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가 지난 8일 전격 휴장에 들어갔다. 이는 송파구청에서 롯데월드 놀이시설 중 일부에 대해 영업금지 조치를 취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롯데그룹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이미 새 단장을 위해 장기 휴장 계획을 작년 여름 이후부터 세운 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시설물에 대한 위험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전격 휴장에 들어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 1989년 이후 지난 20여년간 서울 강남지역 최대의 테마파크이자 서울의 명소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롯데월드는 자체 안전진단을 위해 작년 11월 동양구조에 의뢰한 안전진단 점검에 관한 보고서가 모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그리고 롯데월드의 관할 자치단체인 송파구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데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 신년 벽두 휴장 전격 결정 이에 따라 송파구는 지난 2일 간부회의를 통해 문제가 된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 환상의 오딧세이 등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작년까지도 몇 차례 롯데월드 괴담 및 사고 소식이 들렸는데 송파구에서 이를 몰랐을리 없다”며 “모 언론에서 문제를 삼을 때에도 손 놓고 있었으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면피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여하튼 송파구는 신년초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한 후 그 사실을 롯데월드측에 전화로 통보해줬다. 이 후 롯데월드측은 손재환 대표이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고 신동빈 부회장과의 협의 지시 과정을 거쳐 3일만에 휴장을 전격 결정하고 8일 송파구가 롯데월드의 일부 시설 운영 정지 지시를 내리는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이날 손재환 대표는 “(일부 놀이시설물에 대한 송파구의 영업정지 명령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오늘부터 휴장에 들어가 어드벤처·매직아일랜드를 비롯 수영장·민속박물관 아이스링크까지 전 시설물에 대해 예산과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면적인 리뉴얼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8일 휴장, 3월 공사를 60여일 앞당긴 것 뿐 롯데월드측의 이같은 전격적 결정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서울 종로에 있는 박정자(45)씨는 “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늦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송파구청으로부터 구두 통보를 받은 후 3일만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부작용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롯데월드의 임원들과 신동빈 부회장 측근들을 제외하고는 전날까지도 휴장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우려를 더하고 있는 것. 우선 롯데월드측은 지난 7일까지 연간 회원권 및 예약표 판매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회원권·입장권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항의와 환불요구가 예상된다. 또한 롯데월드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입주상인들은 이번 무기한 휴장에 대해 속보 기자회견을 보고 알게 됐다. 이에 따라 졸지에 상권을 잃게 된 상인들의 항의와 충격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태. 하지만 그같은 부작용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상인 A씨는 “오는 3월 장기 휴장에 들어간 후를 대비해 준비를 해 오고 있어서 충격은 좀 덜한 편”이라고 말한 후 “그러나 휴장일을 두 달이나 앞당기면서 우리들에게 철수 준비 기간은 커녕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주상인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에 대해서도 롯데월드측은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전액 환불을 할 것이며 그에 따른 자금도 이미 마련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관련 롯데월드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신동빈 부회장 지시로 장기 휴장 후 전체 리모델링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모 언론사에 유출돼 파장을 불러일으킨 동양구조의 안전진단 보고서도 이같은 리모델링 설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었다는 것. 이와관련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오는 3월부터 롯데월드의 전면 휴장 후 전체 리노베이션을 지시한 바 있다”며 “롯데월드 내 잠재돼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요소들은 이번 공사를 통해 조용히 털고 넘어갈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측은 영원히 덮혀질 수 있었던 롯데월드의 사고 위험성을 대외적으로 부각시켰던 이번 보고서의 언론 유출 사건에 대한 경위와 책임자들을 그룹 차원에서 은밀히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리노베이션의 목적은 제2롯데월드와의 호환성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결정한 롯데월드의 리노베이션은 안전사고 위험 제고가 주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롯데측은 “어차피 리노베이션을 하려면 시설물의 일부 및 전부를 손댈 수 밖에 없다”며 “이 참에 약간의 돈을 더 들여서 안전도까지 확보하면 좋지 않으냐”는 것. 신 부회장이 20주년 기념 리노베이션을 지시한 주 목적은 제2롯데월드 건립 후 두 곳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제1롯데월드의 구조를 재개편하기 위한 것. 이와관련 롯데월드의 한 관계자는 “우리 롯데월드는 개장 18년이 됐다”며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이같은 시설물이 있다는 데 대해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트렌드가 변한 지금은 이미 식상한 곳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게 되면 두 곳의 효율적 운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송파대로를 사이에 두고 나눠진 제1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를 연결할 수 있는 지하 연결통로 개설, 롯데월드의 구식 전산 관리 시스템을 제2롯데월드에 맞는 신 버전으로의 교체, 놀이시설, 위락시설·상가 등의 위치를 제2롯데월드의 백화점 및 쇼핑몰 등 구조에 맞게 재조정 등이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애초 계획했던 공사기간은 4개월, 롯데측은 오는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공사를 마친 후 7월 12일 18주년 기념일에 맞춰 재 오픈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안전진단보고서의 공개로 공사 기간이 1월로 앞당겨짐에 따라 4개월 공사를 6개월에 걸쳐 철저히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롯데백화점, 롯데호텔이 주도 이에 따라 이번 공사는 신동빈 부회장의 주도 아래 롯데쇼핑과 롯데백화점에서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현재 제1롯데월드는 롯데백화점, 롯데호텔·롯데월드 주식회사가 각각 지분을 참여한 후 롯데월드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이 중 제2롯데월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롯데호텔에서 이번 리노베이션 공사에 많은 의견을 낼 것으로 풀이된다. 제2롯데월드는 오피스 타운을 기본 구조로 백화점 명품관 수준의 고급 쇼핑몰과 일급 이상의 호텔, 그리고 오피스 빌딩 등으로 구성될 예정.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물산의 한 담당자는 “제2롯데월드는 외국계 기업과 국내 대기업 등을 주로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등이 롯데타운 내에서 호텔이나 오피스텔에서 묵으면서 오피스동에 있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생필품은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구입한 후 주말에는 제1롯데월드의 위락시설과 석촌호수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제1롯데월드의 구조를 전면 재구성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 또한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의 112층 빌딩이 정식 허가가 떨어지면 롯데물산이 롯데월드 주식회사에 지분을 참여하는 형식으로 롯데타운 경영에 전격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2층 빌딩은 공군의 이의제기 등으로 인해 준공허가가 취소된 상태. 그러나 롯데물산은 38층의 준공허가를 근거로 112층 높이의 터닦이 공사에 들어갔다. 롯데물산의 관계자는 “공군에서 제기한 문제점은 위치 선정 등 설계과정에서 이미 고려됐던 사항으로 아무런 법적 안전적 문제가 없다”며 준공허가를 자신했다. 또한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문제의 오산 비행장이 미군기지 이전과 더불어 다른 곳으로 이전되거나 활주로를 변경하는 등으로 해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시민 사회단체 “롯데 불감증” 주장 이같은 롯데그룹의 업무추진에 대해 시민 사회단체들은 “이같은 놀이기구 운영과 롯데타운 건설에서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 안전임에도 불구하고 롯데측은 이를 철저히 배제한 채 자신들의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충청남도 예산군에 살고 있는 이 모씨는 “롯데가 112층 빌딩 건립을 강행하고는 있는데 솔직히 미국의 9·11 참사가 우리나라에도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김재현(38, 은평구)씨는 “롯데는 112층 빌딩 건설을 강력 추진하기 전에 공군의 주장과 달리 비행경로상 안전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