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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마케팅③] 제스처 하나에도 열광하는 팬심, 소주 황제 박재범

한국 전통주 글로벌 앰배서더로 ‘원소주’ 힙한 술로 만들어… 국내외 팬은 SNS 속 사진·영상 하나하나에 환호… 모든 걸 자신과 일체화하는 영리한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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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응구⁄ 2024.02.16 09:16:59

가수 박재범은 늘 소셜미디어로 팬들과 소통한다. 생활화돼 있다. 그런 그에게 국내외 팬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사진=박재범 인스타그램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래퍼 제이지(JAY-Z). 힙합계의 또 다른 거물 스눕독. 헐리우드 최고 몸값 액션 배우 드웨인 존슨(더 락). 역시 유명 헐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와 매튜 맥커너히. 현존 최고 슈퍼모델 켄달 제너.

공통점이 있다. 모두 본업 외에 사업 능력도 발군이다. 여러 사업 중 특히 주류가 두드러진다. 제이지는 샴페인과 코냑, 스눕독은 와인, 존슨·클루니·제너는 테킬라, 맥커너히는 버번위스키가 주력이다.

박재범(Jay Park)이 소주를, 그것도 증류식 소주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이었다. 그의 힙한 이미지에 맞게 샴페인이나 위스키에 꽂힐 듯싶었는데, 웬 소주? 한마디로 그답지 않다는 것이다. 팬들과 애주가들은 머릿속에 계속 물음표를 달고 그를 지켜 봤다.

다시 제이지 얘기를 해보자. 앞서 말했듯 그는 본업 외에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지금의 제이지는 오히려 사업가에 더 가깝다. 그는 주류 쪽으로 두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다. 2012년에는 코냑 ‘듀세(D’usse)’를 사들였고, 2014년엔 최고급 샴페인 브랜드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을 인수했다. 사업가답게 코냑은 주류회사 바카디그룹에 7억5000만 달러(약 1조 원)에 팔았고, 샴페인은 세계 최대 명품 패션 브랜드 기업 LVMH의 자회사 모엣헤네시에 지분 50%를 넘겼다.

박재범은 제이지가 만든 힙합레이블 락네이션과 2017년 7월 계약을 맺었다. 이후 ‘소주(SOJU·2018)’라는 곡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한가지. 제이지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셀럽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의 주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미친 듯 관심이 쏠렸고, 이것저것 알아본 끝에 주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충분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당장 파트너들을 만나 소주 제조에 들어갔다. 그 기간만 4~5년 정도다.

이후의 일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2021년 4월 ‘원스피리츠’를 설립하고, 다음 해인 2022년 2월 25일 첫 작품인 ‘원소주’를 출시했다. 그 인기는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른다.

지금도 국내 유명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주류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그런 술들과 ‘원소주’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맞지 않다.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한지의 문제가 아니다. 시작점부터가 다르니 다른 위치에 놓여야 맞다는 얘기다. 박재범은 주류회사를 설립했고 제품의 기획부터 제조, 이후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한다. 처음 술을 만들고자 했을 때의 계획 그대로.

박재범은 회장이 아니다. 넘겨짚는 것이지만 본인도 사장, CEO(최고경영자), 대표, 뭐 이런 식의 직함으로 불리길 원하진 않을 듯싶다. 허나, 그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댄스 챌린지 영상 하나, 명품 앰배서더 활동사진 한 장, 콘서트 영상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댓글을 달며 그와 좀 더 친해지려 애쓴다.

박재범의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면 무척 공들이는 느낌을 받는다. 업로드하는 사진과 숏츠에 굉장한 정성이 느껴진다.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기록하고, 이를 도구로 삼아 팬들과 소통하는 듯 보인다. 그러니 팬들의 팬심은 이중 삼중 덧입혀지고, 두껍다 못해 탄탄해 보이기까지 한다.

 

힙한 글로벌 스타, 더 힙한 국내외 팬

박재범은 명품 브랜드 ‘구찌’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구찌로 치장한 모습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사진=박재범 인스타그램

박재범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봤다. 글로벌 스타답게 게시글 하나에 ‘좋아요’ 수는 대개 10만에서 20만을 가볍게 찍는다. 한국보다 해외 팬의 댓글이 더 많다. 중국어, 일본어, 에스파냐어, 아랍어까지 다양하다.

최근에 업로드한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명품 브랜드 ‘구찌’와 함께한 사진들이다. 박재범은 구찌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패션쇼에 참석해 그때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그중엔 같은 글로벌 앰배서더인 아이유와 함께한 모습도 있다. 댓글 창은 찬양 일색이다.

