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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통사 플래그십 매장, 어울리는 기술 체험 콘텐츠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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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0.11.06 15:09:57

지난달 말 홍대앞에 문을 연 SK텔레콤 'T팩토리'에 마련된 마이크로소프트 협업 서비스 '5GX 클라우드 게임' 체험 존. (사진 = 윤지원 기자)


최근 기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각각 선보인 플래그십 매장들을 하나씩 체험해봤다,

SK텔레콤의 ‘T팩토리’, KT의 플래그십 매장,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 등은 그 구조와 콘셉트는 각각 다르지만, 5G 서비스의 주력 콘텐츠인 AR, VR 상품, 클라우드 기반 고성능 게임,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첨단 ICT 기술들을 직접 ‘체험’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 관련 이벤트나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에게 좀 더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애플 스토어 따라잡기

ICT 분야 대기업이 자기네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를 맘껏 체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을 연 것은 2001년 애플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시기였는데도 과감히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를 한 것이다.

애플은 플래그십 매장들을 각국 대도시 한복판,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들만 골라가면서, 공간 낭비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넓은 곳에 열었다. 세련된 카페나 호텔 로비처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덤이었고, 제품을 진열, 체험 및 판매만 한 것이 아니라 자사 기술 활용에 대한 강연, 문화 행사 같은 이벤트도 열었다.

굳이 사지 않아도 좋으니, 얼마든지 들어와서 맘껏 구경하고, 놀다 가시라, 그러면서 타 브랜드와는 다른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겪어보라, 그럼 결국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라는 의도였다. 즉, 이런 매장은 많은 매출을 내기보다 효과적인 홍보, 그리고 이를 통해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였다.
 

T팩토리 1.5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은 실제 자연 그대로의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애플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 여기엔 플래그십 매장의 역할도 컸다. 이에 다른 브랜드들도 플래그십 매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마이크로소프트도, 테슬라도 자기 브랜드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플래그십 매장들을 세계 각지에 열었다.

이번에 기자가 순회한 국내 이통 3사의 플래그십 매장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T팩토리는 홍대 앞, KT 플래그십 매장은 대학로와 가로수길, 일상비일상의틈은 강남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 상권들에 들어선 것도 그래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 비대면)이 강조되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브랜드 아우라를 극대화한 공간에서 실물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실제로 용도에 맞게 사용해보는 체험은 어지간한 광고문구나 리뷰로 대신할 수 없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1층. (사진 = 윤지원 기자)


각 매장의 특징…LG유플러스는 ‘문화공간’

SK텔레콤의 T팩토리는 웨이브(WAVVE), 11번가, ADT 캡스같은 SK그룹 ICT 패밀리 사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거래하는 글로벌 파워 브랜드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을 총동원했다. 그리고 방문객들이 이들의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을 골고루 누릴 수 있게 했다. ICT 기업의 정체성을 또렷이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위치한 생태계 전체를 보여주는, ICT의 사파리 같은 공간이다.

KT는 올레TV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특히 강조하며, 기가지니와 슈퍼VR, 시즌(Seezn), 5G 스트리밍게임 등 KT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제대로 체험해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체험공간도 개별 부스형, 오픈형, 체험 및 상담형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했고, 공간마다 특색을 다르게 꾸몄다.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주로 굿즈나 데코레이션에만 집중되어 있고, KT의 여러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은 위 두 곳과는 많이 다르다. LG유플러스는 이 건물 6개 층 가운데 4개 층에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LG유플러스의 흔적은 가능한 감췄다. 입점 브랜드는 이미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집들인데, 각각 사진관, 서점, 카페, 갤러리, 꽃집 등으로, ICT 전문 브랜드조차 없다.

핫플레이스 유명세로 방문객을 스스로 찾아오게 하고, LG유플러스는 그들이 이 브랜드들을 즐기는 걸 보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슬쩍 내비치는 정도다. 자사 브랜드나 기술 홍보보다, MZ세대와의 스킨십 확장 자체에 집중하기 위한 공간이다. LG유플러스 측에서도 이곳을 플래그십 ‘매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부른다.
 

T팩토리 내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이용하는 경품 뽑기 게임 '자이언트 픽'. (사진 = 윤지원 기자)


체험 콘텐츠는 겨우 1회용?

3사 플래그십 매장의 목적은 소비의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MZ세대와 친해지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이미 오래 전 포화상태에 이른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향후 수년~수십 년 통신비를 새롭게 다달이 보태줄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적에서 젊고 어린 세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3사는 나름대로 ‘MZ세대’에 관한 분석에 들어갔고,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저마다 매장에 적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MZ세대는 새롭게 접하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을 즐기며, 다른 사람의 권유나 지시보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자는 각 매장에서 1~2시간 다양한 체험을 했고, 분명 적당히 즐거웠다. 문제는, 세 매장에서 체험한 콘텐츠 종류는 많았는데, 한 번 더 방문해서 또 체험해보고 싶은 콘텐츠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T팩토리 내의 자이언트 픽과 자이언트 페이스 같은 게임이 그랬다. SK텔레콤이 이들 게임을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룹 계열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AI 표정 분석 기술의 우수성 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재미나 성취감이 없기에 굳이 게임을 매개체로 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MZ세대는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니, 메시지를 게임에 담으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기댄 기획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메시지는 둘째 치고, 이처럼 시시하고 재미없는 게임을 좋아할 사람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옆을 지나던 방문객에게 매장 크루가 한번 해 볼 것을 권하니, 굳이 거절하지 않고 한번 해 보는 체험에 불과하다. 방문객이 매장 측에 호의를 베푼 셈이다.

