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간병인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높은 간병인 비용과 간병인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간병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다. 현재 국내 간병인 수는 2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체계가 미흡한 상황. 간병인들은 훈련 경력과 교육 뿐 아니라 급여 등도 개인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현재의 간병인 제도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A씨 부부는 최근 80대 노모 B씨를 돌봐 온 간병인 C씨를 살인 미수로 고발할 생각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들 부부는 지난해 4월 노령의 B씨가 갑자기 쓰러지자, 병원에 입원시키고, 간병인을 구해 돌보게 했다. 노모인 B씨는 가족들에게 병원에 혼자 있는 것은 적적하니 다른 환자들과 함께 방을 쓰도록 해달라고 말했으나, 간병인 C씨는 환자의 안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독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독실에서 생활하는 B씨는 날로 기력이 쇠약해지고, 대부분 수면만 하며 지내는 등 병세가 악화됐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고, 노모가 다른 간병인을 구해줄 것을 부탁하자 식구들은 간병인을 교체했다. 그 후 할머니 병세가 혼자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급속도로 호전을 보였다. 할머니는 간병인 B씨가 주는 약을 먹으면 늘 잠이왔다고 말해,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등을 몰래 복용시킨 것으로 간병인 C씨를 추궁하고 있다. 환자 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도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을 만한’ 간병인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간병인의 자질과 전문성 부족 등이 문제로 대두되자, 간병인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간병인에 대한 급여 기준도 없기 때문에 간병인별 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 간병인 전문자격증 제도 도입해야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새로운 간병서비스 구축방안 대토론회’에서는 의료인 대부분이 간병인 전문자격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아 서울시립 서북병원 과장은 간병인 실태 설문조사에서 일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78.9%가 간병인 자격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간병인 자격증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환자 보호자도 크게 공감해, 조사 대상 보호자 63명 중 91.8%가 자격증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로는 ‘의료보조인력으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간병인으로서의 체계적인 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38.5%로 높게 나타났다. 또 간병인 자격증제도 도입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7.2%가 ‘간병인 교육프로그램의 체계화’라고 답해, 무엇보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병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보수체계, 교육훈련기관 관리 등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배성권 고신대 의료경영학 교수는 “간병인 자격증은 시·도지사 차원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육내용을 표준화 하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 시설을 지정해 간병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간병인 비용 한달 150만원, 간병인 교육기관은 전무 보건사회연구원이 2006년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환자 간호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주당 평균 38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의 간병인 비용은 주당 45만원, 뇌혈관질환일 경우 주당 3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 달 평균 150여 만원의 간병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간병인 이용 비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입원환자 기준)은 2005년 간병인 조사 기준으로 4,147억7,200만원이었으며, 간병인 이용 환자 조사에서는 6,128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 아직까지도 간병인 제도는 전혀 정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환자측이 높은 간병비 지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간병인들은 강도 높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간병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등 간병 인력의 고충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 간병인의 경우, 간병서비스의 전문성 부족과 저임금·장시간노동·열악한 근무조건 등이 간병 제도의 개선에서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449개를 대상으로 2006년 간병서비스 교육 실시 여부 조사에서 1차례 이상 교육을 실시한 곳은 52.6%에 불과했다.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17.9%, 무응답은 29.5%였다. 간병인들은 실제 의료 보조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지휘 감독하고 전문 교육을 시켜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할 책임 있는 기구가 전혀 없는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간병인들은 ‘간병인 협회’라는 명칭을 붙인 인력 시장형태의 단체에서 보급(?)되어진다. 이들 단체들은 형식적인 교육만 시키고서, 병원 쟁탈전을 통해 소속 간병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취업된 간병인들은 환자측으로로부터 받는 1일 5만~6만원의 급여 중에서 일정액을 매달 선불로 협회에 지불해야 한다. ■ 유료소개업체만 배부른 기형적 구조 지난 2003년에는 서울대 병원이 운영해 오던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폐쇄하고 일방적으로 유료소개업체를 선정하자 병원 노조와 간병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대 병원이 운영해 왔던 무료 소개소의 경우 공채를 통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고 병원 간호부에서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해 왔었다. 하지만 사설 업체의 경우 적십자사에서 1주일 과정의 간병인 교육을 수료한 사람을 모집해 환자에게 소개할 뿐 사후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사설업체들은 소개비 명목으로 업체의 배만 채우고 있는 상태. 유료 소개소의 경우 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병인들은 최초 입회비로 25만원, 월 회비로 5만원 정도를 납입해야 한다. 조건이 좋은 환자를 맡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에게 뇌물을 상납해야 하는 비리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간병인 제도 개선과 관련, 지난해ㅐ 12월29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간병부담 감소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백혈병 환우회 등 관련기관과 단체에서 100여명이 참석해 △간병서비스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의 필요성 △간병부담 감소를 위한 보호자 없는 병원 추진 △간병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적용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국고와 환자가 각 50%씩 비용을 분담해 시범추진하는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 여성가족부는 간병서비스 제도화를 통한 질높은 간병서비스 제공과 보건의료분야 여성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보호자없는 병원> 추진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으나, 간병업무 담당과 간병책임의 소재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간병서비스 보험수가화 필요, 재정적 문제해결이 핵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연구위원은 지난해 4월 열린 ‘보호자 없는 병동 구축’ 토론회에서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의료급여기금 등 국고 또는 보험재정을 포함해 1조 950억원 △환자본인부담금 1조 950억원 △병원부담 7300억원을 모두 합해 2조 9200억원이 된다고 추정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간병인은 간병 이외 의료적업무까지 떠안고 있다”며 환자에게 ‘전적 식사 보조행위’ ‘전신억제대 적용’ 등 환자 질환회복 및 건강과 밀접한 간호행위에 대해서는 보험수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도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밝혀, 결국 간병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또한 간병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공식적인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병서비스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와 지원 기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3월 일자리만들기 당정공동특위에서 의료보건 관련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논의를 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고가의 간병 비용 감소 △보호자가 상주해야 하는 병원 상황 개선 △병원 차원에서 충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시범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간호사 뿐 아니라 보조인력 고용을 확대하도록 인력 기준을 조정하고 보호자 없는 병원과 관련한 수가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입원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서라도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당정간 의견”이며, “간병인 양성 교육 지원을 위해 2010년까지 5만명을 대상으로 일인당 20만원을 지원해서 교육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시범 운영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연후 08년부터 확대 시행키로 약속한 만큼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