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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 “미술관은 평등한 공간이었나? 다원예술, 융복합 전시로 실험성·다양성 실천”

2025년 8건의 전시 개최...다원예술, 융복합 전시로 미술관·현대미술의 역할과 가능성을 조명하고 사회적 포용성 실행에 옮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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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5.29 15:16:57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은 올해, 현대미술의 소통 강화와 대중 친화를 위한 블록버스터 전시, 배리어 프리 전시 등 예술의 확장성과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전시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개막해 올해 3월 16일 막을 내린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은 부산 지역에서 최초로 백남준의 작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지난 4월 12일에 개막해 6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은 생태 환경과 자연 문제를 다양한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지난 5월 3일 개막한 ‘열 개의 눈’은 예술의 감각적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성에 주목했다. 국내외 장애·비장애 예술가 20명이 참여해 다양한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관의 공공적 역할을 확장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러한 실험과 시도를 맨 앞에서 이끈 리더이다. 우리 곁에서 삶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로서 부산현대미술관의 현재와 미래를 강 관장에게 들었다.

열 개의 눈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열 개의 눈' 전시 전경.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먼저 2025년 부산현대미술관의 중점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을 강화하며 접근성, 다양성, 포용성을 확대하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장애, 비장애 예술가들의 배리어 프리 전시 ‘열 개의 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신체와 감각의 영역을 창조적으로 탐색하고, 부산 지역 내 치매센터들과 협업으로 치매 노인들을 위한 교육도 올해 처음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중 관객을 위해 작년에 개편 신설한 안내, 판매, 휴게를 위한 로비 시설들과 올 하반기에 옥상 식당을 완료하게 되면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정비됩니다. 난해한 현대미술의 대중 접근성을 높이며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관람객들의 개별적인 체험과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시아 최초 블록버스터 전시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과 같이 대중 친화적인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올해는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수용하는 다원예술, 건축, 영화 등 크로스 장르의 전시를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설치 등 융복합 다원예술 전시 ‘초록전율’을 개최했습니다. ‘2025 부산모카 플랫폼’은 ‘나의 집은 나’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주거 형식의 대안적 건축을 제안하고, 격년제 전시 ‘2025 부산모카 시네미디어_영화 이후’에서는 영화의 미학적 유산과 영상매체를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의 확장을 다룰 예정입니다.”

소장품섬 최찬숙 밋찌나. 1942년 버마 밋찌나로 동원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을 다루는 프로젝트이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부산 지역 대표 미술관으로서 어떤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천연기념물 179호 생태공원 을숙도라는 입지는 미술관 정체성 형성에 주요한 요소로, 부산현대미술관은 ‘생태적 상상력’, ‘상생’의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관 5주년인 2023년 시작한 두 개의 정례 전을 시작, ‘부산모카 플랫폼’은 다학제 팀이 제안한 창조적 융합 프로젝트를 공모로 선정해 미래 사회로 이어지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성찰을 공유하고,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는 영화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방식의 전시를 통해 생태, 영화, 역사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년에 대규모로 개최한 로컬리티 주제의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으로서 지역성에 기반한 특성화된 주제를 개발해 전 세계적인 이슈들과 연결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ESG를 실천하는 친환경 미술관 구현을 위해 애쓰고 계시는데 미술관이 ESG를 추구하는 이유와 이를 실천하는 예술적 방법이 궁금합니다.
“ESG 실천은 급변하는 세계와 인류 문명사에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자각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팬데믹 이후 ‘지속가능한 미술관’은 전 세계 모든 미술관의 관심사이기도 했지만, 생태공원 속 미술관이라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입지는 이 문제를 더욱 일관성 있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팬데믹 이후 환경, 생태에 대한 미술관의 실천적 행보를 제시한 2021년 ‘지속 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은 국내외 미술관들에 큰 파급력을 끼쳤습니다. 개관 5주년인 2023년 부산현대미술관은 문명사적 변혁기에 직면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 모색을 위해 한해 전체 프로그램들을 ‘환경, 기후, 생태’ 문제로 특화해 편성했습니다.

두 건의 신설 정례전 외에,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전은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비판적 관점에서 조명, 동시대에 유효한 예술 생산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담론, 예술 실천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시민참여 행사, 워크숍, 토크로 구성된 ‘지가미지가미’를 실시했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생태버스투어’, ‘미술관의 생태탐험기’, ‘씨앗이 톡톡 쏙쏙’, ‘공생체블록 분해실험’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도서 프로그램으로는 ‘우리 동그라미’라는 제목 하에 ‘생태도서코너’, ‘새나라의 어린이’ 등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개관한 카페는 부산현대미술관 야외정원에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자연과의 상생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한 야외 파빌리온 전시 ‘Re:새-새-정글’의 종료 후, 기존 27톤의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던 작품을 재활용한 ‘Re:새-새-의자’ 프로젝트를 가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8년 개관 10년까지 1천여 점의 소장품 수집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 미술관으로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요.
“부산현대미술관은 7년 차를 맞이한 신생미술관으로 현재 327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관 핵심 기능과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4년 「소장품 수집 10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그에 따른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10개년 소장품 수집 계획은 수집 기준, 분야, 주력 수집 범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였으며 2025년은 1단계(2025~2027)로 현대미술 활성화를 위한 국내 청장년 작가 작품과 국제무대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펼치는 해외 작가 작품을 중점으로 수집할 계획입니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근간이 되는 자산으로, 소장품에 대한 밀도 있는 조사 연구, 전시, 교육, 학술, 출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소장품섬’이라는 소장품 전용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남준 전, 로봇가족 시리즈.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백남준 전,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백남준 전,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 사진=부산현대미술관

