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사브랜드(PB)와 직매입 상품의 검색창 상단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첫 전원회의를 29일 연다. 공정위의 결정은 온·오프라인 유통사의 상품 노출 및 진열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소비자 기만” vs 쿠팡 “고객 원하는 제품 보여주는 것이 유통업 본질”
공정위는 지난 2022년 참여연대 신고를 통해 PB 밀어주기 의혹에 착수했다. 쿠팡이 ‘쿠팡 랭킹순’ 등과 다르게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상단 등에 PB 상품을 우선적으로 노출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공정위는 기본값으로 설정된 ‘쿠팡 랭킹 순’이 실제 판매량, 상품평 등을 객관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니기에 소비자 기만을 통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상품 노출 순서를 정하는 것은 유통사 고유 권한으로,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애플과 삼성 신상 스마트폰, 화장품, 계절성 상품 등 일반 직매입 상품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알고리즘 조작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고객이 ‘아이폰’을 검색했을 때 애플에서 출시된 신형 아이폰을 우선 보여주는 것마저 알고리즘 조작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유통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고, 온·오프라인을 불문한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PB 상품 우대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쿠팡이 PB 자사우대를 통해 사업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관련해 쿠팡은 PB 상품 우대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쿠팡의 가격 추적 앱 ‘역대가’에 따르면 쿠팡에서 판매되는 설탕과 시리얼, 두부 등 주요 가공식품 베스트 PB 상품 44개의 평균 가격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교 대상 44개 품목의 통계청 소비자 물가 상승률(3%)을 감안하면 2배 넘는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물가 안정에 PB 상품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쿠팡은 PB 판매로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쿠팡 측은 “쿠팡 PB를 납품하는 90%는 중소업체로, 쿠팡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우수한 PB 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조2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 확산기에 마스크 가격이 개당 1만 원 이상으로 폭등했을 당시 PB 마스크 가격을 동결해 5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직원 작성 후기 또한 쟁점 중 하나다. 2022년 참여연대는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PB 상품에 구매 후기를 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은 우수한 중소기업의 PB 상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쿠팡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고객에게 분명하게 고지하고 있다”며 “체험단은 고객과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공정하게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 체험단이 작성한 모든 후기는 체험단이 작성했음을 반드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원이 다는 후기는 전체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이외 다른 유통사에서도 직원들이 후기를 작성하는 사례는 존재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세사패TV’, CJ올리브영의 ‘올영TV’ 등도 직원들의 상품 사용 후기를 소개한다.
직원임을 밝히고 사용한 후기에 대한 수요도 존재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상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직원 후기는 꼼꼼하고, 의류나 신발의 경우 직접 착용한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직원 후기를 찾아보곤 한다. 홈쇼핑 채널에서 쇼호스트가 제품을 소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 및 역차별·PB 산업 위축 우려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가 쿠팡에 몰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수백만 개 상품 가운데 원하는 상품을 편리한 UX(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시정명령 등을 통해 로켓배송 상품의 노출이 제한받을 경우, 원하는 상품 검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갤럭시’를 검색했을 때 상품 순서를 조정할 수 없다면, 신제품이나 사전예약 상품보다 스마트폰 케이스나 액세서리류가 뜰 수 있다.
최근 정부는 KC인증을 받지 못한 상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했다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여론에 정책을 철회한 바 있는데 로켓배송의 상품 추천과 접근성이 제한될 경우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 편의 증진을 위해 내놓은 서비스는 일괄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사와의 역차별 우려도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입구 쪽에 계절상품 및 할인 상품, 계산대엔 껌, 초콜릿 등 충동 구매 상품을 배치하는 등 진열에 공을 들인다. PB 상품 매출이 훨씬 큰 오프라인 유통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 없이 온라인 채널에만 규제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뉴스룸 반박자료를 통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는 대부분의 인기 PB 상품을 매출이 최대 4배 오르는 ‘골든존’ 매대에 진열하는 상황에서 쿠팡 PB 진열만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했다.
PB 상품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PB 산업 경쟁력이 위축되고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쿠팡의 PB 상품은 대기업 반값 수준의 제품이 많다. 일반 대기업 브랜드의 고추장, 된장 1kg 제품 평균 가격은 1~2만 원대에 이르는데 쿠팡 PB 상품은 6000원~8000원대다. 쿠팡의 PB 상품 매출은 전체의 5%에 불과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에 자취생, 주부 등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도 고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현장을 찾아 “가성비 좋은 PB 상품 발굴에 힘써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밖에 유통업체의 검색 결과에 기계적인 중립성을 강제한다면,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과 중소업체의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PB 상품 파트너사와의 상생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엔 PB 상품 파트너사를 초청해 품질관리 세미나를 열고, 지역 농산물 중소상공인과의 파트너십 강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29일과 다음달 5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PB 상품 우대 의혹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쿠팡 측은 “전원회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