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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예대마진, 잔치는 끝났다’… 새 먹거리 찾아나서는 은행들

KB 알뜰폰 사업 ‘리브모바일’ 대표적… 신한 ‘땡겨요’‧우리 ‘원비즈플라자’‧하나 ‘앱’‧기업 ‘해외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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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0호 한원석⁄ 2024.04.22 13:01:22

시중은행 ATM 기기가 늘어서 있는 곳을 한 시민이 지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은행권의 예대마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지난 2022년 7월 예대마진에 대한 공시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비이자수익 확대를 주문해왔다. 여기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은행권이 수익을 내기 위한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든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촉진하고 벤처투자,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은행권 업무의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은행권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 리브모바일, 은행권 첫 정식 부수업무 지정받아

KB 리브모바일. 사진=KB국민은행

은행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금융사업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KB Liiv M(이하 리브모바일)’이다. 2019년 4월 금융위원회(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제1호로 지정된 ‘리브 모바일’은 서비스 시행 이후 ▲알뜰폰 사업자 최초의 5G 요금제 및 워치 요금제 출시 ▲24시간 365일 고객센터(실시간 채팅상담 포함) 도입 ▲멤버십 혜택과 친구결합 할인 제공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을 선보이며 알뜰폰 이미지 제고와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최근까지 42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하는 반기별 이통통신만족도 조사에서 2021년 하반기부터 5회 연속 1위를 유지하는 등 소비자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리브모바일은 단순히 알뜰폰 상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가입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으로 급여나 연금 이체 실적을 쌓거나 KB국민카드 결제 실적 등의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요금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등의 혜택이다. 통신요금 결제는 자동납부 비중이 높은데다, 이체나 카드 등과 연계한 서비스로 충성 고객도 확보할 수 있어서 궁합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4월 12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5일 KB국민은행의 부수업무 신고서를 접수하고 알뜰폰 서비스의 은행 부수업무 지정을 공고했다. 부수업무의 내용은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 등에 따른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사업자 및 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로, 지금까지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제공해왔던 알뜰폰 업무다.

이번 금융위 공고로 KB국민은행은 비금융사업을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금융권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은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돼 다른 은행도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4월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업무 외 부수업무로 선정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태료 및 개선 권고 등을 받으며 정식 신고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이후 금융당국은 해당 위반 사유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취소할 만한 중대 사유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어 국민은행이 부수업무로 이를 신청을 완료하면서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다.

KB 리브모바일 관계자는 “이번 부수업무 신고로 금융권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 금융과 통신의 결합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드리고자 했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대단히 기쁘다”며 “앞으로도 고객중심, 혁신성, 시장선도를 최우선으로 소비자에게 색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땡겨요’, 배달앱 틈새시장 ‘공공배달앱’으로 공략

신한은행 땡겨요.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배달플랫폼 사업 ‘땡겨요’로 비금융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땡겨요’는 지난 2020년 12월 리브모바일에 이어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2호로 지정돼 2022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출범 3년째를 맞았다.


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기존 배달앱 3사의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소상공인의 불이익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출시된 ‘땡겨요’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가입자수 260여만 명, 가맹점 12만 곳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서비스 출시 당시 수도권 일부에서만 가능했던 배달 지역도 현재 수도권 전 지역, 부산‧울산 전 지역 및 경남 창원‧김해‧양산 등 부울경 대부분, 대전‧광주‧세종 등의 광역‧특별자치시와 경북 구미‧포항‧경주, 강원 원주‧속초‧고성‧양양 등으로 확대됐다.

