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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노미의 진화③] 지역을 품에 안으니 소주·맥주가 더 따뜻해졌다

보해양조, 여수 알리고자 ‘여수밤바다’ 출시… 기안84와의 협업으로 팝아트 4점 라벨에 담기도 / 핸드앤몰트, 올해 ‘로컬을 담다’ 캠페인 전개… 완주·칠곡·제주·신안 수제맥주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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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9호 김응구⁄ 2023.11.07 17:19:31

일본 과자회사 글리코는 몇 해 전 ‘포키’의 현지 한정 상품 ‘지모토 포키’ 여덟 가지를 출시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사진=글리코 홈페이지

해마다 11월 11일이면 사 먹는 ‘국민 과자’가 있다. ‘빼빼로’다. 이 원조가 일본의 ‘포키(Pocky)’다. 역시 11월 11일이 타깃이다. 그래도 우리만큼 열렬하진 않다.

이 일본 과자가 몇 해 전 한정판 포키를 출시했다. 이름은 ‘지모토 포키(地元ポッキ)’다. 지모토는 ‘지역’ 또는 ‘현지’라는 뜻이다. 대충 감이 온다. ‘현지 포키’라는 뜻일 테니, 우리로 치면 ‘제주 빼빼로’ ‘강릉 빼빼로’ 이런 식의 과자이겠다 싶다.

예를 들어 본다. ‘도쿄 아마자케 포키’가 있다. ‘도쿄 포트 양조장(Tokyo Port Brewery)’과 손잡고 만들었다. 사케 양조장인데 여기선 전통 음료인 아마자케(あまざけ)도 만든다. 아마자케는 우리의 ‘감주’와 비슷하다. 이 과자를 먹어보진 못했지만 구수하고 달콤하단다. 여기까지는 다른 한정판과 다를 바 없다. 허나, 이 과자는 도쿄에서만 살 수 있다. 다른 지역 방문자들은 관광 혹은 업무 후 이를 기념품으로 사 간다.

포키의 협업 도시·마을은 도쿄 포함 여덟 곳이나 된다. 후쿠오카현은 딸기 ‘아마오우(あまおう)’, 나가노현은 포도 ‘코효(巨峰)’, 야마가타현은 체리 ‘사토 니시키(佐藤錦)’, 가나자와현은 고구마 ‘고로지마 킨토키(五郎島金時)’ 등으로 만든다. 모두 그 지역만의 특산품이다. 패키지에도 ‘○○지역 한정발매’라고 써놓았다. 각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하니 당연히 농가에 도움이 될 거고, 구매자 입장에선 특별한 선물이 될 테다.

기업의 특정 상품이 로컬 특산품과 만나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로코노미(Locol+Economy)’의 아주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7월 ‘여수밤바다’를 리뉴얼하며 병 라벨에 팝아트 작가 기안84의 작품 4점을 담았다. 사진=보해양조

보해양조, 여수 품은 소주 ‘여수밤바다’ 선보여… 작년엔 리뉴얼도

 

우리의 로코노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특히 주류업계가 활발하다. 한 지역을 브랜드 이름에 끌어들여 그곳에서만 파는 소주도 있고,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수제맥주도 있다.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회사 보해양조는 2019년 로컬 브랜드 소주 제품인 ‘여수밤바다’를 선보였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여수를 알리기 위해 만든 소주다. 그런 만큼 처음에는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여수를 상징하는 돌산대교와 반짝이는 별빛을 이미지화한 라벨이 여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전략이 통했는지 여수의 새로운 명소 ‘낭만포차 거리’에서의 점유율이 80%나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수시민은 물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여수밤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금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에는 ‘#여수밤바다소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5000개 넘게 올라가 있다.

지난해 7월 27일, ‘여수밤바다’는 한 차례 더 진화했다. 리뉴얼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무엇보다 웹툰에서 방송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팝아트 작가 기안84와 함께한 점이 도드라진다. 리뉴얼이라 해서 모양만 살짝 비튼 게 아니다. 최근 트렌드에 철저히 녹아들었다.

