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훈⁄ 2022.04.25 11:32:47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노연서가 안정적인 연기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는 가운데 노희경 작가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낙태에 관한 인식이 일부 네티즌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갑갑한 제주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서울대 의대를 입학을 꿈꾸는 전교 1등 제주소녀 방영주(노윤서 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영주는 까칠하긴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정현과의 사랑을 아버지 몰래 키웠다. 하지만 열여덟 인생에 영주는 최대 위기를 맞는다.
임신 테스트기에 뜬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한 영주는 학교 뒤편에서 임신테스트기를 불태웠다. 걱정하는 정현에게 “네가 지난 주에 사다준 임테기(임신 테스트기) 3개 다 2줄 나왔다”라고 말하며 중절 수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수술을 말리는 정현을 향해 화를 낸 영주는 “결정은 내가 해, 내 몸이야”라고 말하며 “어떻게 낳아 막말로 우리가 그렇게 사랑해? 대학은 나 인서울은 니 인생 내 인생 다 걸고 낳을 만큼 우리 사랑이 대단해?”라며 중절 수술을 할 것임을 내비쳤다.
서울로 대학 진학해 아버지로부터, 제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 했던 영주는 임신이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고 일생 일대에 고민에 빠진다. 영주는 똑부러진 성격이었지만 18세 어린 여고생이었다. 두렵고 불안한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담담한 모습으로 고난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임신은 18세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영주는 정현이 임신 중절비 53만 원과 함께 건넨 돌반지를 팔러 금은방을 찾았다. 사장은 “부모님 몰래 파는 거 아니냐, 부모님 연락처를 적어라”라며 “연락처 안 적으면 값을 깎는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에 영주는 화를 내며 가게를 떠났다. 하지만 이내 돌아와 금은방 사장에게 깍은 가격으로 돌반지를 팔아 중절 수술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임신 22주차에 접어든 영주는 20주가 넘어도 임신중절 수술을 해준다는 병원을 겨우 수소문해 찾았다.
의사는 영주에게 "아기의 장기들은 다 잘 만들어졌다, 태동도 활발하다, 아기가 너무 건강하다" 라고 말했다. 굳은 마음으로 중절 수술을 결정한 영주는 콩닥콩닥 뛰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고 오열했다. 영주는 "아기 심장소리 안 들을래요 저 너무 무서워요. 정현아 나 너무 무서워. 선생님 하지 마라. 무섭다. 제발 안 듣고 싶다"며 정현을 끌어안았다. 영주는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뜻하지 않는 임신으로 좌절과 죄책감, 무서운 현실을 잔혹하게 맞이한 영주와 정현의 사랑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눈물을 적신 가운데 몇몇 네티즌은 낙태에 관한 낡은 가치관을 드러냈다며 노희경 작가를 비판했다. 낙태를 하러 간 영주에게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지금 낙태를 고민 중인 시청자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나만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어른이면 적어도 자기 시대에 당연했던 가치관을 강요하지 말자. 추억과 강요는 다르다. 낙태하러 간 고등학생에게 아기 심장소리 들려주는 ‘우리들의 블루스’”라고 비판했다.
20~30대 여성들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에서도 노희경 작가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몇몇 네티즌은 “낙태하러 온 어린 여학생에게 애기가 건강하다. 잘자랐다. 하면서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이해가 안간다”, “언제적 진부한 설정인가?”, “여성들에게 죄책감 심어주려고 영주의 시퀀스를 의도적으로 넣었다”, “작가의 낡은 마인드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다” 등 의견을 남기며 여성에게 낙태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불쾌해 했다.
노희경 작가에 대한 논란은 전작에서도 있었다. tvN드라마 ‘라이브(2018)’에서는 군대를 비하하는 대사가 방영되머 젠더갈등을 야기한다는 네티즌의 비판이 있었다.
'라이브' 1화에서 주인공 정오(정유미 역)가 학교 동창들과 저녁 회식을 하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장면에서 정오의 남자 동기와 선배들은 취업 시장에서 2년 늦게 취업하는 것이 불리하다며 “"군대 호봉은 국가가 우리를 마음대로 이용한 일종의 보상이다.”며 ‘군 가산점’을 요구하며 20대 남성의 요구를 대변했다. 이에 한정오는 “국가가 너희 남자들 동의 없이 마음대로 한 거 인정, 하지만 그 부분은 국가에다 항의하라... 통일을 하라고 하든가”라며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과 고용권을 가진 대다수의 수구 세력인 남자들이 자신들이 한 일부 편협하고 쪼잔한 경험들을 가지고 여자들에 대한 편협한 편견을 가지고 막말을 해댄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의도적인 젠더 갈등 대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면이 보기 힘들다”, “작가의 의도가 뻔히 드러나는 삼류급 영상 너무 잘봤다”등의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문화경제 양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