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2.01.06 15:55:55
스페인에서 최근 체포된 한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에 관한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6일(한국 시간) ‘가디언’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 갈라파가르라는 마을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원인 지오아치노 감미노를 검거했다. 61세의 감미노는 살인 혐의로 검거되어 재판을 받던 중 탈옥,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이번 감미노의 검거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가 탈옥한 것이 무려 19년 전인 2002년이며 그동안 감쪽같이 잠적해 왔다는 점, 그리고 자취를 감췄던 꼬리가 밟힌 것이 다름 아닌 구글(Google)의 ‘스트리트 뷰’ 서비스 덕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탈리아 경찰의 마피아 전담부는 오랫동안 감미노의 흔적을 파헤쳤다. 하지만 그의 행적에 관한 마지막 단서는 2014년에 멈춰 있었고, 경찰은 그가 스페인으로 도피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정확한 위치를 알 도리가 없었다.
그 사이 감미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그는 이름을 ‘마누엘’로 바꾸고, 요리사로 일하며 자신의 이름(가명)을 내건 식당과 식료품 가게 등을 운영했고, 몇 년 전 결혼도 했다. 도망자 감미노는 19년을 그렇게 살았다.
“잡을 수 있다면 잡아 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대범함이다. 1960년대 수많은 가짜 신분으로 FBI의 수사망을 오랫동안 피해 다녔던 미국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그리고 그의 삶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그가 마누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던 식당 ‘마누의 키친’(La cocina de Manu)은 이미 폐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프로필은 남아 있었다. 이 프로필에는 식당의 요리사인 마누엘의 사진도 등록되어 있었다. 요리사 마누엘의 얼굴은 왼쪽 뺨에 뚜렷한 흉터까지 감미노와 똑같았다. 그리고 이 식당에서는 ‘시칠리아식 디너’를 팔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이탈리아 경찰은 이 폐업 식당 인근의 다른 단서를 찾기 위해 구글맵을 동원했다, 그리고, 거리의 실제 사진을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에서 연관이 있어 보이는 다른 가게를 찾아냈다. 바로 ‘마누의 청과물점’(El huerto de Manu)이었다.
그리고 이 가게의 스트리트 뷰 사진이 촬영되던 날, 가게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두 남자의 모습도 함께 사진에 담겼다. 비록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블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경찰은 그중 한 명이 감미노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12월 17일 현지에서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체포 당시 감미노는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날 어떻게 찾았소?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10년 동안 가족에게 전화도 안 하고 살았는데?”
영화 같은 보도 내용이 전해지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잘 살다가 거리뷰로 잡히다니, 참 재수 없는 인간이네”, “범죄자 잡으려고 지도 거리뷰를 봤다는 것이 기발하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끝까지 추적해서 범인 잡는데, 우리나라는 죄가 있으니 처벌해야 한다고 해도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취급하니 어찌 된 건지?”라며 흥미를 보였다.
한편, 현재 스페인에 구금되어 있는 감미노는 2월에 이탈리아로 이감될 예정이며, 지난 2003년 이미 형이 확정됨에 따라 종신형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