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9.16 19:13:30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이 오는 10월부터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무대로 [안트로폴리스 5부작 ANTHROPOLIS Ⅰ~Ⅴ](이하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으로,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Deutshes SchauSpielHaus)에서 2023년 초연(연출 카린 바이어 Karin Beier), 2024년 재연되었다. 작품은 고대 신화 속 인물들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현대화를 거쳐 5부작으로 선보임으로써 2,500년 문명사의 궤적을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또한 독일에서 관객이 10시간 이상 극장에 머물며 3일 동안 5부작을 몰아보는 마라톤 공연을 시도하는 등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단숨에 주목받으며 2024년 독일에서 ‘올해의 극장(Theater des Jahres)’ 독일의 저명한 연극 전문지이자 연극 평론지인 ‘오늘의 연극(테아터 호이테, Theater Heute)’은 매년 독일 연극계를 대표하는 평론가·비평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뛰어난 극장을 선정한다.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는 독일어로 인간의 시대를 뜻하는 안트로포챈(Anthropozän)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든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단어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고도 한다.
과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가 결합된 말로,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문명사회에서 공동체를 이룬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프롤로그/디오니소스 Prolog/Dionysos>부터 <라이오스 Laios>, <오이디푸스 Ödipus>, <이오카스테 Iokaste>, <안티고네/에필로그 Antigone/Epilog>까지 신화 속 이야기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디오니소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와 함께 라이오스, 이오카스테처럼 상대적으로 낯선 신화 속 인물까지 재조명해 고대 문명사회에서부터 현재까지 권력,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날 것의 인간 야수성으로 무대에 펼쳐 보인다.
특히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국립극단이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는 해외 우수 신작으로, 연초에 발표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의 작품 구성을 대표하는 표제인 “현존과 좌표” 국립극단 2025 시즌 라인업 발표 당시 발표한 표제.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화두로 인간으로서의 연극과, 또 연극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상호 관계성을 좌표계에 빗대어 명명됐다. (2025.1.6.)
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5부작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 양식에 집중해 실존과 욕망, 자유의지, 잠재된 힘 등 지금의 관객에게도 유효한 동시대적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진다.
고대 신화에서 테베 도시의 건설과 파괴가 반복되는 비극은 오늘날 산업혁명, 전쟁, 이상기후 등 다양한 변화를 겪은 문명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발발하는 인류의 위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자연과 신이 인간에게 이토록 폭력적이고 끊임없는 고통을 내린 비극의 구조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팬데믹으로 인류가 또 다른 형태의 ‘위기의 시대’를 겪으면서 인간 공동체를 비롯한 사회 또한 완연히 달라졌고, 이에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팬데믹으로 인해 해체된 인간 공동체 속에서 드러나는 본질적인 인간성에 대한 탐구로 시작되었다.
팬데믹 동안 5부작을 집필한 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지난 2024년 8월, 독일 연극 전문지 ‘독일 무대(디 도이치 뷔네, Die Deutsche Bühne)‘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극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도시에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출발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결정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은 무엇이며, 이들이 비이성적인 질문들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관한 질문이었다. 팬데믹에서 인간 공동체가 더 이상 이전처럼 운영되지 않는 것에 주목했고, 결국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다시 관객을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국립극단이 2025-26년에 걸쳐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는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오는 10월 10일부터 26일까지 윤한솔 연출이 이끄는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 Prolog/Dionysos>가 강렬한 서막을 열고, 11월 6일부터 22일까지 김수정 각색·연출의 2부작 <라이오스 Laios>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독특한 개성과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주목하는 윤한솔, 김수정 연출이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의 면면을 각각의 작품으로 야심 차게 선보인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무대미술은 <활화산>으로 2024 동아연극상 무대상을 수상한 임일진이 맡았다. 각각의 작품마다 상징적인 컨셉을 구현한 무대를 통해 결국 ’테베‘라는 공간으로 5부작이 모두 연결되는 세계관을 완성하고자 한다. 또한 <프롤로그/디오니소스 Prolog/Dionysos>와 <라이오스 Laios>는 임일진을 비롯해 김성구 조명디자이너, 김지연 의상디자이너, 백지영 분장디자이너, 전민배 음향디자이너가 함께 1~2부작의 시·청각 비주얼을 맡아 관객을 황홀한 세계로 이끈다.
이후 국립극단은 2026년에 3부작 <오이디푸스 Ödipus>, 4부작 <이오카스테 Iokaste> 그리고 5부작 <안티고네/에필로그 Antigone/Epilog>까지 무대에 올려 5부작의 대장정을 완성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