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야심작으로 내놓은 ‘반값아파트’ 공약이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정해진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글이 정치권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홍 의원은 ‘선진강국의 새 시대를 열자’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실명으로 올렸다. ■“노무현 시대는 민주화 완성의 시대” 홍 의원은 글에서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4·19 혁명으로 이 나라가 민주화 되는가 했다가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섰고 반공을 국시로 내세운 군사정권은 조국근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이 땅에 오천년 동안 내려온 가난을 해소하는데 국력을 모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하지만 고도 성장기 과정에서 발생한 부의 편중과 인권문제는 이후 민주화 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화 시대에 대해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급물살을 탄 민주화 운동은 70~80년대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열매는 80~90년대를 넘어 국민정신으로 자리 잡아 YS·DJ·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시대의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라고 전제하고, “노무현 시대는 민주화 완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민주화 시대 이후의 시대정신을 ‘선진강국’으로 표현한 홍 의원은 “모든 국민의 열망이자 다음시대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영남과 호남, 민주와 반민주, 보수와 진보 같은 이분법적인 분열과 증오와 반목의 시대는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화 시대를 마감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고 분석하고, “노무현 시대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부정하지 말고 노무현 시대를 ‘승계’하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은 일 년 동안 그(노 대통령)의 시대가 역사에 긍정적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음 시대인 선진강국 새 시대를 여는 풍요로운 대한민국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일하자”고 당부했다. 이 같은 홍 의원의 글에 대해 한 측근은 “홍 의원은 노 대통령의 남은 기간 동안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여야를 떠나 모두가 도와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며, “다른 뜻으로는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 민주 대 반민주 구도 희석용(?) 그러나 현재 노 대통령이 ‘범여권통합신당’에 매달리고 있는 열린우리당 주류 세력에 의해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했다. 홍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홍 의원의 주장 그대로 ‘현 시대를 민주화 시대의 완성으로 보고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돕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홍 의원이 대선출마를 앞두고 미리 포석을 깔아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는 그동안 대선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밝혀 대선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공식적으로는 홍 의원의 대선출마설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나갈 때마다 “명백한 오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정치적 후배’들이 잇따라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한나라당 내 중진급이자 일정한 국민적 인지도와 지지도를 갖고 있는 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란 여간 고심거리가 아닌 상황이다. 홍 의원의 2일 글에 대한 세 번째 시각은 지난 200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주된 선거전략으로 활용했고, 한나라당 역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민주 대 반민주’, ‘통일 대 반통일’ 전선의 재판을 막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의 분석에 대해 홍 의원 측은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그 파장을 경계하고 있다. ■ “대통령이 예뻐서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이어받자는 것”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3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대통령이 예뻐서 도와주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글에서 쓴 ‘승계’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뜻을 이어가자는 게 아니라 (대통령직이라는) 자리를 이어받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임기가 1년 남은 이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배척받는 대통령을 야당마저 배척해버리면 1년 동안 국정 공백 상태가 오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머지 1년만이라도 대통령을 도와서 국정 공백 상태를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또 2007년 대선에서도 ‘민주 대 반민주’, ‘통일 대 반통일’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건국 시대, 근대화 시대를 거치면서 민주화 시대가 노무현 대통령으로서 마감된 만큼 더 이상 민주화 시대라고 주장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면서 “언론에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해도 처벌하지 않는 시대가 됐으니 민주화 시대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 “이번 대선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는 가지 않는다” 그는 “따라서 다음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는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어 이 같은 구도의 전제조건으로 정치권에서 예상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신년공동사설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을 주장하고, 한나라당 역시 제2의 ‘북풍’으로 볼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에 대해 “김 전 대통령 시대의 남북정상회담은 국민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점이 있었으나 북한에서는 한나라당 집권을 막자고 발표한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또 “지금 북한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반한나라당 연합을 하자는 뜻이고, 대선에서 개입하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떠나가는 대통령, 게다가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배제당하고 있는 대통령이 무슨 힘이 있느냐”면서 “그렇다면 정략적으로 남북이 이용하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