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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기자회견] 기자들 무릎 탁 치게 만든 李대통령의 '3 현답'은 무엇?

‘프레임성 질문’에 대한 절묘한 발상 전환에 기자단 '고개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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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5.09.11 17:05:0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시 토론의 달인이야”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기자들 중 여럿이 이 대통령의 말솜씨와 토론 주재 능력에 감탄하면서 이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런 호평은 특히 이 대통령이 일부 기자들의 이른바 ‘프레임을 거는 낚시성’ 질문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나왔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즉 어느 진영 편이냐고 묻는 프레임성 질문에 대해 과거의 대통령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아니면 “어느 편도 아니다”라며 두루뭉술 넘어가려다가 비판의 대상이 됐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기준이 어디 있느냐?’며 완전히 새롭고 진정한 프레임을 새롭게 드러내는 현답으로 기자들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현답 1: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최고 현답으로 꼽을 만한 것은 원전에 대한 입장이었다. 기자가 ‘환경부가 원전 업무를 넘겨받으면서 신규 원전 건설이 위축되고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탈원전 회귀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한국 보수 언론들이 좋아하는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당신의 입장을 당장 밝혀라’는 프레임성 질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필요한 건 전기인데, 그게 원전을 통해서건 아니건이 대체 왜 중요하냐’고 프레임을 바꿔 대답했다.

데이터 센터 등에 기가와트 급의 막대한 전력이 새로 필요한데 어떤 ‘실용적인’ 방법으로 수요를 감당할지 궁리해야지 ‘원전으로 할 건지 아닐 건지’를 묻는 것은 싸움을 걸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답변이었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새로 지으려면 최소 15년이 걸린다. 필요한 전기량을 감당하려면 원전을 30개나 지어야 한다. 1~2년 안에 당장 전기가 필요한데 15년 걸려 지을 거냐? 또 어느 지역에 건설할 것인가? 필요량을 당해내려면 현재로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원전에 대해서는 “안전이 담보된다면 기존 원전의 수명을 늘려 계속 사용하고, 또 짓고 있는 것을 계속 지으면 된다. 탈원전이니 감원전이니 하면서 싸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 식으로 말하자면 ‘쥐 잡는 일(에너지 확보)이 중요하지 흰 고양이인지 검은 고양이인지(탈원전인지 아닌지)를 놓고 싸울 일이냐’는 명답이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책 갖고 진영 싸움을 하지 말자. 분절적-대립적으로 보지 말자”고 당부했다.

현답 2: 내란특판 찬성이냐 반대냐?

두 번째로 꼽고 싶은 명답은 기자회견 막바지에 나온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내란특판)에 대해 대통령이 동감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위헌 논란이 있다.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대답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요한 건 국민의 주권 의지”라고 답변했다.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그래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권력의 위임량은 선출권력(국회 + 대통령)이 첫째고, 그 다음에 선출권력이 위임 권력의 일부를 행정부(장관 등 임명직) 또는 사법부 등에 나눠주는 것이므로, 권력의 크기에 차등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최종 형태가 특판이 될지 아닐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이고, 입법부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법부의 형태를 법으로 결정하면 사법부는 그 구조 안에서 절제-자제하면서 심판하는 것’이란 원칙을 내세웠다.

즉, ‘특판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혀라’는 흑백-양자택일적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중요한 건 국민 편인지 아닌지이다’라는 새 프레임으로 되받아친 것이었다. 대통령이 국민 편을 든다는데 반발하기 쉽지 않다.

현답 3: 언론자유냐 언론억압이냐?

세 번째 현답으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징벌적 언론 배상법’(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였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 법안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렇잖아도 언론만을 타겟으로 삼지 말라고 민주당에 당부했다. 꼭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에서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어서 조작하는 경우에 대해선 배상시켜야 한다. ‘일부러’와 ‘실수’를 구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지 않나요? 표정들이 아니네”라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즉 ‘언론자유냐 언론억압이냐’는 양자택일적-추상적 질문에 맞서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냐 아니냐를 가려내지 않겠다는 거냐"고 절묘하게 프레임을 바꿔 응수한 셈이다.

김 총리가 지켜본 ‘운동권이 아니라서 놀라운’

프레임을 바꾸는 이 대통령의 놀라운 실력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을 오래 지켜본 김민석 총리의 책 ‘이재명에 관하여’에도 관련 언급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본능적인 민생실용파입니다. 계엄 이전 윤석열 정권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시도를 비판할 때,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전통적인 프레임과 달리 ‘전쟁이냐 민생이냐’라는 대칭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는 학생운동 출신의 이른바 동년배 586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감각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흥미로웠고 다행스러웠습니다.”(118쪽)

윤 직전 대통령 부부는 한국의 우방도 아니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핑계삼아 엄청난 사익을 챙기려 했다는 혐의를 현재 받고 있다. 이른바 먹물들은 이러한 사태를 맞아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념 프레임에 쉽게 말려든다. 하지만 그런 이념형 프레임에 말려들면 시비-입싸움만 돌고돈다.

하지만 어려운 국민(민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재명은 그런 이념과는 상관없이 ‘러-우 전쟁에 말려들면 서민부터 죽는다’는 민생 프레임으로 바꿔 접근하는 모습에 감탄했다는 게 김 총리의 경험이다.

한국인은 흑백론에 너무나도 쉽게 빠져든다. 사대부들이 나라를 세운 조선 건국 이후의 특징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너, 빨갱이지?”라는 생사를 가르는 질문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질문에 너무나도 쉽게 말려들어간다.

공산주의 국가가 사실상 사라진 21세기가 벌써 25년이나 지났는데도 “너 빨갱이야 아니냐?”는 헛된 프레임로 날밤을 새고 있는 이유다. 그런 고리타분한 프레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게 싸울 일입니까? 중요한 건 실용적이냐 아니냐잖아요?”라며 프레임을 바꿔 국익과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과 함께 한다는 것이 요즘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보람이자 기쁨이라는 사실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또한번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며 취재진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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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기자회견  프레임  탈원전  징벌적배상  내란특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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