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위치한 HB갤러리에서는 1월 25일부터 이록 작가의 개인전 '초형상 : 탈각된 자아;가 열린다. HB갤러리는 산지갤러리 by HB Lab의 새로운 이름으로, 참신하고 유망한 국내외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이번 전시에서도 주목받는 신진 작가 이록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록 작가는 부산 출신의 신진 작가로,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대담한 화면 구성, 형태의 왜곡을 통해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사한다. 부산 예술대학에서 수학한 뒤 IT와 패션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9년, 39세의 나이에 다시 미술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붓을 들었으며, 대가들의 작품을 오마주하며 추상화와 인물화 작업을 독학으로 연구했다.
이록 작가는 SNS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21년 부산 해운대 오션갤러리에서 첫 개인 초대전을 열었다. 그 후 갤러리 더 스카이에서 두 번째 개인전 전 작품 매진을 기록하며, 2022년부터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2023년에는 두 번째 키아프와 해외 전시를 열었으며, 2024년에는 부산시, 부산은행 등과 협업하며 양산 시립 미술관 설립을 위한 소장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 '초형상 : 탈각된 자아'는 왜곡을 통해 형상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자아의 한계점을 탐구하는 이록 작가의 실험적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왜곡되고 뒤틀린 자화상을 통해 ‘나’가 나일 수 있는 지점을 가늠하고, 자신의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는 ‘닮음’을 넘어서, 왜곡된 형상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려는 작가의 도전의식을 담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인물화의 중심 과제는 대상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 즉 ‘닮음’에 있었다. 그러나 사진의 발명으로 닮음의 역할이 대체되었고, 이제는 SNS 필터 및 보정 문화의 확산으로 사진마저 ‘닮음’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이록 작가는 ‘닮음’ 대신 ‘비틀림’을, ‘재현’ 대신 ‘변형’을 선택한다. 작품 속에서 그는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재구성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의 작업은 외형의 변화와 재조합을 통해 변형된 형상을 제시하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관람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록 작가는 자기 정체성의 경계를 허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해석되는 자아의 모습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아 탐구를 넘어, 기술 발전이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반영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의 필터와 보정 문화가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왜곡까지 일으키는 현상을 암시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관람자들은 이록 작가의 실험적 작업을 통해 자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