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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네트워크 예술제’ ... 빤한 듯 빤하지 않은, 그래서 더 새로운 아트페스타

‘문래창작촌예술제’ 문래동 중심으로 펼쳐져… ‘영등포 아트페스타’ 올해 처음 열며 작가 35명 회화·조형 10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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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0호 김응구⁄ 2023.11.16 16:36:16

올해 ‘영등포 네트워크 예술제’는 ‘문래창작촌예술제’와 ‘영등포 아트페스타’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가 요새 바쁘다. 문화·예술 사업에 한창이다. 빤한 걸 빤하지 않게, 늘 하던 걸 지루하지 않게 하려니 바쁘다. 서울 유일의 ‘법정 문화도시’니 당연한 일인 듯도 싶다.

최근 재밌는 문화·예술제 하나가 꽤 새로웠다. 10월과 11월을 뜨겁게 달군 ‘영등포 네트워크 예술제’다. 지금까지 5회째. 올해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하나는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연 ‘문래창작촌예술제’이고, 또 하나는 올해 처음 준비한 ‘영등포 아트페스타’다.

먼저, 문래창작촌예술제는 문래동을 중심으로 전시·공연, 아트마켓, 도슨트 투어 등을 선보인 축제다. 기계금속 단지인 문래동은 젊은 예술가와 레트로(복고) 감성의 카페·식당이 모여들면서 도심 속에 기술·문화예술·먹거리가 공존하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명소가 됐다.

예술·기술 융복합 문화공간인 ‘술술센터’를 중심으로 작품·퍼포먼스를 선보인 ‘갤러리 네트워크 전시’, 작업실과 창작 과정을 개방한 ‘오픈 스튜디오’, 클래식·밴드 연주와 낭독 공연, 문래동·양평동 작가들이 만든 소품을 파는 ‘아트마켓’, 마을이 미술관이 되는 ‘도슨트 투어’가 동시에 열렸다. 21일에는 특별 강좌로 한국 전통 탈춤을 따라 배우는 시간도 마련됐다.

영등포 아트페스타는 10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타임스퀘어 지하 2층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열렸다. 축제 기간에는 아트페스타 공모에 선정된 지역 작가 14명, 갤러리 LOFT(로프트) 소속 작가 11명, 영등포미술협회 소속 작가 10명 등 모두 35명의 회화·조형 예술작품 100여 점이 전시됐다. 26일 오후 7시 10분에 열린 개막식에는 낭독창작극 ‘동백꽃’이 무대에 올랐다. 한편에선 작가들이 그려놓은 도안(드로잉 페이퍼)에 연필·색연필로 자화상이나 초상화를 그리고 칠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문래창작촌예술제가 지역 예술인들이 성장하고, 그와 더불어 좋은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견인해, 영등포가 대한민국 문화·예술 중심지로 발돋움하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린 ‘영등포 아트페스타’에는 작가 35명의 회화·조형 예술작품 100여 점이 전시됐다. 사진=김응구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영등포 아트페스타’ 현장에서 한 작가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영등포구청

‘아트페스타’에서 만난 작가, 강진성

10월 마지막 날, 영등포 아트스퀘어를 찾았다. 그곳에서 작가 강진성을 만났다. “방명록에 이름하고 메일 주소 적어주시면 우리 갤러리 소식 알려드려요.” 호기심에 힐끗 쳐다보니 “여기 참여한 작가예요”라고 소개했다. 어떤 작품이냐 물으니 손가락 끝으로 작품 몇 가지를 가리킨다. 그중 가장 큰 캔버스에 눈길이 쏠렸다. 작품명 ‘헤테로토피아’다.

“저긴 어디예요?” “멕시코에 있는 500년 된 성당이에요.”
“독특하게 생겼어요. 사람들이 관심 많이 가질 것 같아요.” “그건 이미 누가 사 갔어요.”

그는 20년 넘는 세월을 중남미에서 보냈다. 20~30대를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멕시코 등에서 살며 남편과 무역업을 했다. 그림은 멕시코에서 시작했다. 사업이 잘되니 붓 잡을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눈과 손은 그림을 놓지 않았다. 한참 후 경기가 나빠지자 사업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안산미술협회에서 활동하며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도 전공했다. 지금은 문래창작촌의 갤러리 LOFT(로프트) 소속으로도 활동 중이다.

강진성 작가의 캔버스에는 대개 ‘집’이 담긴다. 물론, 이유가 있다.

