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돈 벌려면 정부 정책에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불고 있는 격언이다. 실제로 지난 1998년 IMF의 희생양으로 중견 식품회사에서 밀려난 박모(46)씨는 청개구리 부동산 투자전법으로 30억원대 재산을 모은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에 살던 그는 명예퇴직 당시 수령한 1억 2000만원의 퇴직금으로 3회동안 부동산 투자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31억 2000여만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그가 활용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는 2003년 10·29, 2005년 8·31, 2006년 3·30 등이 발표될 때마다 규제하겠다는 방향으로 과감히 투자했다. 즉 정부가 “부동산 투자수익을 전액 환수할 것”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부동산에 투자했고 “아파트 재건축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10·29 대책 직후 용인의 수지 신도시에 있는 38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 부동산 정책 실패, 수요·공급 논리로만 본 때문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정 반대의 행동을 해 온 그는 현재 1억 2000만원의 퇴직금에서 분식점 창업비용을 뺀 5000여만원이라는 종자돈으로 31억 2000만원이라는 무려 620%의 투자수익을 올려 억대 부자의 반열에 들어섰다. 자신의 부동산 성공비결에 대해 박씨는 “처음부터 정부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히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씨의 청개구리식 부동산 성공사례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선고한 것과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국 실패로 판명됐다. 시장에서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2005년 8월 이후 확고한 신념속에 밀어붙여 오던 386 청와대 참모진들은 지난달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검단 신도시 기습발표 이후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주부터 부동산 정책 불간섭을 선언하며 모든 권한과 책임을 재경부에 떠넘긴 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던 당시부터 실패에 대한 경보음을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또한 참여정부의 국정의지를 무력화 시키며 권력누수의 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집값잡기를 위한 정부의 노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성의는 어느 정권이든 계속돼야 한다. 다만 방법론에서 중대한 오류를 보였을 뿐. 이번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하게 됐으며 예전부터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울려오던 경보음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 학계 “집값 형성,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로 만 본 것이 패인” “8·31 정책은 너무 집값 형성 메카니즘을 너무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만 따졌다. 그러나 주택은 공장 상품과 달라 수요 공급의 법칙에 반드시 지배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8·31 정책이 발표된 후 주택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의 일성이다. 사실 8·31에서부터 시작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 수요를 훨씬 초과하도록 물량을 공급하면 경쟁원리에 의해 시장 가격이 낮아져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투명한 주택거래제도 확립과 더불어 과도한 보유세 및 상속세, 증여세 등의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이와 관련 야당에서는 “사회주의적 정책, 사유재산의 현저한 침해”라는 논리로 정권을 공격했지만 청와대·정부·여당은 흔들림 없는 정책기조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신도시, 서울 뉴타운, 행정복합도시, 기업도시 등 전국 32개 지구를 개발해서 주택공급물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지난달 서울과 일산 등지에 주택 5채를 보유한 황씨(53세)는 “이같은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도 집을 팔지 않으면 그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집은 공장에서 생산해 내는 물건들과는 달라서 반드시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옷·가전제품 등의 상품들은 시장에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 냈기 때문에 살 사람이 적어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집은 기본적으로 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있기 때문에 이같은 가격원리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전문가들은 오히려 집값을 형성하는 요소로는 쾌적한 주변환경, 동네 이웃들의 생활 수준, 자녀의 교육환경, 교통환경 등 주거환경이 수요 공급의 법칙보다 더 크게 작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집값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집값이 단적인 예. 세종사이버대학교의 황 교수 등 전문가들은 현 강남 집값을 부양한 것은 바로 8학군이라고 입을 모은다. 8학군이란 강남구·송파구·서초구 등의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들을 통칭해 구분했던 말이다. 학군제가 운영되던 80~90년대 당시 8학군 내 학교를 다니면서 대입시험에 낙방하기가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이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를 8학군 학교에 다니길 원했다. 