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9.02 17:14:40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5 유휴공간 전시《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를 오는 2025년 9월 2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북서울미술관은 2017년부터 매년 유휴공간 프로젝트를 개최하며 미술관의 내외부, 특히 전시장이 아닌 공간 곳곳에 작품을 배치하여 보다 유연한 관객 소통의 창구로서 새로운 감각의 순간을 만들어 왔다.
참여 작가인 헤르츠앤도우는 북서울미술관이 예술가의 탐구와 사유가 창작 과정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새롭게 시작한 ‘아티스트 리서치’의 첫 작가로, 소리를 단순한 듣기 경험이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로 다루며 청각 생태계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헤르츠앤도우(문규철, 홍광민, 황선정)는 사운드 환경과 청취 감각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실험하는 리서치 랩이자 레이블, 아티스트 콜렉티브이다. 세계 유수의 사운드 공연, 전시 등에 참여하며 수상한 바 있는 세 사람이 사운드 연구와 창작 플랫폼을 설립하고자 만든 단체이다. 소리의 진동수를 나타내는 단위인 헤르츠(Hertz)를 도우(Dough)로 반죽한다는 의미의 작가명처럼 소리의 개념과 물리적 속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층적인 소리 감각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는 인간 중심의 청각 경험을 넘어 지구가 품은 다양한 소리를 섬세하게 관찰할 것을 제안한다. 더 많은 것을 보려 하기보다 오히려 눈을 감고 귀 기울여, 지금 여기의 울림을 듣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청음 공간으로서 제안된 사운드 설치 작품 〈오디누아 12〉와 사운드 조각 〈청각의 지층〉, 총 2점이 이번 전시의 커미션 신작으로 제작되었다. 두 작품은 그간의 연구 결실이자 복합적인 청
취 구조에 대한 실험적 제안으로, 관객에게 소리 감각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오디누아 12〉에서는 7.4.1 채널의 공간 맞춤형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지구가 품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형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비선형적 사운드를 통해 자연과 공동체, 도시의 리듬을 마치 거대한 청각 생태계처럼 느끼게 되며 관람객은 귀를 넘어 몸으로 이 소리들을 경험할 수 있다.
〈청각의 지층〉에서는 마치 고생물학자처럼 관람객이 시간과 공간에 흐르는 다종다양한 소리의 층을 한 겹 한 겹 캐낼 수 있다. 생물권 청취 연구 과정에서 채집·가공·재구성된 환경 음들이 갖가지 경로를 따라 소리의 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9개월 간의 전시 기간 중, 퍼포먼스와 워크숍, 토크 등도 전시의 내용과 형식을 더해간다. 다양한 연구자, 엔지니어, 예술가와 함께 각자의 소리를 발화하고 모으는 실천적 과정이기도 하다. 사운드를 채집·합성·연주하거나 ‘듣기 문화’에 관한 대담, 전시 연출을 위한 공간 음향 디자인, 행성적 듣기를 위한 사운드 퍼포먼스와 토크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그동안 감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하는 문화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다.”며 “이번 전시 역시 미술관을 찾은 이들이 주변 존재의 소리를 함게 느끼고 공생의 울림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기술과 생태, 인간과 비인간, 공간과 환경이 교차하는 소리의 장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듣고, 또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헤르츠앤도우의 작품을 통해 지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