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4.22 14:02:04
뷰티테크 기업이라는 전략 전환에 힘입은 에이피알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뷰티업계 3위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7228억원, 영업이익 1227억원을 기록했다고 3월 10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8% 급증해 업계 3위인 애경산업(6791억원)을 제쳤으며, 영업이익도 1227억원으로 전년보다 17.7% 늘었다.
이는 뷰티 디바이스 부문의 급성장뿐 아니라 뷰티 디바이스 부문이 기존 화장품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3126억원)와 화장품(매출 3385억원) 부문은 전년보다 각각 44.6%, 58% 증가하며 회사의 성과를 주도했다.
특히, 북미 등에서 메디큐브 화장품과 ‘부스터 프로’ 등 뷰티 디바이스가 현지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해외 매출도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아마존에선 에이피알의 ‘제로모공패드’가 토너·화장수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장품 아닌 디바이스로 돌파...뷰티테크로 K-뷰티 판도 흔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역량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해온 에이피알은 타 업체들과 달리 화장품 자체보다 ‘뷰티 디바이스’를 주력으로 2021년부터 홈케어 뷰티 시장을 공략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다른 뷰티업체들이 화장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동안,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를 주축으로 성장을 가속화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뷰티 디바이스만으로 전년 대비 44.6% 성장한 3126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2021년 도입된 디바이스 부문이 회사의 주요 캐시카우이자 성장원으로 부상한 것이다.
에이피알은 2021년 당시 '홈코노미(Home+Economy)'가 부상하면서 집에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관리하는 '홈 뷰티(Home Beauty)'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사는 "이러한 트렌드가 자리 잡기 시작한 데에는 뷰티 디바이스가 그 중심에 있고, 발전하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홈 뷰티 디바이스의 발전을 촉진했다"면서,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는 의료기기 전문 기업, 전자기기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화장품 기업까지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는 홈케어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를 출시하고 신제품 개발, 판매 전략 개선 및 고객 피드백 분석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2021년 안티에이징 홈 뷰티 디바이스 출시 이후, 그간 회사의 강점으로 꼽혀온 마케팅 전략과 대중적 가격대가 시너지를 발휘하며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는 국내 시장점유율 부문 1위로 올라서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에이피알 디바이스 사업의 특징은 신제품 출시에 따라 판매 실적과 객단가의 성장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존 주력 제품의 매출 위에 단가가 높은 신제품 실적이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에이피알이 지난해 출시한 부스터 프로에 마케팅 역량 등을 집중했음에도, 기존작 부스터힐러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신제품 추가에 따른 탄력적인 성장세가 확인됐다. 이후 기존 부스터 프로보다 21% 높은 ASP(자사 몰 일반 할인가 기준)를 가진 울트라튠 40.68을 비롯해 HIFU 제품까지 출시하며 제품 다각화와 수익성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쿠션과 비누 등 화장품 제품을 중심으로 출발한 에이피알은 2024년 1분기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홈 뷰티 디바이스가 45%, 화장품 및 뷰티가 44%, 기타 패션 즉석사진 부스 부문이 11%를 차지할 만큼 디바이스 부문이 주요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에이피알 뷰티 디바이스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300만 대를 돌파했고, 그중 ‘부스터 프로’는 단독 모델로 100만 대 판매 이상 판매됐다. 뷰티 디바이스와 함께 에이피알이 개발한 뷰티 통합 플랫폼 에이지알 앱도 출시 3년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수가 70만 건이 넘었다.
에이피알 뷰티 디바이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3년 기준 약 32%로 추정된다. 국내 경쟁 브랜드로는 LG전자 프라엘, 동국제약 센텔리안 등이 있으나, 상위권 브랜드의 관련 매출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비춰볼 때 에이피알의 디바이스 부문은 경쟁력있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상, R&D부터 제조생산까지 밸류체인을 통합하여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뷰티테크 주도권 잡은 에이피알, 기존 화장품 부문으로 시너지 확대
국내 1위 뷰티 디바이스 기업의 입지를 확보한 에이피알은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글로벌 B2B 채널이 올해 성장세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에이피알의 화장품 부문도 디바이스와 함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 메디큐브 브랜드는 더마 화장품 컨셉으로 포지셔닝하여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메디큐브 엑소좀샷 등의 히트 상품은 디바이스와 함께 판매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에이피알의 매출 비중 추정치는 디바이스 40.5%(-2.8%p YoY), 화장품 54.3%(+7.5%p YoY)로 올해는 화장품의 압도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에이피알은 미국 시장에서 히트 제품 제로모공패드, PDRN 앰플, 클렌징 오일의 아마존 채널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화장품 사업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B2B 부문에서도 유통 파트너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등 90개 이상 국가로 빠르게 유통망 확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기반이 화장품의 매출 성장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큐텐 등 기존 온라인 채널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돈키호테와 같은 오프라인 채널로도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개화 단계인 점, 주요 해외 시장에도 디바이스 제품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점, 디바이스와 화장품의 통합된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화장품을 먼저 경험한 고객이 디바이스 구매로 확장될 수 있는 전환 구조인 점,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따라 개선된 광고 효율과 트래픽이 디바이스로 전이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디바이스 판매 호조가 추가적인 상승 여력으로 남아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