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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차내는 사무실, 호텔, 상점으로 ‘무한변신’

현대車×LG, “거실보다 쾌적한 차내” 미래차 비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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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5호 윤지원⁄ 2020.10.08 09:45:55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협업하여 공개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의 소개 영상. 탑승자가 천정에 설치된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WIRED)


자동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스마트 기술 등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조만간 도래할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자동차는 단순히 운전, 이동, 운송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실내 공간의 목적과 용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환경에서 자동차 실내 공간의 활용에 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로 인간이 ‘운전’에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다가오면서, 자동차 내부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고, 또한 개인이 소유하는 자동차 외에도 커뮤니티 내에서의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것이 단순한 ‘이동’을 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LG전자, 첫 미래차 콜라보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24일, 전기차를 통해 새로운 개인 맞춤형 고객 경험 방향성을 제시하는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IONIQ Concept Cabin)을 공개했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협업하여 공동 개발했다. 현대차가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전기차에 적용될 차량 인테리어 모델을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협업하여 개발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의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


자동차 업계는 이 콘셉트 모델이 현대차 뿐 아니라 삼성,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미래차 드림팀’의 첫 성과물이라고 보고 있으며, 국내 재계가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스케이트보드’(Skateboard)라고 명명한 실내 공간을 기반으로 LG전자가 개발하여 모듈화한 슈즈케어기, 의류케어기, 소형 냉장고, 커피머신 등의 일상 가전제품을 고객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탑재할 수 있고, 천정에는 역시 LG전자가 개발한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설치, 어떤 자세에나 편안한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또 바 형태의 진공청소기 ‘플로어봇’이 평소 좌석 아래 숨겨져 있다가 고객 하차 후, 또는 필요시에 작동하여 바닥 먼지를 흡입하고, 천정에는 실내를 살균하는 ‘UV LED 조명’을 설치해 자동으로 실내를 쾌적하고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사용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룸에 해당하는 공간이 불필요하거나 매우 작아서 더 넓은 실내 공간을 뽑아낼 수 있다. 또한,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넓게 깔 수 있어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처럼 평평한 플로어를 구현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이 짧아지고 배터리 용량도 더욱 커진 차세대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VIP를 모실 때나 쓰는 초호화 리무진이 아닌데도 LG전자의 각종 첨단 생활 가전을 장착하여 집 못지않은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는 것도 LG화학의 앞서가는 배터리 기술과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구성하는 첨단 생활 가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좌석 하단에 서랍식으로 장착된 슈즈케어기, 천정에 장착되는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바닥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플로어봇, 모듈 형태로 제작되어 원하는 대로 탈착이 가능한 차량용 냉장고. (사진 = 현대자동차, WIRED)


집보다 편하고 쾌적한 차 안
필요에 따라 오피스·영화관·DJ룸으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의 구성을 보면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의 내부 공간에 관해 가진 비전의 특징이 드러난다.

우선, 냉장고와 커피머신,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은 2인용 좌석에 불과한 작은 차내 공간이 아니라 가정집 리빙 룸에 어울리는 제품들이다. 그리고 슈즈케어기와 의류케어기는 외출해서 볼일을 보고 난 뒤 귀가했을 때 사용하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이 모두가 최첨단 가전제품들이다.

먼지와 흙이 묻은 외투와 신발을 벗어 케어기에 넣고, 편안히 앉아 커피를 내리거나 찬 음료를 꺼내 마시면서 어제 보던 드라마를 이어 본다. 이건 외출이 아니라 귀가를 묘사하는 행위다. 지금까지 자동차를 ‘외출’에 사용하는 수단으로 여겨 온 것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타는’ 곳이 아니라 ‘들어가는’ 곳이다. 차에 타는 것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밖에 나가 이동하는 ‘일’이 아니라 집에 돌아와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휴식’이 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통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실내 공간을 강조한 신형 투싼 TV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자동차 실내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현대차의 고민은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물인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 외에 시판 중인 차량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차가 지난 9월 15일 공개한 신형 투싼의 첫 TV 캠페인은 자동차 실내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쓰임을 가질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형 투싼은 3세대 플랫폼으로 넓어진 공간과 함께 쾌적한 감성 공조 시스템 및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사양 등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는 신형 투싼의 실내를 영화관, 만화방, 오피스, 요가룸, DJ룸 등의 테마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완전 자율주행차, 운전 말고 뭐 하지?

기존 자동차 실내 설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고, 안전 운전에 필요한 조작이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운전 행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5단계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 원칙은 무의미해진다. 앞으로의 자동차 실내 설계의 원칙은 운전에 구속되지 않는 탑승객이 이동 중에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욕구를 파악하는 것에 달렸다.

