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6호 이동근⁄ 2020.10.26 09:38:40
삼성전자 ‘엑시노스’가 미국-중국 간 대립이 격화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측에서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상황이 공개되고 있지 않는데다, 한때는 개발 중단 설까지 흘러나왔지만, 최근 엑시노스 10 시리즈의 중급형 ‘엑시노스 1080’가 중국에 수출을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퀄컴 ‘스냅드래곤’의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유일한 스냅드래곤 경쟁자 평가 받던 ‘엑시노스’
엑시노스는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다. PC 등에 들어가는 CPU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AP 특성상 System-on-Chip(SoC, 시스템의 대부분의 기능을 처리하는 개념, 최근에는 메모리와 모뎀 등을 제외했더라도 SoC로 인정한다)으로 설계돼 있어 스마트폰 성능을 결정짓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전세계 모바일 AP는 퀄컴 ‘스냅드래곤’의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 모뎀의 최중요 기술 중 하나인 코드 분할 다중 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사가 제조하는 데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해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퀄컴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AP로 꼽히는 것이 엑시노스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애플이 자체 개발한 AP가 들어가는 아이폰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냅드래곤이 1위, 엑시노스가 3위였다. 2위인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형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고가형에도 들어가는 엑시노스를 스냅드래곤의 유일한 경쟁자로 업계에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4위인 화웨이의 하이실리콘도 화웨이 내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AP로 경쟁을 논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고사양·고가형으로 분류되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의 경우 LTE-A 지원 기능이 필요했던 갤럭시노트3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모델에 내수용은 대부분 엑시노스, 수출용은 대부분 스냅드래곤을 사용했으며,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노트5 전 모델은 엑시노스를 채용했다. 애플도 초기에는 3GS, 아이팟터치 3세대 등에서 엑시노스를 사용했다.
‘몽구스 코어’ 포기 … 한때 ‘엑시노스 포기설’ 돌아
다만 엑시노스의 경우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내수에만 엑시노스가 들어간 기종의 경우 일부 사용자들이 ‘내수 차별’이라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엑시노스는 CPU 성능만 따지면 나쁘지 않았지만, 내장된 말리 GPU의 그래픽 성능이 스냅드래곤의 아드레노에 떨어져 성능을 중시하는 유저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 엑시노스 990을 마지막으로 삼성에서 ARM 의존도를 낮추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던 몽구스 코어를 버리면서 몽구스 팀 인원을 대부분 해고 조치했고, 990이 삼성에서 자체 개발로 만든 마지막 CPU가 적용된 AP가 되면서,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포기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참고로 ARM이란, 영국 ARM Holdings가 개발한 저전력 모바일 AP의 CPU 역할을 하는 칩과 관련 명령어를 뜻한다. ARM은 제품 제조는 하지 않고 개발만 하는 팹리스 업체다.
스냅드래곤875 넘는다는 엑시노스1080, 中 스마트폰 공급 확정
하지만 엑시노스 시리즈는 그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 중국에서 차기작 소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기 고급 기종인 갤럭시 S21에 탑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고급형 ‘엑시노스2100’의 경우 퀄컴의 최신 AP인 스냅드래곤875와 경쟁 가능하며 그래픽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반면, 가격은 훨씬 저렴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급형인 ‘엑시노스1080’의 성능을 평가한 안투투 벤치마크 결과로 추정되는 내용이 온라인에 유출되기도 했다. 유출 내용에 따르면 이 AP는 Cortex-A78 코어 4개와 Cortex-A55 코어 4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벤치마크 점수는 69만 3600점으로 스냅드래곤 865+ 프로세서가 탑재된 갤럭시노트20 울트라 5G 성능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연구소 판슈에 바오 상무는 지난 10월 7일,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빅4로 꼽히는 비보 행사에 참석, 비보 신제품이 엑시노스1080을 사용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최신 5나노 공정을 사용한 엑시노스1080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보다 높은 성능 점수(웨이보를 통해 65만 점이라고 밝혔다)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외신에 따르면 엑시노스1080은 보급형인 차기 갤럭시A 시리즈에 실릴 예정이다. 엑시노스1080은 보급형으로 분류되는 CPU다. 최신 5나노(㎚, 10억 분의 1m) 공정을 사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는데, CPU는 나노수가 낮을수록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스냅드래곤865와 스냅드래곤865+는 7나노 공정이 사용됐다.
판슈에바오 상무의 주장대로라면 보급형인 엑시노스1080이 스냅드래곤 최신형의 성능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고급형인 엑시노스2100은 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스냅드래곤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이같은 기대에 힘을 보태는 정보는 삼성이 CPU와 GPU에 ARM의 코어텍스 설계도를 그대로 쓰는 ‘레퍼런스 칩’ 전략을 사용했다는 소문이다. 즉 자체 설계를 버리고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서 성능을 끌어 올렸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휘청이는 틈 타고 점유율 높일 것” 전망도
엑시노스가 소문대로의 성능을 갖춘 채로 출시된다면 시장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엑시노스가 시장에서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퀄컴이 스냅드래곤 875와 5G 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제조사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에 엑시노스가 기대만큼의 성능만 낸다면 채택할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5G 통신망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의 대거 교체기가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모바일AP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라 엑시노스는 스냅드래곤을 뛰어넘을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인 화웨이가 휘청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엑시노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했고, 올해 9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아예 조달할 수 없도록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자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시장에 정상적으로 출시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빅4 중 나머지 샤오미와 비보, 오포가 화웨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물량전 준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스냅드래곤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나온다면 시장 점유율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물건이 시장에 출시돼 봐야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어느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며 “4G(LTE)에서 5G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시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화웨이가 힘들어 한다는 점 등은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혹여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ARM을 채택한 만큼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 퀄컴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되기만 해도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