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1.18 15:13:32
35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조각가로 새롭게 출발하는 조운기의 전시 <시간의 파편>이 진행된다.
이달 21일부터 29일까지 삼성동 PROJECT SPACE LINE(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단순한 조각의 장을 넘어 시간과 관계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새겨 넣은 따뜻한 공감의 기록이 될 것이다.
조운기는 1990년 서울 은평구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남산 한강 디자인 본부 임대주택 등을 거쳐 서울 성북구에서 부이사관으로 2025년 퇴직했다. 오랜 세월 행정의 현장을 누비며 사회를 다듬던 그의 손끝은 이제 자연의 재료인 ‘나무’를 통해 또 다른 질서를 조형하고 있다.
조운기의 작품은 나무의 결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인위적 미감을 배제하고, 자연이 만들어낸 나이테와 균열, 옹이와 틈새를 존중하며 그것을 ‘시간의 언어’로 해석한다. 그의 조각과 가구, 도마와 오브제들은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 한 인간이 걸어온 세월의 밀도와 성찰을 담은 예술적 기록으로 자리한다.
이번 전시는 나무라는 생명의 재료를 통해 ‘시간이 남긴 흔적의 미학’을 탐구한다. 작가는 나무를 깎고 다듬는 행위를 통해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며, 공직자로서의 질서와 균형,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온기를 작품 속에 병치한다. 그에게 조각은 단순한 창작의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대화하는 과정이며, 기억을 형태로 남기는 일이다.
〈시간의 파편〉은 삶의 이면에 잠재한 시간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담아낸 전시다. 조운기의 작품 속 나무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인간의 인내와 성찰, 그리고 삶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오랜 세월 한길을 걸어온 작가의 첫걸음이 예술로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그의 조각 속에서 ‘시간이 머무는 자리’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또한 특별한 인연으로 빚어졌다. 조운기 작가와 김연희 교수(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전공 부교수)는 국민대학교 행정관리학과에서 사제(師弟)로 처음 만나, 오랜 세월 학문과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행정의 현장에서 사회를 다듬던 제자가 이제 예술을 통해 삶의 결을 조형하는 자리에서, 스승과 제자는 다시 ‘예술과 인문’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만난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