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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의선의 E-GMP에 이재용도 웃는다

현대차그룹이 열어젖힌 미래차 산업, 삼성에게도 도약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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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0호 윤지원⁄ 2020.12.11 12:14:35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이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현대차그룹이 E-GMP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23대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전기차 모델들을 위한 통합 모듈형 플랫폼이다.

E-GMP 기반으로 제작되는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500km 이상이고, 5분만 충전해도 100km를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내연기관차의 항속거리와 주유 시간을 상당히 따라잡았다. 주행 성능의 우월함, 친환경적 요인에 더해 이젠 범용성과 편의성 면에서도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인다.

E-GMP처럼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3세대 전기차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두고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등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2021년 초부터 3세대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서 목격한 E-GMP의 등장은 3세대 전기차가 주도할 ‘미래 자동차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했다고 알리는 신호탄처럼 느껴진다. 현대차그룹은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플랫폼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울러, 이 새로운 시대는 올해 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본격적인 활동 무대가 될 것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사업이 사이좋게 함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렇게 열린 ‘미래 자동차 시대’에서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 외에도 특별히 주목받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사진 = 삼성전자 Vimeo 영상 캡처)


미래 자동차 시장, 삼성도 준비한다

삼성은 과거 실패로 돌아간 완성차 사업에서 손을 뗀 지 오래고,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이 분야에 재진출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지만, 자동차 사업에 대한 삼성의 의지는 뚜렷하다.

삼성SDI는 세기말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배터리 연구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200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실적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세계 4위권에 오르며 글로벌 시장 강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 삼성SDI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도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회 충전으로 8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면서 셀 크기는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전고체 배터리 원천 기술에 관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쳐 에너지’에 발표한 바 있다.

2016년에는 권오현 부회장 직속의 전장사업팀을 구성하고 대한민국 재계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한화 약 9조 3천억 원)라는 금액으로 세계 최대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문 글로벌 1위 기업이며 현재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5G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하여 2022년까지 커넥티드카 분야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밖에도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뚜렷한 강점을 지닌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해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직접 몰고 온 현대차 팰리세이드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용과 정의선, “우리 원래 친해요”

삼성의 자동차 시장 공략에 관한 의지는 대중의 눈에도 목격되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여러 차례 공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특히 두 차례 공식 회동의 장소가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과 현대차그룹의 남양기술연구소였기에, 국내 재계의 두 라이벌 기업이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업무용으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탔으나 지난 2018년 제네시스 EQ900으로 갈아타고, 올해 다시 제네시스 G90으로 교체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과의 화해의 제스쳐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얼마 전에는 부친인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례식장에 직접 운전하고 온 차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였던 점도 집중적으로 관심을 모았으며, 역시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관계가 재조명됐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에 국내 최고 재벌가 이 부회장의 실용적인 성격과 검소함이 대변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고정되어있는 매스컴의 수많은 눈을 생각하면, 중요한 자리에 타고 나가는 차량에서 읽히게 될 무언의 메시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사진 = 현대자동차)


완성차 기업, 제조업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화해야


상호 우호적 관계만 이어진다면 삼성의 자동차 사업에 현대차그룹은 더 없이 유리한 파트너다.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만 봐도 현대차그룹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대기업이다.

미래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은 특히 더 높이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량에서 이미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 있으며,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적용되는 3세대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 뛰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ICT 산업 주요 부문에서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의 우호적 관계는 큰 도움이 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의 성격을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한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는 반드시 ICT 산업, 소재 산업 등 타 산업의 주자들과 연합해야만 하며, 대대적인 투자도 필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는 2018년 ICT 대기업인 소프트뱅크와 함께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체인 ‘모넷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모넷에는 두 대기업 외에도 600여 개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타는 미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우버’와도 자율주행 개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고,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파나소닉과 손을 잡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혼다도 소프트뱅크와 힘을 합쳐 미국 GM의 자율주행 사업부인 GM크루즈에 1조 3300억 원을 투자했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BMW, 다임러, 아우디, 보쉬 등은 독일 국책 연구기관 및 16개 기업, 기관과 함께 자율주행차 시험 방법 표준화를 위한 ‘페가수스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CES 2020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달리는 스마트폰’ 누가 제일 잘 할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국내 자율주행 타스(Taas, 서비스로서의 교통) 스타트업인 ‘42닷’(전신은 ‘코드42’), 미국의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로라’, 유럽의 전기 하이퍼카 스타트업 ‘리막’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우버와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 최대이자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아가 삼성이 보유한 전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5G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 우위까지 힘을 보탠다면 현대차그룹은 미지의 영역인 미래차 산업에서 뚜렷한 그림을 수월하게 그려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한 탈 것이 아닌 스마트기기로 빠르게 진화해 나갈 전망이 뚜렷하다. 그러니 자동차에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기술을 심으려는 현대차그룹과, 시장 성장률이 정체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바퀴를 달고 질주하고자 하는 삼성이 손을 굳게 잡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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