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5.11 20:44:24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5’가 5월 1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프리즈 뉴욕(Frieze New York)과 타이페이 당다이(Taipei Dangdai) 등 세계 주요 아트페어와 같은 시기에 개최된 올해 아트부산은, 보다 정제된 갤러리 구성과 실험적인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동아시아 주요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국내외 109개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 미술 애호가 등 6만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단순한 미술 판매를 넘어, 도시 전역을 무대로 예술과 사람,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복합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올해 아트부산은 갤러리 참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젊은 갤러리와 작가를 적극 조명하며 콘텐츠의 깊이와 국제적 연결성을 확대했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아라리오, 조현화랑 등 국내 대표 갤러리뿐 아니라, 캐나다(CANADA), 마시모데카를로(MASSIMODECARLO), 코타로 누카가(KOTARO NUKAGA) 등 글로벌 갤러리들이 아트부산을 통해 아시아 컬렉터와의 접점을 넓혔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미술시장도 불황기를 겪는 가운데, 참여 갤러리의 판매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제갤러리는 아트부산 2025에서 여러 작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였다. 그중 주요하게는 김윤신의 회화 〈내 영혼의 노래 2011-9〉(2011)와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 2019-14〉(2019)를 판매하였으며, 이번 부스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로터스 강의 신작 〈Mesoderm (Echo III)〉(2025) 또한 판매 성과를 거두었다.
여러 갤러리에서 세일즈 성과를 공개했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주요 회화 및 조각 작품 3점을 판매했으며, 갤러리현대는 김보희의 전 출품작 12점을 전량 판매했다. PKM 갤러리는 윤형근, 샘바이펜, 이원우, 홍영인 등 주요 작가의 작품이 모두 판매되며 전시 성과를 입증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코헤이 나와, 권오상, 유키 사에구사 등 주요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총 30여 점을 판매했다.
제이슨함은 8년 연속 아트부산에 참가하고 있으며, 작가 소개와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제이슨 함 대표는 “아트부산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고객과의 지속적인 대화, 지역 기관과의 협업, 그리고 영남권 주요 도시 컬렉터들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한 자리”라며, “해운대라는 지역 특유의 국제성과 활기 속에서 실험적 작업과 커머셜한 작품을 균형 있게 선보일 수 있었고, 우르스 피셔, 마이클 리, 한지형 등의 작품을 미국 및 아시아 컬렉터에게 판매했다”고 밝혔다.
서정아트는 부산아트위크와 협업한 이미주 작가의 대표작을 비롯해 피정원, 루수단 히자니쉬빌리 등 전속 작가의 주요 작품을 판매했으며, 소프트코너와 쿠루 갤러리가 협업 출품한 이재진 작가의 작업은 전량 판매되며 컬렉터의 높은 관심을 확인시켰다.
신생 갤러리 피에스 센터는 권지영 작가의 도자 조각 시리즈 ‘멍울’ 전 출품작을 해외 컬렉터에게 판매했으며, 이 중 일부는 유럽 및 아시아의 주요 컬렉터 그룹 및 기관 전시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일본 작가 키쇼 카쿠타니와 아루타 수프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고, 해외 참가 갤러리 CANADA는 “캐서린 번하트와 캐서린 브래드포트의 대형 회화가 좋은 컬렉터를 만났고, 브래드포트의 다른 연작은 현재 미술 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소 갤러리에서도 의미 있는 반응이 이어졌다. 갤러리 명에서는 구자승, 배준성, 조창환 작가의 작품이 8500만 원대 2점, 3500·2000·1000만 원대 각 1점씩 판매되는 성과를 기록했으며, 갤러리 헤세드는 김펄 작가의 솔로 부스로 참여해 주요 40호 작품 전량이 판매되었다.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키마 작가의 전 출품작이 모두 판매 완료되었으며, 잭슨 심과 함께 현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리안갤러리, 리나갤러리, 갤러리엠나인, 사월갤러리, 비트리갤러리, 갤러리우, 맥화랑 등에서도 전시를 통해 안나박, 윤종숙, 김준식, 채성필, 안리오, 권용래, 이상원, 요시무라 무네히로, 한충석 등 작가들의 작품에 활발한 문의와 관심이 이어졌으며, 일부는 판매로도 이어지는 등 현장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3년 만에 아트부산에 복귀한 아라리오 갤러리의 강소정 총괄 디렉터는 “참여한 모든 부스의 작품 수준이 높았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팀의 기획력이 돋보여 쾌적한 페어였다. 타 지역 및 해외 컬렉터의 방문이 예상보다 많아, 단순한 세일즈를 넘어 작가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올해 다시 부산을 찾은 소시에테(베를린)의 마리우스 빔스 디렉터는 “이번이 아트부산 세 번째 참여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관람객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컬렉터와의 관계를 탄탄히 다지는 데에도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앞으로도 더욱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FUTURE 섹션에는 총 19개 이머징 갤러리가 참여했다. 