-지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은 관장님 이하 학예사들이 얼마나 애썼는지 노력이 묻어났어요.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었으며 특별히 도움을 준 미술관은 어디였나요.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인 만큼 설치, 영상, 자료 등 총 160여 점을 백남준아트센터를 비롯하여 총 9개의 기관(개인 소장가 포함)에서 대여했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백남준 소장품이 전무해, 이 전시는 공공의 자산인 기관 소장품들과 전문인력들이 이루어낸 결실이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들과 연구 성과가 바탕이 되어 짧은 기간 큰 규모의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대여를 위해 세부적인 협의와 일부 설치 작품을 제작 당시의 작품으로 재현하기 위한 적절한 TV 등 기자재와 재료 수급, 국내외 테크니션 초청, 매뉴얼 숙지 등 다소 까다롭고 세심한 과정을 가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부 대여 작품의 보존, 수리가 선행되어야 함에 따라 CRT TV를 수리, 복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TV와 기자재들이 60년대에서 9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구형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TV들을 200대 이상 조립하고 작동시켜야 했습니다.”

백남준 전 기획의도와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강승완 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어려운 백남준 특별전을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인 ‘백남준’의 이름 석 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의 예술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볼 기회가 부산에선 없었습니다. 백남준은 인공위성과 TV 등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술발전이 인간 사이의 ‘소통’과 ’연결‘을 확장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놀랍게도 백남준은 이미 60여 년 전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정확히 예언했는데, 인터넷과 글로벌 미디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언급이 그것입니다. 이 전시는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될 기회가 드물었던 1960년대 작품과 각종 자료를 비롯해 1980년대 로봇 조각과 대규모 비디오 설치작품, 그리고 2000년대에 이르는 전 생애 작품들을 망라하는 백남준 사후 국내 최고 규모 회고전이었는데요.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종·횡단하며 종교, 사상, 문화의 이질적인 것들이 융합, 공존하는 ’인류공동체‘를 지향했던 백남준의 선구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시였습니다.

관객들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작가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기회가 되었으며, 금세기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전시가 무료 관람인 것도 놀랍다는 반응이었죠. 지금 봐도 힙하다며 작가가 만약 지금도 생존했다면 현대 기술을 통해 또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전시 전경.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데 소개해주시고, 미술관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육프로그램은 대중 친화적이고 포용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예술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전 연령대가 함께 경험하고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연령 계층별 정례프로그램으로 어린이 대상 <꼼지락>, 시니어 대상 <사부작 사부작>, 청소년 대상 <진로 체험프로그램>과 전시와 연계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체험과 예술을 통해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와 예술의 연결고리로서, 자연과 생태 친화적 교육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자 합니다.”

초록 전율 전, 곽소진, 무빙그라운드.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초록 전율 전, 이수진, 폴리포니클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미래의 미술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 정립과 개방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뿐 아니라 지역과 글로벌을 연결하며 미술관이 지향하는 의제들을 공유하고 확산시켜야 합니다. 미술관 개관 5주년인 2023년에 전시 라인업을 환경, 생태, 기후 관련 전시들로 전시 프로그램들을 구성한 것도 이 이슈들이 지역의 당면 문제이자 글로벌 이슈에 부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입지 자체가 이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죠.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들과 미술관 활동들을 통해 미술관이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곳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은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과 역할을 탐색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번 전시는 다원예술의 다양성에 주목하여 설치, 영상, 퍼포먼스, 사운드아트 등이 결합한 다채로운 작업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또한 ‘열 개의 눈’은 부산 현대미술관 최초의 본격적인 배리어 프리 전시로, 장애·비장애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장애·비장애 모두의 관람객을 위한 전시입니다.

마지막으로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에서 미술관의 대중화,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연령별, 계층별 특성화된 다양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 실행해야 합니다. 미술관은 삶의 일부로 감성을 향유하고, 가치를 발견하며, 지식을 습득하고, 신체적 정신적 충전을 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모든 이들의 삶의 일부로서 미술관의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는 강승완 관장. 사진=부산현대미술관

화려한 전시로 관람객을 흥분시켰던 부산현대미술관은 하반기에도 시선을 끄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7월에는 스웨덴 힐마아프클린트재단과 일본 동경국립미술관과의 협력으로 스웨덴 출신의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아시아 최초 순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최근 10여 년간 북미와 유럽 주요 미술관에서 조명되며 서구 최초의 추상 미술 작가 중 하나로 미술사의 지형을 재편한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 완전한 소환’ 전은 작가의 작업 140점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작가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기쁘게 변화하고 확장되었는지를 조망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있다. 2023년 ‘부산현대미술관 시네미디어_영화의 기수: 섬, 행성, 포스트콘텐트존’으로 첫선을 보인 격년제 전시 ‘부산현대미술관 시네미디어’가 9월 두 번째로 열린다. 이 전시는 영화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영화의 미학적 유산을 반영한 무빙이미지와 설치 작품을 통해 영화가 전기 공간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동시대 미술의 일부로서 영화라는 매체가 축적해 온 성질, 구조, 담론의 흐름을 따라가며, 극장과 미술관의 공간적 공존과 전이의 체험을 동시에 선사한다.

11월에 열리는 2025년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_나의 집이 나’는 현대미술과 건축을 연결하며 공모로 선정된 다학제팀의 전시로 열린다. 전시는 집과 가족, 거주의 개념을 탐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서적 교감 방안을 모색한다.

강승완 관장이 이끄는 부산현대미술관,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형식 확장을 수용하는 다양한 기획 전시가 관람객과 미술계에 어떤 감동을 선물할지 기대해 볼만 하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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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열 개의 눈  초록 전율  ‘힐마 아프 클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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