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 무마 위한 ‘눈물의 호소’ 남발

최근 2주동안 외교통상부는 때아닌 곤혹을 치르고 있다. 납북어부 최욱일씨(67)에 대한 불친절 전화응대사건과 나이지리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한국인의 안전위협이 거론되면서 부터다. ■ 선양 총 영사관 직원 교육 엉망 납북어부 최욱일 파문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피신한 최씨가 한국 영사관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 직원이 ‘(휴대)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추궁한 데서 시작한다. 지난 75년 오징어 잡이 어선의 선원이었던 최씨는 납북된 뒤 사선을 넘으며 한국행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한국의 선양 총 영사관 직원의 푸대접으로 좌절해야만 했다. 최씨의 사연은 탈북 후 남한의 부인과 중국에서 극적으로 상봉해 한국행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같은 내용의 <조선일보> 보도로 인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최씨의 부인인 양정자씨(66)가 이튿날 외교부를 항의 방문하면서부터 사건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전날 밤 외교통상부는 “납북 어부 최욱일 씨가 주 선양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담당 직원이 불친절한 대응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성명을 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부인 양씨의 기자회견 과정에서 중국 내 영사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납북자에게 “세금 한 번 낸 적 있냐”며 도움 요청을 묵살하는 사례가 빈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성용 납북자 가족모임 회장은 “북한에 잡혀간 사람이 어떻게 세금을 내냐”며 “이 정도로 영사관 직원교육이 안돼있다”고 비판했다. ■ 납북·국군포로 송환 특위 설치 절실 또 최씨가 도움을 요청한 시점이 신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휴일이라는 핑계를 댔던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이에 최 회장은 “생사를 넘어 탈북하는데 어떻게 휴일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냐”며 격분했다. 이어 최 회장은 대통령 산하에 ‘납북·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북자들의 북송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아니나 다를까. 국군포로 가족들이 북송되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월간조선> 2월호에 따르면 국군포로 가족 9명이 한국 영사관이 알선한 민박집에 머무르다 중국 공안에 의해 북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사건 직후 포로 가족들이 북송되는 것을 막기위해 중국당국과 막후 교섭을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북송을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낼 수밖에없게 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포로 가족들이 중국공안에 체포될 시점에 중국내 제3국 총영사관에서 탈북자들의 대규모 진입시도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감시체계가 급 강화됐으며 공안당국이 선양 일대에 비상 검문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포로 가족들이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 선양 총 영사관, 국군포로 가족 북송 파문으로 또다시 도마에 중국 공안에 적발된 탈북자의 경우 보통은 중국 외교 당국의 절차에 따라 출입국법 위반자 신분인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이송되나, 이날은 정확한 조사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단둥지역으로 포로 가족들을 송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탈북자와는 달리 ‘국군포로 가족’이라는 특별한 신분을 갖는 이들의 국내 귀환을 위해 우리 정부가 중국 외교당국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가 겹친 것이다. 한마디로 외교부의 입장에서는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것. 그럼에도 재외국민의 보호 의무를 맡고 있는 한국 영사관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사관 직원의 전화 푸대접을 받은 최욱일 씨가 귀국한 지 이틀만에 알려진 이번 북송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외교부의 노력은 가히 ‘눈물의 호소’수준. 현행 영사서비스에 대한 개선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공청회 개최 등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홍보하는데 열중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심양 총 사관의 업무환경이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다”며 당국의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는 실정이다. ■ 나이지리아 피랍사태로 재외국민 보호 의무 다시 수면위로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시기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는 대우건설 근로자들의 피랍사건이 발생해 외교부는 유난히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게 됐다. 물론 정부 당국의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질책성 보도들이 이어졌다. 이에 외교부는 김호영 외교부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외테러 정부합동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이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노력을 홍보했다.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피랍사건을 계기로 우리정부는 우리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해외 위험지역 사업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해외 안전 취약지역에 점검단을 새로 파견한다는 계획을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대우건설 근로자 9명은 피랍된 지 61시간만에 풀려나 한국으로 귀환했지만, 연일 발생하는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 문제는 비난이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나이지리아 사태 역시 곧바로 잠잠해지기는 커녕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피습사건이 발생해 또 한번 나이지리아가 국민의 뇌리에 박히게 됐다. 대우건설 근로자들이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모습을 확인한지 하루 만에 국민들은 또다시 나이지리아 피습 보도를 접해야 했다. 이처럼 외교부는 연일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비난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재외국민 보호부문과 관련된 외교부의 업무태만은 수시로 반복돼왔다. 대표적인 김선일 피살사건을 비롯, 가까이는 지난해 발생한 동원호 선원들의 납치사건은 꽤 오랫동안 협상이 진행됐을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나 외교부의 주요 관심사항은 북핵사태 이후 남북정상회담 성사에만 골몰하고 있다. 중국 선양 영사관을 중심으로 탈북자에 대한 인권문제 소홀사태가 반복되고, 테러예방에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장기적인 재외국민 보호 대책과 체계적인 업무를 위한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