액체 샴푸 500㎖에 달한다.

불현듯이 비누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여러모로 빠지는 게 없는 데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끌렸다. 최근 [기업&환경] 시리즈를 통해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현대백화점·롯데마트·CJ제일제당·동원F&B 등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포장재를 친환경 재질로 전환하는 사례를 다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통감했다. 단기간에 친환경 선택지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도 깨어있는 의식을 점차 발휘해야 할 때다. 그래서 나부터 친환경 소비를 위해 비누 사용을 늘려보기로 했다. 일단 당장 필요한 샴푸를 대체할 ‘샴푸 비누’부터 검색했다. 의외로 국내 제품이 다양했다. 마니아층도 꽤 두터워 보였다. 후기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성분이나 세정력도 좋지만, 경제적이고 무엇보다 환경을 위해 구매한다는 식이었다.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어 보였다. “너 비누로 감으면 머리 뻣뻣해진다”는 친구의 걱정을 뒤로하고, 두피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과감하게 구매했다. 아직 사용 전이지만, 벌써 마음은 뿌듯하다. 왠지 세정도 더 잘 될 것이란 기대가 든다. 환경도, 마음도 비누 하나로 방역이 되는 것만 같다. 비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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