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진보의 위기라고 한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개혁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어섰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해 10석을 차지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현재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서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이들이 공공연히 다음 대선에서는 보수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CNBNEWS는 위기의 진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진보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과는 달리 원외에서 진보정당의 노선을 지키고 있는 한국사회당 금민 대표를 만나 진보정당의 미래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날 금민 대표는 “그동안 진보를 맡아왔던 이들이 바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53년도부터 86년까지의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후 “진보정치의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 진보, 87년까지의 낡은 틀에 사로잡혀 있다 CNBNEWS : 현재를 진보의 위기라고 하는데 이는 87년 6월 항쟁 정신의 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정당의 대표로서 6월 항쟁 정신에 대해 평가한다면? 그 한계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금민 : 6월 항쟁이 굉장히 중요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한국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끌어냈고, 20년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신적인 틀이 됐다. 6월 항쟁이란 시기를 보면. 군부 개발 독재에 의한 산업화가 끝나고 민주주의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된 시점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사회는 바뀌었다. 당시 민주화 운동을 얼굴로 대변하던 분들이 보수야당에 들어갔고, 또한 노무현 대통령까지 이어진 이 분들이 97년 이후 양극화를 촉진했다. 바로 이들이 노동 유연화와 신자유주의로의 재편에 적극적으로 역할한 것이다. 이들은 민주주의에 큰 역할을 했지만 양극화를 늦게 알아차렸고, 오히려 신자유주의주의로 대처했다. 진보의 위기라 했는데 진보를 6월 항쟁의 민주화 운동세력이라 정의한다면, 이들이 표방하는 정의는 사회적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진보였을 뿐이다. 이들은 사회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위 민주화 추진 세력은 자기 스스로 합의모델을 만들어 갈 수 없었다. 민주화를 배경으로 정권을 담당한 세력이 사회개혁에는 무능했던 것이다. 또한, 87년 항쟁의 전과인 정치적 민주주의 틀 안에서 정권 담당은 안했지만, 민주화 운동을 다른 축으로 담당했던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은 오늘날 한국 진보연대의 틀로 남아 있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민주노동당의 후원자이기도 하는데. 이 분들은 물론 민중운동에 몸담고 있어 신자유주의 반대문제에 있어 손 놓고 있었다고 하기엔 힘들지만, 민주주의 문제나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적인 갈등·남북 문제·평화의 문제에 둔감했다. 그리고, 개발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데 지금은 개발주의가 극한에 이르렀다. 이들은 생태 환경 적인 가치문제, 즉 진보가 담당해야 할 여러 가치를 하나의 통합된 틀에서 담는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낡은 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가치는 냉전분단과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민중 주체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비정규직이 50%를 넘고, 사회적 갈등도 굉장한 곳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고 미세하고 문화적 문제로 섬세하게 부딪히는 사회를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그들은 너무 구태의연하게 생각했다. 그분들은 1953년부터 1987년의 틀에만 묶여있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 신자유주의 대안은 사회적 공화주의 -CNBNEWS : 금민 대표는 소련식 사회주의나 사회적 민주주의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한국사회당은 이에 대해서 사회적 공화주의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나? 금민 : 대중정당이 밝혀야 하는 강령이란 한국에서 무엇이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당면과제는 보수우파가 이야기하는 성장동력 문제다. 사실상 이 사회가 어떤 면에서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많은 사람의 창조성을 죽이고 있다. 경제적 학살에 해당하는 일이 있다. 그 분들에게는 비용절감인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퇴출당한 사람이야말로 중요한 성장 엔진이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가 다시 도약하려면 최소한의 복지급부가 국가로부터 부여되고 그 복지급부의 수급자가 단순 수혜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복지체계 안에 들어가 좀 선동적으로 말하면 자주관리다. 최소한의 통제를 할 수 있고 외자를 어떤 경로로 받았는지 알 수 있고 복지 제도에 참여해 통제를 발휘할 수 있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복지제도 자체가 수혜자의 도움 문제만 아니라 관리 비용이 많은데 절감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수혜자 대중들이 국가의 은덕을 입는다는 방식이 아니라 주권의식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핵심적인 저희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기초 대중이 국가사회에 통합되고, 이를 통해 경제 사회에 재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을 배제 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노동에서 퇴출시키는 방식의 축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사회 구성원이 되는 방식을 쓴다면 국민경제·국가사회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 신자유주의는 퇴출의 모델이며, 이는 한국처럼 응결돼있고 폐쇄적인 사회에 맞지 않는다. 더 많은 공동체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많은 공동체에서 단순히 애국심 고취나 전통문화에 대한 고취 등 복고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저희는 공동체 사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화주의에서 모두 함께 통치하고 대등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구성하고 재성취하겠다 생각을 하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은 진보 정치의 역동성 떨어뜨릴 것 CNBNEWS : 민주노동당하고 통합은 불가능한가? 