각 매장은 인테리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매장 구석구석을 화려하거나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셀카와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MZ세대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노골적인 포토존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시각적 장식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ICT 기기나 서비스에 담긴 고도화된 기술을 온전히 체험해보려는 방문객에게는 특별한 어필 요소가 되지 않고, 따라서 기술적 우월함이나 자신감을 알리는 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T팩토리 2층 '0존'의 AR 미러를 체험 중인 사람들 앞으로 자율주행 안내로봇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고도화된 ‘기술’ 제대로 체험할 콘텐츠 아쉬워

무엇보다, 각 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서비스에 담긴 기술의 수준이나 타 브랜드와의 기술적 차별성을 좀 더 꼼꼼히, 전문적으로 체험하며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드문 것은 특히 더 아쉬웠다.

예컨대 이통 3사는 모두 자신들의 5G 가입자들을 위해 AR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 서비스들은 각각 특징도 다르고, 퀄리티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어떤 AR 서비스가 더 실감나는 그래픽 퀄리티와, 더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 비교하고싶은 고객들이 많다. 그러니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이런 AR서비스가 있습니다”만을 어필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AR 서비스가 왜 더 좋은지를 강조할 수 있는 비교 체험 콘텐츠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다.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의 스마트폰을 비교체험하는 공간도, 단지 스마트폰들을 전시하고 ‘자유롭게 써보시라’고 하고 그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성능을 정확하게 비교해보고자 하는 고객들을 위해 암부 디테일·오토포커스·손떨림보정과 같은 다양한 카메라 성능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도록 설정한 피사체를 놓고 각기 다른 카메라로 촬영해볼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최근의 소비자들, 특히 MZ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ICT 관련 정보를 많이 얻는다. 인기 많은 ICT 전문 유튜버 상당수는 글로벌 ICT 기술 트렌드에 정통하고, 미공개 최신 스마트폰의 내부 구조도 쉽게 예측할 정도의 수준 높은 기술 관련 전문 지식을 갖췄다.

‘잇섭’처럼 구독자 150만 명 이상을 거느린 ICT 전문 유튜버들이 존재한다는 건, 현대사회의 적지 않은 소비자가 ICT 서비스나 상품을 대할 때 상당히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의 기술적 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팩토리 내 마련된 미디어 라이브러리에서 V컬러링 서비스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단말기. (사진 = 윤지원 기자)


‘적극적 소비자’ 위한 공간은 못 돼

유통업계에서는 트라이슈머, 모디슈머, 프로슈머 등등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가진 적극적인 소비자들의 동향이 매우 중요해졌고, 이는 오래된 트렌드다. 한 끼 먹을 돼지고기를 살 때도 단순히 “삼겹살, 목살 1인분씩 주세요”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베리코나 버크셔나 듀록 같은 돼지의 품종을 구분하고, 웻에이징, 드라이에이징 같은 디테일하고 전문적인 가공법 차이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물며 정육 제품 소비에서도 이 정도인데, 5G, AI, AR/VR, 자율주행, 블록체인 같은 첨단 ICT 기술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시대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면서, 절반은 겨우 눈요깃거리 수준의 콘텐츠만 갖추고, 나머지 절반은 포토존과 쇼핑 코너로 채운 매장을 과연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매장’이라고 해도 될까?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지하에서 열리는 반려견 테마의 '나의 이름은' 전시의 일환으로 계단에 마련된 유기견 프로필 사진전. (사진 = 윤지원 기자)


각 이통사 매장 중, 기자가 순수하게 한 번 더 체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일상비일상의틈’에 있는 일부 콘텐츠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그곳 지하에 마련된 반려견 테마 전시회, 그리고 3층의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그리고 5층의 초대형 미디어 감상실이었다.

언급한 콘텐츠 중 어떤 것도 LG유플러스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기자의 머릿속에도 LG유플러스라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염두는 없다. 첫날 시간상 감상하지 못한 시청각 전시물이 궁금해서고,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4K 스크린과 7.2채널 사운드시스템으로 보고 싶어서다.

무리해서 외출하기는 꺼려지는 코로나19 시대에 어느 한 공간을 꼭 다시 방문해야 한다면, 별 재미가 없고 수박 겉 핥기 식의 ICT 기술 체험보다, 차라리 문화 콘텐츠로 힐링하며 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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