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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말한다, 정치는 비정하고 뜨겁다고

키마이라·쿠니미츠의 정치·정치 9단이 보여주는 정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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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호 ⁄ 2007.07.03 14:19:46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 속에는 ‘비정함’과 ‘뜨거움’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의 꽃이라는 선거만 봐도 그렇다. 1등은 올라가고 2등은 돌아서야 한다. 이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뜨거워야 한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피 끓는 지원군을 이끌고 열정적인 연설로 여론을 잡아야 한다. 정치라는 생물 속에 도사린 비정함과 뜨거움. 도무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아이러니에 끌려 사람들은 또 다시 정치판으로 몰린다. 2007년 새해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연초부터 상대방을 누르기 위한 설전이 이어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암투가 펼쳐진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만화로 이런 정치판을 살펴보는 맛도 쏠쏠할 것이다. ‘키마이라’, ‘쿠니미츠의 정치’, ‘정치 9단’을 통해 비정하면서도 뜨거운 정치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주: 세 만화 모두 일본만화라 국회나 정부 구성이 우리 실정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키마이라> 정치가는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기자 유키히로 토다가 스토리를 쓰고, 타카노리 야사카가 그림을 맡은 ‘키마이라’는 독재자의 탄생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만화의 제목 키마이라는 영어로는 ‘키메라’라고 한다. 키마이라는 반인반수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로서, 사자 머리에 양의 몸통, 뱀 꼬리가 달렸으며 하늘을 날고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다고 한다. 이 만화에서 키마이라는 히틀러가 란츠베르크 구치소에서 기록했다고 알려지는 비밀문서의 제목이다. 사자·양·뱀은 각각 자본·미디어·폭력을 의미한다. 자본·미디어·폭력을 상징하는 인물로는 키쿠치 호텔의 전무이사 ‘키쿠치 류이치’와 뉴스 스플래시 책임 프로듀서 ‘코바야시 켄지’, 폭력조직 유잔회 간부 ‘사카구치 카오루’가 등장한다. 고등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세 명은 15년 만에 재회, 비밀문서 키마이라를 통해 독재자를 만들어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노숙자 ‘시로’를 데려와 교육한다. 시로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공포, 슬픔, 기쁨, 분노 등 감정이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호적도 없이 10년 째 약물 중독에 빠져 살아가는 시로는 그야말로 백지와도 같은 상태. 비밀문서에 따르면, 평범한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는 감정을 제거해 독재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세뇌시켜 감정을 제거하고 계산된 행동을 하는 최고의 명배우가 되어 군중을 이끌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키마이라는 히틀러 탄생 매뉴얼이며 감정을 잃어버린 시로는 여기에 꼭 맞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카오루는 폭력조직에서 일하다 죽은 ‘호시노 쿠니요시’와 시로의 호적을 바꿔치기 하고 류이치는 시로에게 전기자극과 약물을 이용해 세뇌를 시작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그 결과, 시로는 정치가로서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의 목표는 우선 훗카이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것. 비리의원 ‘미야자와 시게루’의 약점을 잡은 이들은 그를 의원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보궐선거판에 호시노를 내보낸다. 하지만, 호시노가 자신의 자아를 찾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작가는 만화를 통해 정치가가 유권자와 악수를 하고, 가두연설을 하고, 자신의 공약을 내걸고 상대방 후보와 싸울 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기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독재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자본·미디어·폭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만화의 묘미다. 미디어는 시로를 부각시키고 돈과 폭력은 그 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거한다. ■ <쿠니미츠의 정치> 선거에서 이기려면 열정적인 조력자가 필요하다 안도 유마 원작에 아사키 마사시가 그려낸 ‘쿠니미츠의 정치’는 일본 소년만화의 테마인 ‘열정’을 정치에 접목했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정열적이고 마음이 따뜻한 비서관 ‘무토 쿠니미츠’가 그 주인공. 자신을 ‘일본을 바꿔놓을 사나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쿠니미츠는 여러 번의 낙선으로 빚더미에 오른 정치가 ‘사카가미 료마’의 시장 선거에 그의 비서관으로 들어간다.