이는 자동차 실내구조의 개념 자체에 일어나는 큰 변화다. 그리고 지금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우선 전방 시야를 확보할 필요성이 현저히 적다. 유리창은 굳이 밖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운전석이 전방을 등지도록 180도 회전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위에 현대차의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서 설명한 것처럼 바닥도 대체로 평평할테니, 직사각형에 가까운 작은 방을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꾸미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에 따라 자동차 실내 공간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볼보의 360C 콘셉트의 실내. 운전석이 180도 회전하여 뒷좌석 승객과 마주볼 수 있는 구조다. (사진 = volvocar.com)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자동차 콘셉트카 F015. 좌석 회전으로 승객들이 마주보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으며 차체 내부면에 디스플레이 기능을 넣었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360C나 메르세데스-벤츠 F015 등등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제시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는 대개 이처럼 앞뒤 좌석이 마주 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와는 현저히 다르지만 이들 미래차만 비교해보면 레이아웃은 대체로 비슷하다. 디자인 미학과 다양한 옵션의 디테일 정도만 차이를 보인다.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마주 보는 구조는 응접실이나 오피스 등의 용도로 변신이 가능하다.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만큼 안락한 리클라이너 좌석이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된 것처럼, 미래 자율주행차는 작은 호텔방으로 꾸며질 수도 있다.

승객이 이동 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달렸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운전 대신 하고 싶은 활동으로 ‘주변 경치 감상’(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동승자와의 대화(41%), 수면(37%), 동영상 시청(32%), 간단한 취식(29%) 순서로 많은 답변이 나왔고, 그밖에 인터넷 검색, 업무, 학업, 게임, 채팅 등 다양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의 스마트 시티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이팔레트' 개념도. 대중교통, 음식배달, 물류 등 다양한 용도의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도시를 누비고 다닌다. (사진 = 토요타)
호출하면 내게 오는 자율주행 무인 편의점 '모비 마트'. (사진 = 휠리스 홈페이지)


스마트시티 내 자율주행 모듈 활용

완전 자율주행 차는 운전 장치가 필요 없고, 앞뒤 구분도 필요 없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직사각형의 방이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는 이동수단 이상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가진다. 특히 지금의 대도시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거대해질 스마트 시티에서 이 자율주행 ‘방’들은 이동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의 스마트 모빌리티 모듈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토요타는 지난 2018년 CES2018에서 ‘이팔레트’(e-Pallette)를 소개하면서, 완성차 제조업체의 정체성을 버리고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모듈이 출퇴근용 대중교통수단, 도심 택배 수단,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이동식 무인 점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토요타의 도심형 공유 모빌리티는 지난해와 올해 1인용 자율주행 모듈 ‘e-포미(4me)’를 선보이기도 했다. 갤러리나 노래방, 개인용 드레스룸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휠리스’(Wheelys)는 지난 2017년 중국 허페이 대학교, 리테일 전문기업 ‘히말라피’(Himalafy)와의 협업을 통해 호출형 자율주행 24시간 무인 편의점 ‘휠리스 모비 마트’ 콘셉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부르면 무인편의점이 스스로 사용자를 찾아오며, 출입부터 결제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또한, 지붕에는 4대의 드론이 장착되어 근처로 배달을 다니기도 하고, 다른 모비 마트나 물류차량과 재고 현황을 공유하며 필요한 물품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또 ‘디자인스튜디오 아티펙트’는 검진이나 간단한 치료 설비를 갖춘 무인 자율주행 의료 서비스 플랫폼 ‘에임’(Aim)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 소개 영상.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앞창은 스크린으로…내 감정에 맞춰 바뀌는 실내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갖추고, 다양한 기술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의 미국 CES 2020에서 역동적인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그리고 이들을 중계하는 환승 거점인 허브(Hub)로 구성된다.

자율주행 공유 모빌리티 업체 우버(UBER)와 협업하고 있는 UAM은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며, PBV는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이동 솔루션이다.

또,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도심형 공유 모빌리티를 표방한 콘셉트카 ‘엠비전’(M Vision)을 개발해 지난해 CES 2019에서 공개했고, 올해 CES 2020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엠비전 S’를 소개했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도심형 모빌리티 콘셉트카 '엠비전'의 유리창은 자율주행 중에 투명도가 사라지고 연결된 대형 디스플레이로 전환된다. (사진 = 현대모비스)


엠비전의 특징은 차량의 전면 윈드실드를 포함한 유리들이 자율주행 중에는 모두 연결된 대형 인포테인먼트 화면으로 전환되고, 수동운전을 원할 때는 다시 투명해진다는 점이다.

또, 엠비전은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를 직접 손으로 조작하기 위해 조작부나 터치스크린에 다가갈 필요 없이 허공에 손짓만 하면 동작을 인식해 기능이 작동하는 가상공간 터치 기술을 적용했다.

그밖에도 자동차 공간의 활용도만큼이나 그 공간에서 느끼는 감성에 집중하는 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자율주행 보편화 이후의 시대상으로 ‘감성 주행’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자동차가 다양한 센서로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로 감정 상태를 판단해 그에 맞춰 실내 환경을 최적화하는 ‘R.E.A.D. 시스템’(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을 CES 2019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IT 기업들은 미래 자동차의 실내 공간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는 당장의 양산차에도 적용되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며, 어느새 완전히 달라진 미래의 자동차 공간 안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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