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6.04 18:35:00
“이번 전시는 더 진화되고 내면성이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100호 미만 50호 전후의 소품만 가지고 관람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모두 신작으로만 전시가 되어 있고 2021년도부터 아마 2025년도까지 수많은 작품 중 딱 20점을 PKMGALLERY 박경미 대표와 큐레이터들이 골라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서승원 작가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정하고 열정이 넘쳤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 ‘The Interplay’라는 전시 타이틀은 말 그대로 상호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조형적인 의미에서 말씀드리면 상호 조형성에 어떤 빛과 공간, 공간과 평면, 평면과 평면성 그리고 색과 형태, 면의 상호 대칭적인 작용이 어떻게 통일되고 융합된 세계를 지닐 수 있도록 할 것이냐,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서승원 작가는 1960년대부터 추상 화면에 한국의 미의식을 결합하는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기하추상 그룹 ‘오리진’과 전위미술 단체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창립회원이다. 전후 한국 미술이 구습에서 벗어나 동시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런 서 작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절제되고 금욕적인 세계에서의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미술을 쭉 해오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절제와 금욕, 무념과 침묵의 세계에 대한 것을 어떻게 하면 작품 속에 진솔하게 내면화시킬 건가 하는 것을 숙고하면서 만든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서 작가는 1967년경부터 ‘동시성’이라는 명제를 작업의 중심 개념으로 삼았다. “형태, 색채, 공간이 동일한 가치로 발현되는 것을 저는 동시성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1967년부터 흰색에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한옥의 문풍지, 백자의 흰색에서 그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들이 흰 광목을 빨래해 와서 다듬이질하셨는데, 그렇게 두드리며 또 한 번 색이 걸러집니다. 창호지도 빛을 한번 걸러주는데, 그 색이라는 것이 온유하고 여유롭고 따듯하며, 순화시켜 주는 자연색입니다.”
전시장은 핑크, 블루, 데이지 컬러의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100호는 딱 한 점이고 나머지는 모두 50호 이하의 작품으로 작은 작품이 주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특히 핑크 컬러는 어린 시절 한옥 마당의 복숭아와 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021년 방탄소년단 RM이 그의 핑크 그림을 소장하면서 젊은 층에도 그의 이름과 그림이 알려졌다. RM은 서승원 작가의 그림이 전시된 PKMGALLERY를 찾기 위해 삼청동 초입부터 갤러리를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주의적 그림, 정물, 꽃 그림 등이 유행일 때, 자신의 길을 고집했던 그는 이제 손자뻘 되는 관람객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발효된 듯 걸러진 색의 그림은 관객의 내면에 깊은 사유와 울림을 전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