우선, 기안84의 팝아트 작품 4점을 전면 라벨에 담았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품 중 ‘자화상’ ‘욕망의 자화상’ ‘인생 조정 시간(2)’ ‘인생 조정 시간(3)’ 등 네 가지를 골랐다. 라벨 한쪽의 정보무늬(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페이지에서 도슨트의 작품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이번 리뉴얼 콘셉트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전시회’에 딱 들어맞는 기획이다.

미술작품을 라벨에 가져오는 것이니 보해양조 역시 신경을 많이 썼다. 원작의 느낌과 비율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전면(前面) 라벨 사이즈를 늘리기까지 했다.

보해양조는 ‘여수밤바다’의 기존 디자인(맨 왼쪽)을 후면 라벨로 옮기고, 전면 라벨에는 기안84의 작품 4점을 넣었다. 사진=보해양조

품질 면에서도 변화를 줬다. 알코올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0.4도 낮춘 16.5도로 맞췄다. 여기에 보해양조가 새롭게 개발한 레시피를 적용해 여수의 음식과 요리, 그중에서도 해산물과 잘 어울리도록 깔끔한 페어링을 살린 점이 돋보인다.

이 제품은 리미티드 에디션인 만큼 100만 병만 한정 생산했다. 지금은 전국의 대형할인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판매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마트에서 사다 마시는 것과 실제 여수의 밤바다를 보며 낭만 포차에서 마시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여수와 기안84의 궁합이 나쁘지 않았는지, 보해양조는 ‘여수밤바다’의 라벨을 아예 ‘캔버스화(化)’ 하기로 했다. 기안84를 시작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전시’해 또 다른 협업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름난 작가는 물론, 특히 여수의 신진작가를 발굴해 작가전도 열 계획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여수밤바다’는 지난해 7월 말 리뉴얼 출시 후 한 달 만에 평소 판매량의 두 배가 넘었다”며 “리뉴얼 출시 3개월 만에는 전년 1년 동안 판매량의 50%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수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는 라벨과 기존 소주병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에는 기안84가 자신의 작품이 담긴 ‘여수밤바다’에 애정을 갖고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입소문을 탄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진저 063’은 핸드앤몰트가 전북 완주산 생강으로 만든 골든에일 맥주다. 페어링 메뉴는 완주 생강청 소스로 만든 ‘등갈비 강정’이다. 사진=핸드앤몰트

핸드앤몰트, ‘로컬을 담다’ 캠페인으로 특산물 수제맥주 선보여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Hand & Malt)는 올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캠페인을 하나 기획했다. ‘로컬을 담다’. 듣기만 해도 무엇을 준비했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우수한 특산물과 고유한 자연문화를 품고 있는 우리나라 각 지역을 재조명하고, 로컬의 특산물로 만든 독창적이고 새로운 수제맥주를 소개하겠다’는 게 기획 의도다.

핸드앤몰트를 잠깐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수제맥주 시장을 개척한 1세대 수제맥주 브랜드다. 와인·위스키를 숙성시킨 오크통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을 더 숙성시키는 ‘배럴 에이징(Barrel Aging) 맥주’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홉(hop) 대신 깻잎과 김치를 사용한 맥주를 시장에 내놓아 한껏 주목받았다. 서울 용산 ‘용리단길’에는 양조시설을 갖춘 브루랩(brewlab)도 운영 중이다.

핸드앤몰트가 올 3월부터 10월까지 캠페인을 통해 선보인 수제맥주는 모두 네 가지다. 지역은 전북 완주, 경북 칠곡, 제주 서귀포, 전남 신안을 선택했고, 특산품으로는 각각 생강, 아카시아꿀, 진귤, 소금을 골랐다.

첫 번째는 3월 출시한 ‘진저 063’이다. 전북 완주의 생강으로 만든 골든에일(Golden Ale) 맥주다. 국내 생강 시배지(始培地)인 완주군 봉동 지역의 생강을 손질한 후 양조 과정에 첨가해 만들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브랜드 이름의 ‘063’은 전북의 전화 지역번호를 뜻한다.

