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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진화 ①] ‘열일하는 지주사’ SK㈜와 최태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오디세이

"실천하는 ESG 경영" 지침 아래 적극적인 미래 투자 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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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9호 윤지원⁄ 2021.05.03 09:21:13

SK그룹이 빠르고, 폭넓게 진화 중이다. 크고 작은 M&A, 계열사 IPO(기업공개), 투자, 매각, 인적 분할 등등 경영 활동이 한 달에도 몇 번씩 이어진다. 그룹 간판 사업은 정유 화학과 통신에서 어느새 반도체·배터리로 옮겨갔고, 또 친환경 에너지와 바이오, 플랫폼과 미디어 등이 더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진화의 방향성은 뚜렷하다. 문화경제는 최근 주목받는 몇몇 계열사를 중심으로 SK그룹 진화에서 강조되는 주요 키워드와 방향성, 그리고 SK그룹이 도달할 미래를 시리즈로 전망해본다.
 

SK 서린 사옥. (사진 = SK)


SK㈜의 최근 경영 행보가 활발하다. SK그룹의 지주회사 SK㈜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여러 글로벌 기업 및 사업체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투자한 자금 회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현금 보유고를 늘려가고 있다.

올해만 벌써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으로, 2조 5000억 원 규모의 매각도 진행했다. 최근 반년 사이 SK㈜의 거래 대상이 된 기업만 열 군데가 넘는다.

SK㈜의 올해 첫 투자는 미국의 수소 회사 플러그파워에의 지분투자였다. SK㈜는 SK E&S와 함께 지난 각각 8천억 원씩을 투자해 지분 9.9%를 매입한다고 지난 1월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는 플러그파워의 최대 주주에 등극했고,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가장 각광 받는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3월 SK㈜는 이 보유지분 가운데 49%를 약 1조 원 정도에 매각했다. 단 두 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 것. 그러면서도 최대 주주의 지위는 유지했기에, 향후 플러그파워를 통한 그룹의 수소 관련 사업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과감한 투자로 그룹 신사업에 뛰어들었고, 짧은 시간 동안 이익도 쏠쏠하게 챙겼다.
 

SK㈜가 지분 투자한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 탱크. (사진 = 플러그파워)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 진출

중국 최대의 민영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함께 총 3억 달러(약 33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지난 3월 조성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 기업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뉴 모빌리티 펀드’라고 불리는 이 펀드는 우선 스웨덴 기업 볼보가 육성하는 전기차 제조업체 폴스타에 약 6000만 달러(약 660억 원)를 투자한다. 폴스타는 2019년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폴스타1’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유럽과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 ‘폴스타2’를 출시해 2만여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목표는 연간 공급량 10만 대 이상이다.

SK㈜의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 투자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인 중국의 왓슨에 1000억 원을 투자했고, 1월엔 268억 원을 들여 국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제조사인 예스파워테크닉스의 지분 33.6%를 인수했다.

또한 지난 4월 15일에는 국내 급속 충전기 제조업체인 시그넷EV의 지분 55.5%를 293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설립된 시그넷EV는 초급속 충전기 개발·판매 업체로, 직접 개발한 초급속 충전기로 2018년 미국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한 데 이어 직접 판매를 진행,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초급속 충전기 시장이기도 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실적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3월 31일, SK㈜는 장동현 사장과 프랑스 이포스케시社의 주요 주주인 제네톤社 프레데릭 레바 사장, Bpifrance 마갈리 조슬(Magali Joessel) 디렉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SK㈜의 이포스케시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하는 온라인 기념행사를 가졌다. 왼쪽 두번째부터 프레데릭 레바 사장, 마갈리 조슬 디렉터, 장동현 사장. (사진 = SK㈜)


바이오 사업 적극 확대

바이오의약품 CMO(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 영역에서의 글로벌 체계를 다지는 투자도 이어갔다.

지난 3월 말 SK㈜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원료의 CMO 업체인 프랑스의 이포스케시(Yposkesi) 지분 70%를 인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2017년 BMS(Bristol Myers Squibb)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 인수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CMO 사업 투자다.