“구찌는 좋겠다… 박재범이 앰배서더여서”, “역시 명품은 GUCCI, 명품인은 JAY PARK” 같은 한국어 댓글부터 “为你感到骄傲和自豪(네가 자랑스럽고 자랑스럽다)”, “Gucci is lucky to have you guys(구찌는 너희들이 있어서 행운이야)”, “Gucci made the best choice(구찌가 최고의 선택을 했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박재범은 지난해 9월 ‘원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미국 투어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10일)를 시작으로 시애틀(12일), 애틀랜타(14일), 뉴욕(18일) 등 네 개 도시를 돌았다. 물론, 모든 론칭 파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원스피리츠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 시장에 ‘원소주’, ‘원소주 스피릿’, ‘원소주 클래식’ 등 3종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일종의 홍보 투어였던 셈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당시의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영상 몇 가지가 올려져 있다. 재밌는 건 해외 팬들의 반응이다. “Do U deliver to Germany?(독일까지 배달되나요?)”, “Cuando tendremos Wonsoju en Mexico?(멕시코에선 언제 원소주를 마시게 될까?)”, “We need that Wonsoju party, Here in Argentina(그 원소주 파티가 필요해, 여긴 아르헨티나)”, “So where can we buy in the US?(그래서 미국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등의 ‘아우성’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MZ세대에겐 힙한 술로 통하는 ‘원소주’

가수 박재범이 원스피리츠 대표로 팬들 앞에 선 순간이다. 2022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원소주’ 론칭 행사에서 기자들과 팬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힙(hip)하다는 건 뭘까.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라는 의미다. 놀랍게도 국어사전에 등록돼있는 단어다. 영어사전을 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 번째 해석에 ‘유행에 밝은’이라고 표기돼 있다. 종합해 보면 ‘트렌디하다’, ‘핫하다’ 쯤으로 압축할 수 있다. 어찌 됐건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다는 의미다.

박재범은 늘 힙했다. 피지컬이나 춤선, 소셜미디어, 하다못해 제스처 하나까지도. 이들 못지않게 생각도 힙하다. 그는 원소주를 처음 기획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좋은 술이 많은데 사람들이 이를 너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창의성총괄책임자)는 박재범을 ‘타고난 사업가이면서 마케터’로 소개했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가 늘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김희준 CCO는 그가 쓴 책 ‘원소주: 더 비기닝’에서 “(박재범 대표는)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원소주를 만들었고, 전통방식을 따르되 우리 스타일대로 전통을 풀어내면 전통이 가지고 있는 기존 이미지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원소주는 전통주임에도 MZ세대에게 힙한 술로 통한다”고 말했다.


팬이 곧 소비자… 진심은 통하는 법

박재범은 사업도 즐기는 듯 보인다. 타고난 자나 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에겐 못 당한다는데, 박재범이 딱 그 모양새다. 물론 본인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원소주의 첫 팝업스토어는 2022년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렸다. 팬덤을 고려해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 넓은 지하 1층이 팬과 소비자로 꽉 들어찼다. 백화점 측도, 원스피리츠 측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첫날에만 1만 병이 팔렸다. 당시 원스피리츠가 팝업을 위해 준비한 수량은 모두 2만 병. 팝업 운영 기간이 일주일이었는데 첫날에만 절반이 팔린 셈이다. 이에 둘째 날부터 1인당 8병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당연히 2만 병은 완판됐다.

곧이어 3월 16일부터 5일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진행한 두 번째 팝업스토어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픈 전날인 15일 새벽 3시부터 줄이 이어졌고, 매일 1000명 넘는 팬과 소비자가 원소주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역시 준비했던 1만 병은 모두 완판됐다.

단지 호기심에서였을까. 유명 셀럽이 만든 술이니 일단 사고 보자는 마인드가 한몫했을까. 팬 혹은 소비자는 그렇듯 단순하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다. 반대로 유명 셀럽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진 않는다.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원스피리츠는 원소주에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아요. 팝업스토어 이외에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한 적도 없고요. 원소주를 ‘득템’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구매 후기나 시음 후기를 올렸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이어졌죠.”

 

김희준 CCO는 ‘원소주’의 성공에 대해 “소비자와 직접적이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결과로 얻어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GS25에서 남녀 모델이 ‘원소주 스피릿’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팬들은 안다. 누가 진심이고 가식인지. 어떤 게 사업이고 장사인지. 무엇이 소통이고 장난인지. 이름 부르고 소리치며 환호한다고 원하는 걸 다 해주지는 않는다.

대기업 총수도 소셜미디어에 빠지는 시대다. 몇몇 ‘회장님’은 인플루언서 못지않다. 그들의 패션에, 장소에, 소품에 하나하나 눈길이 쏠리고 게시판은 북새통을 이룬다.

박재범은 가수일 때도, 사업가일 때도 소셜미디어를 자신과 일체화시킨다. 늘 그래왔다. 그래선지 자연스럽다. 가수일 때 가수답고, 래퍼일 때도 래퍼답고, 사업가일 때도 사업가답다.

쓸데없는 얘기 같지만 지금의 박재범이 여느 대기업 회장인들 부러울까. 본인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듯 보이고, 오늘보다 더 힙한 내일을 사는 그다. 이쯤 되면 오히려 회장들이 그를 부러워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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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원소주  원스피리츠  인스타그램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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