한 달 후인 4월에는 두 번째인 ‘허니 054’를 선보였다. 경북 칠곡군에서 생산한 천연 아카시아꿀을 첨가해 만든 페일에일(Pale Ale) 맥주다. 칠곡은 국내 유일의 양봉(養蜂)산업특구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아카시아꿀 생산지다. 핸드앤몰트는 이 맥주를 두고 “들판에 있는 듯 은은한 꽃향기와 달콤한 꿀 뉘앙스가 어우러진 미디움 바디 스타일의 맥주”라고 소개했다. 알코올도수는 5.5. 경북의 지역번호는 054다.

‘허니 054’는 경북 칠곡의 천연 아카시아꿀로 만든 페일에일 맥주다. 페어링 메뉴로는 ‘칠곡 치즈 꿀단지’를 선보였다. 사진=핸드앤몰트

재밌는 건, 핸드앤몰트는 이 캠페인 맥주를 선보일 때마다 함께 곁들이기 좋은 페어링 푸드도 소개한다. ‘허니 054’는 ‘칠곡 치즈 꿀단지’와 엮었다. 부드러운 연두부와 함께 빚은 담백한 크림치즈에 다진 대추와 건살구를 감싼 치즈 꿀단지, 칠곡 꿀, 연근 부각칩을 곁들인 안주다.

세 번째는 ‘만다린 064’다. 제주 서귀포 지역의 진귤을 첨가한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IPA(인디아페일에일) 맥주다. 일반적인 IPA 계열 맥주는 쌉싸래한 맛이 강한 데 반해 이 제품은 홉의 쓴맛을 줄이고 진귤의 풍미를 살린 게 특징이다. 상큼함과 청량감이 더욱 돋보이도록 6월에 출시했다. 064 역시 제주의 지역번호다. 알코올도수는 6도. 이 제품도 페어링 푸드가 있다. 제주 진귤피(皮)로 담근 달콤한 진귤피청에 겨자소스를 더해 톡 쏘는 맛을 내는 냉채(冷菜) 요리 ‘제주 진귤피 당근 라페’다.

‘솔트 061’은 전남 신안의 소금과 퍼플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맥주다. 사진=핸드앤몰트

이 캠페인의 대미를 장식한 건 10월에 선보인 소금맥주 ‘솔트 061’이다. 신안의 특산물인 소금과 지역 고유 명소인 퍼플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퍼플섬을 상징하듯 보라색 맥주여서 시각적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특히, 맥주잔 테두리에 보라색 소금을 두른 ‘리밍’ 리추얼은 감성을 자극하는 비주얼로 손색없다.

 

‘솔트 061’은 상큼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을 지닌 독일식 ‘고제(Gose)’ 스타일의 사워 에일(Sour Ale) 맥주다. 고제는 독일 고슐라어 지방의 전통 맥주로 신맛과 짠맛이 특징이다. 솔트 061은 IBU(맥주의 쓴맛을 100점 만점으로 매긴 단위)가 10으로 쓴맛이 덜하다. 알코올도수는 4.9도.

페어링 푸드로는 ‘솔티드 무화과 치즈케이크’를 내놓았다. 신안 특산물인 청무화과에 설탕 코팅을 입힌 브륄레(Brûlée)와 신안 소금을 뿌린 치즈케이크가 어우러진 디저트다.

참고로 퍼플섬은 신안군 안좌도의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일컫는다. 꽃, 다리, 지붕 등 섬 전체가 보라색으로 장식돼 있어 전남의 대표 관광지로 유명하다.

핸드앤몰트 브랜드 매니저는 “새콤하고 짭짤한 맛의 조화가 일품인 데다 신비로운 보라 색상으로 수제맥주의 심미적 완성도를 높인 ‘솔트 061’을 올해 ‘로컬을 담다’ 캠페인의 마지막 시리즈 맥주로 선보였다”며 “내년에도 브랜드 가치에 맞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코노미는 따뜻한 감성 마케팅이다

글 첫머리에 얘기한 ‘지모토 포키’를 만드는 일본 글리코(Glico)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모토를 이렇게 설명해놨다.

‘地元ってなに? 地元ってあたたかいもの!’ 우리 말로 풀어보면, ‘현지는 뭐다? 현지는 따뜻한 거다!’ 이쯤 된다. 그렇다. 로컬은 따뜻한 것이다. 로코노미는 따뜻한 감성 마케팅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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