이동훈 SK바이오투자센터장은 “2025년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거점별로 합성, 바이오 의약품 CMO 사업의 밸류 체인을 완성할 것”이라며 “전세계 제약 시장에 합성과 바이오 혁신 신약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선도 CMO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포스케시 지분 인수는 SK㈜가 미국 새크라멘토에 설립한 CMO 통합 법인인 SK팜테코를 통해 진행했다. SK팜테코는 지난해 약 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3년 내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포스케시 연구실의 모습. (사진 = 이포스케시)


한편,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세포 치료제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할 전망이다.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혁신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SK㈜는 지난해 12월에도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미국의 한 바이오 벤처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라는 이 벤처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전환(DT) 기술 등을 활용한 플랫폼을 적용하여, 보통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업 모델을 개발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일찍이 이 벤처를 주목, 지난 2017년 단일 바이오 벤처로는 사상 최대인 11억 달러(약 1조 21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평소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지난 4월 16일 대한상의 신입 직원들과 오찬하며 소통하는 모습.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SK㈜의 투자 원칙과 최태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이처럼 SK㈜는 계열사의 지분만 보유하고 배당금을 챙기거나 브랜드 로열티만 챙기는 순수 지주회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내외 유망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다.

나아가, SK㈜의 투자 및 매각 과정에는 뚜렷한 원칙과 방향성이 드러난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 성과만 따져서 투자하고 최대한 큰 이익을 내고 빠지는 것이 목적인 전형적인 투자 회사와는 달리,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최태원 회장은 이를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말로 표현하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시장과 고객, 사회로부터 미래 사업에 대한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연초 진행된 SK그룹 내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조대식 의장은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원년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SK그룹 계열사 CEO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영 지침이자 과제로 작동하고 있다.
 

3월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파이낸셜 스토리의 실행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최 회장의 주문에서 찾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2020 확대 경영회의'에서 처음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언급하면서 “CEO들은 구조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9월 그룹 구성원 전체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는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핵심 키워드는 ESG 경영이다. 최 회장은 ESG 경영 및 기업 사회 공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하며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18~21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2021 보아오(博鰲)포럼’ 개막 온라인 축하 연설에서도 그는 “ESG 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사회적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ESG 가치 실현이 SK의 미래

지난 2018년 2월 열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에서 발표할 때는 “가난과 불평등, 환경오염 등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 가치를 기업 경영에 반영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해 10월 열린 CEO 세미나에서는 “사회적 가치에 바탕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 달라.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살펴본 SK㈜의 사업 행보 역시 ESG의 기준에 정확히 부합한다. 플러그파워사 지분 투자는 꿈의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 사업에 대한 본격 시동이며, 바이오 산업 투자 역시 사회를 향해 있다. 반대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윤활유 사업이나 SK종합화학 등은 적극적으로 매각했다.

또,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온라인 투자자 간담회를 열고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 원의 '전문 가치 투자자'로 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장 사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SK㈜의 혁신 방향이자 약속”이라며 “앞으로 SK㈜는 ESG 중심 4대 핵심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와 행복경영 실천 노력을 시장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2025년 시가총액 140조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은 ESG 경영의 완성이다. SK㈜는 이사회가 최고 의결 기구로서 전문성·독립성을 갖추고 자율 경영을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톱 수준의 프리미엄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고 전략 수립, 인사, 평가 등 경영 핵심 요소 전반에 걸쳐 특정 경영인이 아닌 이사회의 참여와 관여도를 대폭 높인다는 계획이다.
 

3월 29일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SK㈜ 제3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SK㈜)


그룹 체질 개선을 앞에서 이끌어야

SK㈜가 4대 핵심 사업으로 꼽은 투자 분야는 SK그룹이 전반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SK그룹의 3대 주요 산업은 정유화학, 통신, 반도체였다. 하지만 매출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던 정유화학은 사양사업으로 분류되고,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자 그룹의 얼굴 노릇을 하던 통신 사업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배터리 사업 중심으로, SK텔레콤은 플랫폼 미디어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적응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탄소중립과 같은 기술 과제를 해결해야 하고, 당장 코로나19, 초고령화 사회 진입, 양극화 심화 등등 사회적 현안도 극복해야 한다.
 

4대 핵심 사업 중심의 '투자 전문 회사'로 진화하는 SK㈜. (인포그래픽 = SK㈜)


이러한 당면 과제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구성하는 요인들이지만, 동시에 ESG 경영이라는 해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과제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혹독한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 이론에서 강조되는 것처럼 오늘날의 기업은 ‘재무 성과’만을 따지는 이윤 추구 집단에서, 시장과 고객, 투자자, 구성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이해를 함께 따지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가총액 국내 2위의 거대한 대기업 집단인 SK그룹이 이런 큰 폭의 변신을 하는 방법은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투자 활동일 수밖에 없다. SK㈜ 지배 아래 있는 수많은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투자 사업 가운데 기준에 맞는 것들을 계속해서 사고, 팔고, 투자하고, 키워나가면서, 자신들이 쓴 스토리의 방향성에 맞는 그룹으로 변신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의 SK㈜가 적극적인 사업형 지주회사로 ‘열일’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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