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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2주년’ SK그룹, 혁신 DNA는 현재 진행형

1953년 직물로 시작…정유·정보통신·반도체·AI까지 포트폴리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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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4.11 09:50:46

SK그룹이 창립 72주년(4월 8일)을 맞았다. SK는 기업의 창업정신과 경영철학을 되새기며 또 한 번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MS 기반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

SK의 모태인 '선경직물'의 수원공장 초기모습. 사진=SK네트웍스

재계에 따르면 SK는 창립 72주년 전날인 4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해 창업정신을 기린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1953년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에서 시작해 1980년대 섬유에서 정유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성장의 기초를 다졌다. 선경직물 설립일인 4월 8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았고, 추모식이 열린 선혜원은 최 창업회장이 1968년 사저로 매입한 뒤 1973년 별세할 때까지 머무른 곳이자, 최태원 회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SK 서린 사옥. 사진=SK

이후 행복연수원과 회의시설로 활용되다가, 2022년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해 올해 ‘SKMS연구소’ 서울 분원으로 재단장된다. SKMS(SK Management System)는 최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SK 고유의 경영관리 체계다. 최 선대회장은 서양의 합리적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MS를 정립했다.

관련해 생전 최 선대회장은 “SKMS(당시 선경경영관리체계)는 기업경영에 관한 본질과 방향을 정리한 경영 기본이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기능인 경영관리 요소로 구성됐다. SKMS는 실제 경영에 관한 오랜 경험과 상당 기간에 걸친 연구·노력으로 정립된 우리 기업의 독특한 경영기법”이라며 “선경의 임직원은 이를 보다 깊이 이해·숙지하고 경영도구로 활용해 우리 경영에 뿌리를 내리도록 함은 물론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영 철학을 기저에 두고, SK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1990년대 정보통신, 2010년대 반도체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현재 자산 기준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선경실록’ 등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에 기여

1969년 수원 선경직물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시찰하는 고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 사진=SK

선경직물을 창립한 최 창업회장은 국내 첫 직물 수출 기록을 쓴 데 이어 아세테이트·폴리에스테르 공장 건립, 1973년 워커힐 호텔 인수 등으로 사세를 넓혔고, 선경직물을 기업집단 ‘선경그룹’으로 성장시켰다.

1973년 최 창업회장 별세 후 친동생인 최 선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에 성공하며 SK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측과의 오랜 교분을 발판으로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국내에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이뤄냈다. 선경은 석유공사의 이름을 ‘유공’으로 바꾸고 화학과 소재, 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또한 최 선대회장은 차기 주력사업으로 정보통신을 낙점하고 1984년 미국 주재 미주경영기획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들었고, 1991년 ‘대한텔레콤’을 설립했다. 이듬해 정부의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공모해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특혜설에 이를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이후 2년 뒤 정부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 공개 입찰에 참여, 4370억원으로 지분 23%를 사들이며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1991년 6월 유공 울산콤플렉스(CLX)를 방문한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사진=SK

최 선대회장의 도전적인 행보는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끄는 데에 기여했다. 이는 SK가 창립 72주년을 앞두고 디지털 복원에 성공한 이른바 ‘선경실록’을 통해서도 읽힌다. SK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복원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3월 말 완료했다.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 7620건, 13만 1647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선경실록엔 최 선대회장의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 된다”며, 한국의 관계지상주의를 깨자고 임기 내내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는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성공 과정을 미리 예견한 듯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했다.

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SK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우리나라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된다”며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선구안을 보였다.

이 밖에도 타 그룹 총수들과 산업 시찰에서 나눈 대화, 외국담배회사가 한국 내 유통 협업을 제안하자 “비즈니스는 결국 신용”이라며 거절한 일화, 김장김치 보관법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디오 테이프에 남아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SK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최태원 회장 “도전과 혁신 DNA 이어간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SK의 도전과 혁신 DNA는 현재 최태원 회장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98년엔 그룹명을 ‘SK’로 바꾸고 새 도약을 선언했다. 그해 별세 뒤 장남 최 회장이 SK 수장에 올랐다.

최 회장의 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딥 체인지(Deep Change)’로, 근본적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승부사 기질을 지닌 그는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두 축으로 하는 SK의 사업 구조를 발판 삼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겨냈다.

특히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3조 3747억원에 인수하며 그룹에 변혁을 이끌어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012년 SK하이닉스를 출범시켰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SK의 지원에 힘입어 매년 R&D로만 조 단위 금액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현재 10년 넘게 독자개발해온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 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6세대 HBM인 12단 양산 진행을 비롯해 7세대 HBM4E도 적기 공급해 HBM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창립 72년을 맞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를 ▲미국발 관세전쟁 ▲관세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AI 등 ‘삼각파도’로 정의했다. 관련해 4월 2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미래세대와의 AI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트럼프가 관세를 올려 공장을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옮기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백그라운드 기술이 없으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SK도 글로벌 전쟁을 하려면 힘들고, 상대의 목을 치려면 팔을 내어준다는 각오로 도전하고 쟁취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를 '삼각파도'로 정의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AI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AI 토크 콘서트에서 “대형언어모델(LLM) 형태의 AI 설루션을 만들고 텔코(통신용) 관련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모델을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월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이하 TPD) 2025’에서는 “현재 AI 활용이 금융과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 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분야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 등 강점을 결합하자”며 국제적인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빅테크와 만나 AI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선제적인 리밸런싱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도와 혁신은 언제나 어렵다.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릴 것이니 함께 나아가자”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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