‘땡겨요’는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가맹점에는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면제하고 중개 수수료율은 업계 최저인 2% 수준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했고, 이용금액의 1.5%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당일 정산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용자 특화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상생금융’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해 충북 일부 지역에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한 것과 상시 이벤트와 브랜드‧사장님 쿠폰 등 여러 쿠폰을 중복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땡겨요’는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기획부터 출시를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점화된 배달앱 시장에서 상위권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에 이어 ‘무료 배달’까지 도입하는 등 ‘치킨게임’에 나서며 고전 중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공공배달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 8개구(광진‧구로‧서초‧성동‧용산‧은평‧중‧중랑구)와 대전‧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전라남도, 세종특별자치시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들 지역에 가맹점 모집과 홍보 등 플랫폼 운영관리와 온라인 판로확대, 지역 점주들 지원금 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땡겨요’ 앱에서 주문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는 ‘땡겨요 상품권’이 5월중 발행 예정이다. 신규 출시되는 ‘서울페이플러스’ 앱을 통해 15%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른 배달앱과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혜택과 상품도 내놨다. 먼저 이용자를 위해 땡겨요에서 주문 시 신한은행 계좌로 결제하거나 땡겨요 적금 잔액을 30만 원 이상 보유한 경우 최대 20%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영업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대출 심사의 문턱을 낮추고 매일 일정한 금액을 대출해주는 상품인 ‘소상공인 매일 땡겨드림대출’을 내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영 실천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더욱 확장하고 다양한 서비스, 이벤트를 기획해 더 많은 가맹점,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원비즈플라자’ 등 사업 다각화로 비이자이익 확대에 총력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기존 은행 업무 외 부수업무 강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시절인 2022년 9월 출시한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 ‘원비즈플라자’이다. 이는 입찰·계약·발주 등 공급망 관리 업무에 금융을 연계한 서비스로, 지난 2022년 말 5138곳이었던 원비즈플라자 회원사는 올해 3월 말 1만 곳을 돌파했다. 우리은행은 플랫폼 강화를 통해 올해 또 다른 목표인 기업금융 강화와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최근 ‘원비즈플라자’의 1차 고도화 작업이 완료되면서 해당 플랫폼에 ‘공개 입찰’ 기능이 추가됐다. 구매사는 신규 업체 발굴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공급사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 가능하게 됐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이 밖에 ▲예산관리 ▲공급사 탐색 ▲역경매 ▲다자간계약 ▲세금계산서 역발행 ▲시스템 UI/UX 개선 등이 도입됐으며, 납품단가연동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확대 등 회원사들이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원비즈플라자를 이용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을 위해 콘텐츠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먼저 파고다어학원의 외국어 및 업무 관련 교육 콘텐츠를 탑재해 회원사 임직원들에게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온라인 법률상담과 기업회계 관리용 기장대리, 세무신고 컨설팅, 상속증여‧부동산 상담 등 기업경영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추가한다. 서브원이 운영하는 기업 간 거래(B2B) 마켓에서는 제품생산에 꼭 필요한 소모성 자재와 안전용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임직원 복지몰도 회원사 임직원들에게 개방해 우수한 가전제품 등을 임직원에게 특가에 판매한다.

조병규 행장은 “우리은행은 원비즈플라자가 기업 구매관리 디지털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원비즈플라자가 공급망금융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상생 플랫폼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와 서비스를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또 다른 부수업무 사업으로 ‘알뜰폰’도 추진한다. 이미 지난해 알뜰폰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리브모바일의 공식 부수업무 인정으로 우리은행의 알뜰폰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최근 자산관리(WM) 브랜드 강화 및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신탁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신탁·수수료이익을 통한 비이자이익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액자산가 전문 브랜드 ‘투체어스W’ 영업점을 기존 6곳에서 2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나은행, 앱 통해 플랫폼 확장… 기업은행, 해외진출‧벤처투자로 활로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모습.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도 비금융 사업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자동차 경매 전문업체인 카옥션과 손잡고 비대면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원더카 직거래’를 출시했다. 이후 하나은행의 모바일앱인 ‘하나원큐’에 2022년 7월 뮤직박스, 9월에는 스포츠 카테고리를 신설해 앱에서 공연 좌석이나 경기 입장권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야나두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디지털 금융과 교육·스포츠 플랫폼 협력에 나서며 신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외환 거래에 관한 독보적인 노하우를 살려 하나금융그룹 생활금융플랫폼 ‘하나머니’ 앱을 통해 엔데믹 이후 급증한 해외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앱과 연동된 해외 여행 특화카드 ‘트래블로그’가 환율 우대율 100% 적용과 환전·가맹점 수수료 무료를 비롯한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어서다.

이 밖에도 하나은행은 개방형 수장고인 하트원을 통해 미술작품의 안전한 관리와 보관, 처분까지 가능한 신탁서비스를 내놨다. 이러한 ‘아트뱅킹’을 통해 미술품 매매 및 거래 연관 비즈니스, 미술품 담보대출 등 전통적인 예술 관련 서비스부터 자산관리와 결합한 미술품 조각투자 등 혁신금융서비스도 도입한 것이다.

IBK기업은행 로고. 사진=IBK기업은행

한편 IBK기업은행은 해외 진출과 벤처투자로 활로를 찾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9년 중국을 시작으로 2019년 인도네시아, 2021년 미얀마에 진출했다. 기업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업은행은 중국 법인에서 381억 원,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8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기업은행은 9번째 자회사로 IBK벤처투자를 설립했다. IBK벤처투자는 정책형 벤처캐피탈로서 민간 벤처시장을 보완하고 정부정책을 지원해 창업 초기 기업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K벤처투자는 창업 극초기 기업에 집중적인 지원을 펼칠 예정”이라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면 장기적으로 지분투자에 따른 비이자이익 등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폴란드 및 베트남지점 법인전환과 함께 새로운 진출지역 검토를 통해 영토확장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개인금융·비이자 부문과 자회사의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균형성장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비이자부문 강화에 매진하는 이유는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장악력을 앞세워 금융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 은행들도 비금융 서비스에 진출해 맞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결국 은산분리 원칙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규제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연구위원은 이어 “은행규제가 강하고 비은행 규제가 약한 게 현실”이라며 “국회 입법 차원에서 은행‧증권‧보험업법으로 나뉜 금융관련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일한 행위에 동일한 규제를 하는 규제 체계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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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모바일  땡겨요  원비즈플라자  하나원큐  IBK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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