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2021.03.30 09:44:08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더갤러리 이번 회는 최근 사진집과 사진전을 선보인 유나얼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 올해 1월 사진집 ‘리액션 투 라이트(Reaction To Light)’를 출간했고 같은 제목으로 갤러리 오트(Aught)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집에는 총 117점의 사진이 실렸고, 전시장에서는 그중 26점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평상시 사진을 즐겨 찍고 인스타그램에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사진의 양이 꽤 많을 것 같다.
매일 핸드폰으로 찍는 게 사진이니 그 수를 정확히 셀 수 없다. 정말 많다. 그중에 내 스타일이 담긴 작품으로서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사진은 어느 정도 뽑은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이 많았지만 약 2년 전 저장된 사진 일부가 지워져 사진집에 실을 수 없었다. 그 사진들은 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참고로 ‘의정부’는 사진집에 실리지 않았지만 마음에 들어서 전시에 넣었다.
-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학생 때부터 찍기 시작했지만, 나만의 감성이 담긴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약 10년 정도 되었다.
- 이번에 소개된 사진 대부분은 핸드폰으로 촬영한 것이다. 카메라를 사용해서 촬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핸드폰으로 촬영하면 화질 등에서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콜라주 작업 등을 할 때 이미지의 선명도에 상당히 민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를 제외하면, 평상시에 찍는 사진의 90%는 핸드폰을 사용한 것이다. 핸드폰은 항상 들고 다니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의 사진은 화질보다 감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고의 화질로 찍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감성적인 부분이 나와 잘 맞으면 사진을 찍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가장 최선의 상태로 완성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미지가 깨지지 않는 적정한 크기로 인화하다 보니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크지 않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의식적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했다.
- 사진집과 달리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아래가 비어 있다.
사진집의 경우 디자이너분에게 일임했고,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의 경우에는 내가 결정했다.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사진이 윗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더 나아 보였다. 인화할 수 있는 사진의 크기가 작았는데 아래의 빈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아마 큰 사진이었으면 다른 형식이었을 것이다.
- 사진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구도를 벗어나 있다. 화면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피사체가 흐릿하거나 잘려있다. 몇몇 사진은 추상화 같다. 건물의 모서리처럼 평상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는 작가의 콜라주와 드로잉, 설치와 같은 다른 작업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버려지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유나얼을 대표하는 작업 방식이다.
나는 보통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이 하나의 상징으로서 어떤 본질을 갖는지 등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시각적인 느낌을 충실히 따른다. 순수하게 이미지로만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잘 찍지도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 대상들을 찍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시각적으로나 의미적으로 단순화시키는 작업일 수 있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 본인이 밝혔듯 유나얼의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무엇보다 빛은 작가의 신앙과 관련된다. 인간의 언어로 신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이 빛이다. 또한 미술 작가이기에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려면 빛이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 빛에 대한 부분을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순수하게 이미지에 집중하며 사진을 찍는다. 내가 빛에 반응한다는 것은 사진집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사진들을 반복적으로 훑어보다가 깨달은 부분이다. 빛이 강조되거나, 빛이 평범한 사물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줬을 때의 장면을 내가 찍었던 거다. 그래서 사진집의 제목도 ‘Reaction To Light’로 정했다. 사진집을 완성하고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장에 오는 모든 사람 역시 빛에 반응할 텐데, 물리적인 빛뿐만 아니라 참 빛에도 반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2020년에 열렸던 개인전 ‘Pessimistic Optimists’에서도 말씀 카드를 나눠주었다. 그 이전의 전시들에서도 성경이 발췌된 유인물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한쪽에 전기밥솥을 놓고 그 안에 본인이 직접 제작한 말씀 카드를 넣었다. 성경에 빛이 등장하는 구절이 많을 텐데 특히 4개의 구절을 선택했다. 또 4개의 성경 구절 중 두 개는 영문으로 만들어 말씀 카드는 총 6개였다. 남다른 이유가 있을까?
마태복음 4장 4절을 보면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킹제임스 흠정역)라고 적혀 있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인간은 영혼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영혼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한다. 그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면 된다.
말씀 카드는 빛에 관련된 구절 중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을 고른 것이다. 한글과 영문을 함께 적은 이유는 영문으로 읽었을 때 의미가 더 명확히 전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1장 9절의 ‘그 빛은 참 빛으로 세상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비추느니라’(킹제임스 흠정역)의 ‘참 빛’은 ‘true light’로 읽었을 때 더 와닿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전시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구절을 한글과 영어로 함께 만들었다.
- 빛이 있는 곳에는 항상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림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빛과 그림자는 매우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16년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 ‘원니스(Oneness)’에서 그림자를 다루는 ‘The Weight Of Life_A Living Soul’(2016)을 발표했었다. 그림자의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었다. 당시에도 요한복음 1장 9절이 적힌 유인물을 제작했었다. 그 유인물의 아랫부분에 ‘그림자는 삶의 무게다. 또한 그림자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사랑의 증거물이다’라고 적었다. 그림자는 항상 빛을 따라다니며 빛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나에게 그림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물로 다가왔다.
- 여태까지의 작업 활동을 담은 작품집을 낼 생각은 없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나의 작업이 정리된 책을 출간해도 괜찮을 것 같다. 2001년에 처음으로 전시에 참여했으니 작가로 활동한 지 20년이 되었다.
- 본인이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본인의 콜라주에 사용한 경우는 없는가?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콜라주 작품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Unpredictable Image in America’(2011), 한 점이 있다. 미국에 갔을 때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도형이나 그림처럼 보이는 것들을 찍은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이다. 나의 작업에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섞여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올해 발표한 싱글 앨범을 위한 이미지 작업에서도 살짝 시도해보았다. 특정한 재료나 방법만을 고수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
- 유나얼 작가에게 늘 하는 이야기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경과 믿음에 관한 작품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물론 말씀을 전하는 작품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그 내용을 담아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사진전(사진집)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편으로 이렇게 사진집을 내고, 전시회를 연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다만 내가 의미를 두는 것은 쉽게 지나칠 만한 지극히 평범한 상황들을 일상에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소중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삶이 평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남다른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런 태도가 담긴 것이 나의 사진이다. 빛에 반응하며 세상을 보면 모두가 아름답고 충만하다. 재미있고 특별하다. 그와 같은 감성과 느낌을 전하는 사진을 선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