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11.01 10:22:58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여러 2차 가해 논란과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터널’, ‘비스티보이즈’ 등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소설가 소재원은 지난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젊음을 즐기는 것이 잘못된 건가? 꼰대들은 ‘그러게 왜 저길 가?’라는 앞뒤 꽉 막힌 소리를 내뱉는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2년 당신의 젊음은 어땠는가? 수천만이 거리에 나왔던 시절이었다. 혈기 왕성한 그 시절 당신은 거리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월드컵을 응원했을 것”이라며 “미꾸라지 몇 마리의 흙탕물이 문제인 것이다. 2002년이나 지금이나 미꾸라지 몇 마리는 늘 존재했다. 단지 미꾸라지들이 설친 장소의 문제였을 뿐. 미꾸라지들로 하여금 꽃보다 아름다운 젊음이 꺾인 것이다. 비극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꼰대들의 주동이가 훈수랍시고 떠들지 말길”이라며 “어느 시대나 존재해온 빌어먹을 것들을 비판하고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슬픔을 나눠주길”이라고 당부했다.
이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오히려 비난이 가해지는 걸 지적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세대 갈등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사람마다의 의견의 차이지, 이걸 꼰대로 한데 묶어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나이 많다고 다 꼰대가 아니다”, “2002년 거리응원 때는 질서 정연했다”, “비교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나가기도 힘든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떼창’ 논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호주 20대 남성은 틱톡 영상에서 “경찰과 응급서비스 인력이 부족했고,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며 “내 친구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찍고 있거나 노래 부르고 웃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구급차가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 사람들이 떼창을 하고 있는 영상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관련해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픈이슈갤러리 등엔 ‘이태원 구급차 앞 노래 해명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태원 대로에서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라며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어 글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상이 찍힌 시점은 아직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전이다. 일부 사람들은 구급대를 보자 길을 비켜줬다”며 “비키고 싶어도 비킬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마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주변 소음 등의 상황에서 응급 상황임을 인지조차 못 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진짜 응급상황이 되고 도로에 사상자가 나와 눕혀지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노래를 끄고 자리를 비켜주거나 하는 행동을 보였다”며 “진짜 재난 상황임을 인지했을 때는 경찰과 구급대원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글을 적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참사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에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애도했다.
‘토끼머리띠 남성’도 해명에 나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에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 무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 해당 무리가 사람들을 뒤에서 밀어 넘어지기 시작했다는 소문에 경찰도 진위 여부를 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네티즌들이 사고 당일 영상을 되짚으며 토끼 머리띠를 쓴 남성을 찾아냈고, 모자이크 없는 남성의 사진이 퍼지며 신상털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후 “이 사태의 주범”, “자수하라”는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해당 남성은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토끼 머리띠를 한 건 맞지만, 사고 당시 이태원을 벗어나 합정으로 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저와 친구가 핼러윈 사고 현장 범인으로 마녀사냥 당하고 있다. 토끼 머리띠를 하고 그 날 이태원에 방문한 사실은 맞지만, 사고 당시 저와 친구는 이태원을 벗어난 후”라며 “증거도 있다”고 사고 당일 지하철 탑승 내역도 공개했다.
이태원 사고의 최초 신고 시각은 오후 10시 15분인데, 이 남성은 오후 9시 55분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후 10시 17분 합정역에서 내렸다. 이 남성은 “오해는 할 수 있겠지만 마녀사냥은 그만 멈춰주시길 바란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네티즌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조선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네티즌들은 5~6명의 무리가 사람들을 밀었다고 했는데 전 이날 친구 1명과 이태원에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합정역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사고 현장 골목을 지나친 건 맞다. 그러나 절대 사람들을 밀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상에 사상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경찰이 엄정 수사에 나서겠단 입장을 지난 31일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간담회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상 가짜뉴스 및 피해자 모욕성 게시물을 모니터링하며 위법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특히 희생자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성 게시물을 사이트에 요청해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인 명예훼손 게시글 6건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으며, 63건에 대해선 방심위,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및 차단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악의적 신상 등에 대해선 고소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