“집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인간은 죽은 후에도 집이 필요해요. 무덤이니 납골당이니, 이런 게 다 망자(亡者)의 집이잖아요. 인간과 집은 절대로 뗄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꼭 집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그의 붓은 정물(靜物)이나 인물을 위한 그림에도 사용한다. 그의 명함엔 ‘프리다의 정원에서’라는 제목의 작품이 크게 박혀있다. 유명한 멕시코 화가 프리다칼로(Frida Kahlo)의 집(지금은 박물관)에서 본 선인장이 가슴에 콕 박혀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갤러리 LOFT 소속 작가 강진성이 그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서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그림 한 편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얼마쯤 되는지 궁금했다. 그는 단숨에 그릴 수도, 안 될 땐 석 달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 쓸 때도 그렇잖아요. 잘 될 때는 한 번에 팍 써지잖아요. 안 그래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그림과 글은 통하나 봐요. 글쟁이와 그림쟁이가 같이 붙어 다니는 경우도 많고.” 그의 말에 한마디 거들었다. 그랬더니 “글과 그림은 형제예요”라며 동의했다.

“그림을 그릴 땐 그냥 막 그리는 게 아녜요. 주제가 정해지면 여러 가지 서적을 보며 참고하고, 그려야 할 그림에 대한 내 철학을 글로 써놔요. 대충 생각나는 단어 몇 개를 조합해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글과 그림이 함께 작업에 들어가는 거죠.”

마지막으로 그림과 글이 직업인 사람들은 늘 배고픈 듯하다고 했더니 “맞다”고 맞장구쳤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놓을 수 없어요.”

강진성 작가 말고도 여러 작가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봤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눈높이는 더욱 다르다. 내겐 바람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 같은 김보연 작가의 ‘산들바람2’와 ‘녹색바람’이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작품 앞에서 잠시 잠깐 어린 시절을 떠올린 한국소년 작의 ‘행운을 주는 배트맨 머니-미’와 ‘행운을 주는 슈퍼맨 머니-미’도 한동안 잊지 못할 듯싶다.

‘영등포 아트페스타’ 전시에는 공모 선정 작가, 갤러리 LOFT 소속 작가, 영등포미술협회 소속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문래동? 그 철강단지? 그곳과 문화·예술이 무슨 관계?

문화·예술이 폭신폭신하다면 철은 딱딱하다. 문화·예술이 따뜻하다면 철은 차갑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문래동에서 만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영등포구 문래동은 한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철강 공단지대였다. 골목골목마다 철강소가 들어섰고, ‘깡, 깡’ 소리는 하루종일 울렸다. 이 딱딱하고 차가운 곳에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과 철공소가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공존하게 됐다.

서울문화재단은 2010년 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을 세우며 예술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저렴한 임대료와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린 예술가는 더 많이 모여들었다. 자연스럽게 소규모 갤러리도 여기저기 들어섰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니 아기자기한 음식점이나 카페도 점점 많아졌다.

‘문래창작촌’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버려진 철과 낡은 연장들로 만든 작품들이 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철공소와 예술인 공방 사이사이는 벽화와 조형물로 꾸몄다. 주말이면 철공소 셔터에 그려놓은 여러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빈티지 감성에 환호하는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인기에 기름을 부은 건 영화다. ‘어벤져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저씨’, ‘특별시민’의 무대로 이곳을 찾았고, 최근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촬영지로 더욱 알려졌다.

현재 문래동에는 100여 개의 작업실에서 200여 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1번이나 7번 출구에서 문래공원 쪽으로 5분 거리다.

‘영등포 아트페스타’에선 작가들이 그려놓은 도안에 연필·색연필로 자화상이나 초상화를 그리고 칠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사진=김응구 기자

11월 14~19일 ‘소셜 아트페어 어울림’도 열어

영등포구는 11월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소셜 아트페어 어울림’도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에 친환경 가치를 더하고 전시·체험·마켓을 한데 모은 행사다. 콘셉트에 맞게 행사장도 숲과 피크닉 분위기로 꾸몄다. 친환경을 강조하고자 판매대, 진열장, 알림판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과 종이로 만들었다.

먼저, 전시 공간에선 문래창작촌 예술가들이 자투리 철금속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공예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체험 공간에선 쓰고 남은 목재, 버려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본다. 예를 들어, 목공 작업에서 나온 자투리 목재나 재생 목재로 ‘마그넷 오프너’를 만든다든지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휴대전화 거치대를 제작해보는 식이다.

마켓 공간에선 상생기업의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천연소재로 만든 핸드백·에코백·파우치나 친환경 종이로 만든 쟁반·다이어리·달력은 물론 제로웨이스트 세안 비누와 고체 치약,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생딸기 찹쌀떡, 공정무역 드립백 커피, 우리 밀 수제쿠키 등이 준비돼 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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