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0.20 11:53:13
예술의전당은 오는 11월 6일(목) 오후 9시 리사이틀홀에서 2025 현대음악 시리즈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를 선보인다. 2023년 시작해 올해 3년째를 맞은 이 시리즈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매 회차 새로운 감각의 현대음악을 제시해 온 예술의전당의 대표 시리즈다. 2025년에는 젊은 세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해 ‘지금 여기’의 음악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7월 공연에서는 이하느리의 신작 〈As if... I〉를 비롯한 세계·한국 초연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11월 공연은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언어가 교차하는 독창적인 사운드를 예고한다. 지휘자 최수열과 소리꾼 이봉근, KCO모더니즘이 함께 손일훈 작곡가의 위촉 신작을 세계초연한다. 네덜란드 현대음악의 거장 테오 로에벤디의 ‘나이팅게일’도 한국어 나레이션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한국 작곡가 손일훈의 신작 ‘오우가(五友歌, 세계초연)’가 놓여 있다. 윤선도의 시조를 모티프로 하여,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의 다섯 이미지를 현대적 음향으로 재구성하며, 전통의 정서와 오늘의 감각이 어우러진 소리의 결을 들려준다. 클라리넷, 바순, 더블베이스, 해금, 가야금 등 동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편성으로 쓰였으며, 소리꾼 이봉근이 참여해 시조의 언어를 현대의 언어로 되살린다. 작곡가 손일훈은 “예술은 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으려 합니다. 옛시조의 풍류와 오늘의 감각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의 거장 테오 로에벤디의 '나이팅게일'은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음악극적 실내악이다. 클라리넷, 바순, 트럼펫 등 7개의 악기로 구성되며, 나레이션과 음악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음악이 반드시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다”는 철학 아래, 재즈적 리듬과 동양적 음향을 결합해 청중과의 소통을 중시해 온 로에벤디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번 공연은 한국어 대본(채민 번안)에 따라 소리꾼 이봉근이 나레이션을 맡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무대를 이끄는 지휘자 최수열은 아카데믹하면서도 대담한 프로그래밍으로 한국 현대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인물이다.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거쳐 현재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23년부터 본 시리즈를 이끌어오고 있다. 함께하는 KCO모더니즘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로, 클래식과 실험적 음악 세계를 잇는 연주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늦은 저녁 9시에 시작해 인터미션 없이 약 60분간 진행된다. 회차마다 단일한 주제를 중심으로 짜인 이 시리즈는 작품 간의 경계를 흐리는 연출로 청중의 몰입을 이끌며, 현대음악이 가진 감각적 긴장과 사유의 깊이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
최수열은 “조금은 낯설지만, 다양한 악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따라가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그 생생한 현재의 울림을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라고 전한다.
이번 무대는 세계초연과 낭독, 그리고 전통 시조의 언어가 어우러진 구성으로, 한국과 세계의 현대음악 현재를 보여주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