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오⁄ 2025.02.20 16:37:12
혁신 신약(First in Class, FIC).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성공률도 높지 않다. 심지어 시장에 내놓더라도 가져올 수익은 불분명하다. 이처럼 여러 악조건에도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가 있다. 3대 혁신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는 대웅제약이 그 주인공이다.
혁신 신약은 대웅제약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키워드 중 하나다. 국내 바이오 신약 1호인 이지에프를 시작으로 오랜 연구개발 끝에 시장에 내세운 신약들이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 혁신 신약으로 불리는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가 대표적인 예다.
나보타의 경우, 지난해 매출 18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대웅제약이 독자적 기술로 5년간의 연구개발(R&D)를 통해 개발한 보톨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는 2014년 시장에 첫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9년 아시아 보톨리눔 톡신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현재 세계 최대 보톨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13%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 외 영국·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과 더불어 중남미·중동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신약 후발주자인 펙수클루와 엔블로도 나보타의 뒤를 이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펙수클루는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3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대웅제약에서 2008년부터 13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자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34호 신약으로 지정됐다.
펙수클루는 2022년 7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출시 약 2년만인 지난해 국내외 합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오늘날까지도 해외 진출 영역을 넓혀가며 급성장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2027년까지 펙수클루를 100개국 이상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엔블로는 2023년 5월 출시로 대웅제약의 3대 혁신 신약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왔다. 국산 36호 신약으로 지정된 엔블로는 대웅제약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SGLT-2(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나트륨 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엔블로는 출시 첫 달에만 27만 정이 처방됐다. 또한, 월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향후 전망도 밝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올해 해외 15개국 이상 시장에 엔블로를 출시할 계획이다.
■ 최대 실적 경신… “혁신 신약 개발 위한 투자 지속”
“지속적인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이는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가 지난 10일 2024년 실적발표를 하며 밝힌 말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은 1조 2654억원, 영업이익은 16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각각 3.6%, 23% 오른 수치다. 이 결과를 만든 데는 대웅제약의 3대 혁신 신약이 함께했다. 3대 혁신 신약으로만 지난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가 전체 매출의 25% 가량 차지한 셈이다.
대웅제약은 이외에도 여러 혁신 신약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가 밝힌 지속적인 혁신 신약 개발 의지를 증명하듯 매년 총 매출의 15% 이상의 금액을 신약 연구개발비에 쏟아붓고 있다.
이런 투자는 결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 ▲항암제 후보물질 ‘DWP216’ ▲중증 간 섬유증 경구용 신약 ‘DWP220’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치료제 후보물질 ‘DWP213388’ ▲치성 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DWP212525 등을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약보국(醫藥報國,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의 경영이념으로 앞으로도 좋은 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