젊은 갤러리를 육성하기 위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올해 첫발을 뗀 '퓨처 아트 어워드'에는 WWNN 소속 제프리 청 왕(Jeffrey Chong Wang)이 선정되었다. 그의 출품작은 전량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 기반 작가 7인과 홍티아트센터가 협업한 ART ACCENT 전시 역시 참여 작가 1인에게 다음 해 단독 부스 참가 기회를 제공하며 실질적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특히 최민영 작가의 회화 작업 전량을 포함해 다수 참여 작가의 작품이 고르게 판매되며, 지역 신진 작가들이 상업 플랫폼과 실질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페어 한 가운데 위치해 유독 많은 인파를 끌었던 CONNECT특별전 중 주제전은, “영토와 경계” 를 주제로 라인문화재단 고원석 디렉터가 주도하고 해외 기관과 협업해 김옥선, 권도연, 김상돈, 알렉산더 우가이, 호우이팅, 박기원 6인의 작가를 조명했다. 주제전 외에도10개의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도모헌 야외 정원에는 조각가 정현의 대형 장소특정적 설치작이 전시되었다. 갤러리 부스 외 공간에서 예술적 실험을 확장한 이 기획은 아트페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토크 프로그램 CONVERSATIONS는 도쿄 겐다이, 개러지 현대미술관, 서퍼클럽 홍콩, 베를린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총 9개 세션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선보였다. 한국과 아시아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또 아시아, 유럽, 러시아를 아우르는 세계 각지의 기관 관계자와 동시대 예술의 지형과 협력의 방향성을 다각도로 조망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여러 해외 컬렉터 및 어드바이저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컬렉터이자 기업가인 파비앙 파코리(Fabien Pacory)는 3일간 페어장을 찾고 VIP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했다. 주중 프랑스상공회의소 부회장이자 까이에 다르(Cahiers d’Art) 중국 앰배서더이기도 한 그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컬렉터로서 작가를 지원하고 미술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부산은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특색 있는 페어이며, 이 정체성을 더 살려간다면 더욱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실험적 미술이 가장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지금, 한국·중국·일본 간의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가 주목한 작가로는 이수진, 신교명(Roy Gallery / CONNECT), 최민영(ART ACCENT), 박진규(oaoa / FUTURE), 상히읗(FUTURE), 이건용(이산갤러리), 귄터 포그(Gunther Forg / Gana Art) 등이 있다.
아트부산 컬렉터 투어 프로그램 중 하나로 운영된 ‘빌라오몬도 컬렉터 비짓’도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광안리에 위치한 부티크 아트호텔 ‘빌라오몬도’는 ‘한국의 미’, ‘지중해 스타일’, ‘프렌치 앤틱’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 공간으로, 정윤하 부부의 개인 컬렉션이 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 공간은 컬렉터들에게 특별한 감각의 장소로 소개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컬렉터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트 자카르타 VIP 디렉터, 하디프 아흐마드 얼판다 (Hafidh Ahmad Irfanda)는 “아트부산에서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비트리, 국제, 카린, 조현을 비롯한 여러 갤러리와 김민욱 작가 스튜디오, 도모헌의 커넥트 전시, 그리고 미술관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해준 아트부산에 감사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정석호 아트부산 대표는 “아트부산 2025는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술과 도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판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지역성과 국제성을 함께 담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가 확장 가능한 플랫폼임을 보여주고자 한 목표가 성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밝혔다.
행사 기간 중 부산 전역에서 펼쳐진 부산아트위크(Busan Art Week)는 시민과 관람객 모두가 도심 곳곳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동 기간 개최된 부산아트위크는 아트부산 종료 이후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며, 도모헌 야외 조각전시를 포함해 부산 곳곳의 참여 기관 및 제휴 업체를 방문하면 전시 관람과 함께 다양한 예술 체험 프로그램과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트부산 2025는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예술의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국제 플랫폼으로서의 도약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