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분열과 통합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보·보수진영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시민단체로 구성된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이 올해 1월 정치세력화를 선언했고, 한나라당과의 공조라는 뚜렷한 정치적 노선 속에 지난 1년 동안 세불리기에 한창이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보수진영 대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진보진영에서는 민족·통일운동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한국진보연대(준)를 출범해 기대와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대안 없어도 일단 모이자? 한국진보연대(준)는 1월 9일 출범 배경을 통해, “한반도의 대내외로 격변하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보진영의 혁신과 도약이 요청되고 있고 이를 위해 진보진영의 더 넓고 튼튼한 단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진보연대는 △민족자주(강대국의 패권주의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 △민중주체의 민주주의 △6·15공동선언 이행과 자주적 평화통일 △국제 진보적 평화세력과의 연대 등을 강령으로 밝혔다. 강령에서 알 수 있듯 눈 앞에 놓인 사회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위원장은 “내부 합의가 부족한 상태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사회당은 한국진보연대의 출범에 맞춰 발표한 논평에서 “한국진보연대가 변혁운동과 통일운동의 결합을 말하고 있지만 근본변혁의 상은 고사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가장 가까운 당면 과제에 대한 대안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특히 한국사회당은 ‘반 한나라당’노선 구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치장될 뿐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 한국진보연대, 차별화 전략 시급하다 진보진영 일부에서조차 ‘한국진보연대(준)가 시민사회운동단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기존 전국민중연대보다 범위가 확대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출범을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준) 상임위원장은 출범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주변화되는 것을 극복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힐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진보연대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초조함과 성급함을 동반한 것 아닌가’하는 등 비판을 안고 출발했다. 한국진보연대가 ‘지역단위와 기층 조직과의 연대’를 기존 진보연대체와 차이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두고 차별점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다행히 한국진보연대 안에서 “대중운동의 양적 성장, 다양한 대중단체등장으로 운동의 다양성과 대중성은 확대되었지만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지 못함에 따라 투쟁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분명히 한국진보연대의 마스터플랜은 미완성이다. ■ 폐쇄성 극복도 관건 한국진보연대 조직은 민주노총·민주노동당·전국농민회총연합·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전국빈민연합·범민련남측본부 등 22개 단체로 구성됐다. 한국진보연대는 출범과 동시에 민족해방(NL)계열의 또 다른 집합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스스로 ‘울타리’를 이미 쳐 놓은 형국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고,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등 굵직한 시민단체의 불참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출범을 앞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민주노동당 외곽 조직으로서 몸 대주기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한국진보연대가 민주노동당의 외부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민주노동당으로선 고마운 일이고, 그것이 꼭 비판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고 말해, 아직 공식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는 한국진보연대 입장과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국사회당은 “스스로를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결과물로 자랑해 온 민주노동당은 이제 민족주의적 통일운동 정당으로 타락할 것인가”라며 “민주노동당의 한국진보연대(준) 참여 문제의 본질이 바로 그와 같은 질문에 놓여 있다고 본다”며 한국진보연대에 참여한 민주노동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 울타리 낮은 연대를 이뤄야 김태일 공동운영위원장(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출범식 자리에서 “민중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과거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각자 싸워서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국진보연대 출범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과연 한국진보연대의 성공 여부는 그동안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결점으로 지적당했던 형식주의와 소수조직의 배제와 대규모 대중조직중심의 ‘권력화’와 폐쇄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3월 본격적인 활동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가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담아 이를 기반으로 얼마나 참신한 대안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