최근 민주노동당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보 전체 세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큰 틀에서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 금민 : 그 말이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대선이다. 진보정치라는 것이 여러 면에서 조직력이나 이슈 선점력, 자금력이 떨어진다. 한국사회를 30~40년 이상 정치권을 주물러온 보수와 비교할 수 없다. 대선에서 진보정치 나름대로의 동력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양당 통합은 차후의 문제다. 진보 정치 전체의 포괄 범위와 역동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CNBNEWS : 1998년 청년진보당으로 창당한 이후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에 이르는 기간이 한국 사회당에 중요한 고비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 의석 확보가 절실할 텐데. 대선과 총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금민 : 저희는 일단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후보를 어떻게 낼지는 조만간 정할 것이지만, 오픈프라이머리 등 열려있는 한은 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당내 논의를 할 것, 또 상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당 후보가 대선에 나간다는 전제는 작년 전당대회 결정상황이라 번복할 수 없고, 우리의 정치적 의지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단 대선을 통해 어떻게 총선에 대한 여론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총선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한 몇몇 지역구 정도는 유의미한 득표로 하고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북핵 대응, 반전평화 원칙 하에서 움직여야 한다 CNBENWS : 북핵 이후 민주노동당의 불철저한 부분 놓쳤다 했는데 북핵문제에 대한 태도를 놓고 진보에서 논란이 많았다. 북핵 이후 진보단체가 이에 어떻게 북핵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금민 : 큰 범위에서 말하자면 평화주의 문제와 생태주의 문제는 전통적인 좌파가 많이 놓쳐왔던 부분이다. 민노당이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는 문제도 반전평화와 생태 환경 부분이다. 전혀 신경 안 쓴다는 것이 아니라 좀 불철저하고 부수적인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반전평화를 그저 추상적 원칙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주파도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구체적으로 북한 핵과 연관될 때, 북한 핵을 한시적으로 용납할 수 있느냐 혹은 북한 핵이 갖는 군사적 의미를 떠나 정치적 의미가 뭔가, 이런 문제에서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해석의 차이가 반핵평화라는 기본원칙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그 당시에 많은 자주파 동지들의 발언은 언뜻 반핵평화라는 이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혹은 상대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민노당 안 다른 중견 간부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 민주노동당 일부 종파, 분명히 종북성 있다 CNBENWS : 민주노동당에서도 상당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가정인데 민노당에서 분열이 일어난다면 색깔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할 의사는 있나? 금민 : 저희야 한국 진보의 주류정통은 92년 백기완 후보 선거운동에서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당을 같이 못한다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분들이 다른 분들과 같이 해온 것이다. 그 분들과는 가능한데, 정말 사고 방식과 체계가 다른 분들과 같이 가기에는 저희가 정치적 실용주의자가 아직 못 됐다. 예컨대 종북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민노당 전체가 아니라 일부 종파이지만, 분명히 종북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53년 이후 모든 역사를 매일 방안에서 논쟁을 벌인다면 피곤하다. 그러나 근본에선 같이 할 수 있다. 대화도 가능하고 연대도 가능하고 특정한 조건이 수립되면 심지어 당을 같이 할 수도 있다 CNBNEWS : 한국사회당은 53년 정전체제에서 동북아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한반도 2국가 체제도 용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연관이 있나? 금민 : 아무튼 북한은 현재 50여년 동안 국가를 수립하고 있다. 그들의 국가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평화의 상대방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평화가 없는 통일은 의미가 없고, 평화상태에서만 국가 간 통일을 논할 수 있다. 한국헌법에서 통일의 당사자로 북한을 못박아 두고 평화통일을 국가적 가치로 선포하고 있는 것은 좋다. 6자 회담을 통해 중요한 것은 현안문제 해결 뿐 아니라 포괄적인 북미·남북·비핵화 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일본에서의 핵을 인정하지 않고 평화 3+3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핵보유국 3개국이 최소한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 대선, 사회에 진보적 대안 제시할 것 CNBNEWS : 위기의 진보가 대선과 총선이 있는 올해와 내년,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까? 또 그러한 틀 안에서 한국사회당은 어떤 역할 할 것인가? 금민 : 대선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미래를 둘러싼 정치 투쟁이다. 정치란 것이 어떤 때는 과거에 대한 투쟁이 있고 미래에 대한 투쟁의 경우도 있는데 과거에 대한 투쟁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지쳤다. 이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되야 하느냐가 중요하고, 다들 프로그램과 플랜을 제시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나 우리나 진보정치 세력은 이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비록 몇 %의 지지를 받든, 대선후보는 집권 이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꼭 그가 집권하지 못해도 이것이 다음 집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한 반대운동을 넘어서 사회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진보정치에 대한 여론이 좋아질 것이다. CNBNEWS : 말씀하신 것에 미진하거나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달라. 금민 : 여론의 관심은 기층 대중과의 관계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대통령 선거가 있어 참여한다가 아니라 다른 정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조명하고,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들고 대선에 참여하겠다. 우리가 대선에서 몇 %의 지지를 받는 가를 떠나 진보정치가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영향을 간접적·매개적으로나마 미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기중, 채송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