그러나 8학군 내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어머니들은 제2의 8학군을 찾아 분당지역 등에 주거지를 마련했고 이를 통칭해서 복부인의 치맛바람으로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내놨고 신도시 등에서도 많은 매물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수요에 비해 많은 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지만 가격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압구정 현대아파트 근처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까지 매물도 있고 매수자도 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부동산 정책 등을 이유로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하기를 원하지만 이에 응하는 매도자들이 없어서 문제”라고 말했다. ■ “집값마련 근본 정책부터 바꿔라” 그러나 시민단체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 주체들과 그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된 원인 등 뿌리를 간과한 채 시장원리에 나타난 현상 해결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비싼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런데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이전 정권에 비해 강력한 의지와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 같으나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비껴갔기 때문에 더욱 혼란만 가중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과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이하 전철협) 등 부동산 관련 시민 감시단체는 “오늘날 부동산 정책이 왜곡된 주원인으로 대한토지공사 및 대한주택공사의 공공적이고 합법적인 땅 투기와 이같은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해 온 왜곡된 부동산 관련 법체계들”이라고 말한다. 주택공사는 돈이 될 것 같은 지역을 지도상에서 임의로 선정한 후 그 지역 주민들에게 공시지가에 따른 보상금을 쥐어주고 강제로 뺏어 신도시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시공사 등을 선정해 아파트 및 시설물을 지은 후 이를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법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실제로 동탄신도시에서 주택공사는 22개 시공사들과 함께 총 1조 2,229억원 상당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주택공사는 지역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금을 속이는 방법으로 2,908억원, 시공사들과 짜고 건축비를 과다 책정하는 방법으로 5,210억원, 간접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4,11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폭로에 대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측은 “우리의 사업 행태는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이하 공토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토법은 제4조와 제19조에서 토공이나 주공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임의로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는 공시지가에 따른 보상금만을 쥐어주면 된다. 또 택촉법은 제7조와 제12조에 의거 이같은 토지개발은 민간에서 할 수 없고 오직 토공과 주공만이 독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4조는 이들 공사에 한해 외부 감리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아무 땅이나 개발하겠다고 정하면 군사지역이나 정부시설, 외국공관 등이 아닌 이상 언제든지 강탈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동산 정책, 과연 의지가 있는가? 이에 대해 전철협의 이호승 상임고문은 “문제가 되는 택촉법과 공토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고 12·12 쿠테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임시로 만든 국가보위부에서 임의로 공포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 상임위원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특혜를 거둬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택지개발을 보장하기 위해 택촉법 및 공토법 대신 공공주택법을 제정할 것과 토공 및 주공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주택청을 신설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면 양 공사의 땅장사를 법으로 규제하고 관련 부동산 법을 정리하면 집값이 잡힐까? 경실련·전철협 등 시민단체들은 정책 당국자들이 제대로 된 의지를 가지고 이같은 행동들을 실천한다면 조금씩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부동산 정책을 앞장서서 왜곡시킨 장본인들부터 규제해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현재 부동산 정책은 정부관료·정치인·건설사·전문가·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총체적으로 왜곡시켜왔다며 이들을 을사5적에 비유해 부동산 5적으로 규정했다. 이들에게 현행 왜곡된 부동산 시장이 그들만의 확실한 재테크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들에게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는다는 것은 안전한 투자처를 빼앗긴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바라지는 않는 다는 지적이다. ■ 부동산 시장 정상화 위해 주택청·후분양제 우선 도입돼야 그러면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왜곡은 70~80년대 경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적 불균형과 군사정권시절 특혜를 부여받은 토공·주공·정치권 등 기득권층의 조직적인 행태 등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과제로 경실련과 전철협은 토공과 주공을 흡수한 주택청 신설, 아파트 후분양제도의 도입 혹은 원가공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운영 등을 꼽고 있다. 전철협은 “신도시 등 공익을 위한 국토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사익을 챙기는 행위나 공익에 의해 사익이 현저히 침해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공사가 아닌 정부 부처에서 직접 나서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후분양제와 관련, 경실련은 “모든 물건은 만들어진 후 판매하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여 아파트 품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