정치초보인 쿠니미츠는 료마와 함께 일하면서 도시의 온갖 문제들과 부딪히고 정치가로서 자세를 하나씩 배워간다. 깨진 보도블럭 하나 때문에 전면적인 수리에 들어가는 시장과 세금도 내지 않은 채 사람이 들지 않는 곳에 휴양소를 짓고 퇴직한 공무원을 낙하산 인사를 하는 시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키마이라가 ‘냉정한 정치인’을 강조한다면 쿠니미츠의 정치는 ‘따뜻한 정치인’을 강조한다. 시장 후보에 나선 료마는 올바른 정치가의 표상이며 쿠니미츠를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하다. 료마는 시장과 공무원, 건설업자가 손잡고 배를 채우는 도로를 가리키며 “지금 일본은 이 도로와 같이 필요 없는 도로며 다리며 시설만 늘어선 땜질 투성이 나라”라며 그 뒤에는 이를 이용해 배를 불리는 정치인이 있다고 말한다. 료마는 “바꿀 수 있는 자가 있다면 활력을 가진 자네와 같은 젊은이들 뿐”이라며 자신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진실하면서도 열정적인 정치인. 쿠니미츠는 료마의 뜻을 받들어 “축제의 가마가 되겠다”며 몸을 아끼지 않고 적들을 향해 과감하게 돌진한다. 만화의 제목에 나온 ‘정치’를 뜻하는 한자 ‘政’은 일본어로 ‘마츠리’라고 읽는데 마츠리는 축제를 뜻하는 말이다. 작가 안도 유마는 ‘정치는 축제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만화 속에서 자주 꺼낸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열정이며 쿠니미츠는 이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 <정치 9단> 위로, 그리고 또 위로...정치인은 샐러리맨 ‘정치 9단’은 정치초보인 ‘카지 류우스케’가 제목대로 정치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만화의 원작자 ‘히로가네 겐시’는 이미 ‘샐러리맨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시마과장’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만화는 마루코우 물산 식품부 과장으로 일하던 카지 류우스케가 아버지의 사고로 정치계에 뛰어들면서 겪는 일화가 주 내용이다.

류우스케의 아버지 ‘카지 모토하루’는 존경받는 정치인으로서, 지방에서 강연을 하고 올라오던 도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동승했던 류우스케의 형은 죽어가면서 류우스케에게 “아버지의 지지기반을 이어받아 정치가로 나서라”고 부탁하지만 류우스케는 거절한다. 이어 장례식장에 나타난 총리가 직접 출마를 권유하지만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린다. 하지만, 류우스케는 아버지가 20년 전에 보낸 “정치가는 개인과 자신의 선거구를 벗어나 범세계적인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고 결국 정치에 뛰어든다. 류우스케는 축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가고시마 현에서 쇠고기수입 자유화와 쌀개방을 주장하면서 유권자에게 외면을 받기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 의원에 당선된다. 정계에 입문한 류우스케는 때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때로는 음모에 휘말리면서 정치의 쓴맛과 단맛을 맛보며 총리를 향해 나아간다. 국회에 들어간 후 류우스케는 1선 의원 두 명과 함께 정책조직인 ‘사쿠라 아라시회’를 만들면서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기도 한다. 여기에 12선의 초대형 거물급 의원 아사미 코타로의 도움을 받아 단숨에 정계에서 주목 받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점점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주변에는 류우스케의 성장을 고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의 행동에 감동해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 류우스케의 이와 같은 성장은 작가의 전작 시마과장의 구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웃으며 악수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음모들이 도사린다. 이 냉정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머리를 쓰고, 움직이고,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 작가는 이와 같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현실보다 더 급변하는 정치판의 생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조사에 조사를 거듭했다. 만화를 그리면서 만난 정치 관계자가 전·현직 중의원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간 만화인지를 알 수 있다. ■ 박근혜 피습 후 인기상승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현재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이명박 전 시장에 밀려 2위에 머물고 있지만, 한 때 이 전 시장을 따돌리고 1위를 달리던 때가 있다. 바로 5·31 지방선거 도중 피습을 당했을 때다. 박 전 대표의 피습은 본인에게는 큰 상처였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였다.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은 지방선거 이후까지도 박 전 대표를 쫓았고 덕분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껑충 상승했다. 만화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키마이라에서는 가두연설 도중 취객이 주인공 호시노를 향해 자전거를 내던지고 단상에서 밀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호시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오히려 취객을 설득한다. 연설장에 있던 한 시민이 핸드폰으로 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동영상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호시노의 인기를 높여준다. 정치 9단에서도 주인공 류우스케가 시민들한테 토마토를 얻어맞는 장면이 나온다. 류우스케의 운동원은 토마토를 피해 급히 차 안으로 피신하지만 주인공 류우스케는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토마토를 얻어맞는다. 이 장면은 곧 TV에 방영되고 부동표의 상당수가 류우스케에게 흘러든다. TV에 이 영상을 보낸 류우스케의 친구 ‘오오모리’는 이 장면이 TV에 방영되자 “천 번의 가두연설보다 효과가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 이처럼 후보자의 위기 상황 숙에서의 침착한 대응은 확실한 효과가 있다. 박 전 대표도 침착하게 잘 대응해 상당한 효과를 본 경우에 해당한다. 박 전 대표는 피습 후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상태가 어떻냐?’라는 질문에 “대전은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싹쓸이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박 전 대표의 인기 상승은 분명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독특한 선거방법 효과는 있을까? 정치만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만화 속에 나오는 독특한 선거방법이다. 만화에서는 현실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재치가 돋보이는 방법이 많다. 역으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선거에 임했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권자에게 후보를 알리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유권자에게 하는 전화통화를 들 수 있다. 쿠니미츠의 정치에서는 “가족들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전화통화를 피하라”는 장면이 나온다. 8시까지는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시간이고 9시엔 드라마(일본 민영방송은 주로 저녁 9시에 드라마를 한다)를 하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전화를 걸면 오히려 짜증을 낸다는 것. 결국 가장 좋은 시간대는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쇼프로를 시청하는 8시부터 9시가 된다. 만화는 이 시간을 ‘공백의 1시간’이라고 한다. 이른 바 전화걸기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키마이라에 나오는 이상한 포스터도 눈여겨 볼만 하다. 만화에서 주인공은 인물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포스터가 아니라 검은 바탕에 물음표·삼각형·물결 등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포스터가 등장한다. 이 포스터에는 가장 핵심적인 공약만 담아 유권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한국의 정치만화는 만평과 위인전 밖에 없어 한국에는 의학 만화와 정치만화가 없다. 특히, 한국에서 정치만화는 현재의 정치현실을 꼬집는 ‘일일만평’이 주류를 이룬다. 독창적인 스토리가 있는 정치만화는 전무한 실정으로 수상과 국회의원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변태적인(?) 만화까지 등장하는 일본에 비해 상당히 빈약한 편이다. 일일만평과 함께 대선이 시작되면 한국에도 색다른 정치만화 붐이 인다.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가 바로 그것이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위인전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이번 대선에서 제일 먼저 이와 같은 위인전을 선보일 사람은 고건 전 총리다. 고 전 총리는 1월 말쯤 자신의 공직생활 애환을 담은 만화를 출간할 것이라 밝혔다.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비해 밋밋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이 만화에는 고 전 총리가 공직에 몸담은 시절 숨겨진 비화와 공개되지 않은 가족사가 담긴다고 한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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