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의 취지를 위해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행정복합도시’가 또다시 시행초기와 같이 난관에 봉착했다. 행정복합도시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오면서 충청권에 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통령 당선 후 2004년 4월17일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2005년 1월25일 정부·열린우리당이 16부 4처 3청을 이전하는 ‘행정도시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에 한나라당은 ‘행정도시안’ 발표는 여야 합의사항 파기라며 특위 소위에 불참, 결국 2005년 6월15일 행정도시특별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접수된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11월24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18일부터 시행된 행정도시특별법에 따라 청와대와 통일부·외교통상부·법무부·국방부·행정자치부·여성가족부를 제외한 12부 4처 2청이 2014년까지 충남 연기·공주지역으로 옮겨진다. 또한 170여개 공공기관은 충청권을 제외한 전국에 분산 배치된다. 행정도시특별법은 지난해 10월 헌재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에 이은 후속조치이다. 정부 측은 당시 헌재가 “정책적 고려에 의한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가능하다”고 판시한 점을 들어 현재 연기·공주지역으로의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 12월15일 토지보상을 시작해 2006년 1월1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을 출범했다. 2007년에는 개발·실시계획 수립 후 착공·시범단지를 조성하고 2008년에는 청사 건립과 주택 건설이 시작된다. 2009년 말 시범단지 입주를 초두로, 2012~2014년에는 정부기관 및 관련 연구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추진 밑그림이다. ■ 수도권 과밀화 해결 방안은 없는가 하지만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해결 과제임은 분명하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8%(2004년 기준)가 거주하고 있어 수도권 집중현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도권 과밀화 대책으로 1964년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책으로 그린벨트를 지정했으며, 82년에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제정했었다. 89년에는 지역균형개발 기획단을 설치하고, 수도권 5개 신도시를 건설했으나 신도시 주택 200만호 건설로 인한 수도권 비대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기도 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수도권 입지규제와 그린벨트 규제완화로 인해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됐다. 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될 경우 2011년부터는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집중 추이는 60년에 20.8%에 불과하던 것이 80년에는 35.5%, 2000년에는 46.3%로 늘어났다. 이는 프랑스(18.7%), 영국(12.2%)은 물론 일본(32.4%)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제 분야일 경우, 100대 기업 본사의91%, 공공기관의85%, 금융기관의 67%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현 정권의 국토개발이 다음 정권에서 중단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지금의 여러 개발 방안들을 어떻게 잘 살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단순한 국토의 균형과 분산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되며, 기존의 각종 개발 예정지에 지역별 연계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 어떠한 핵심적인 전략을 세울 것인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전 시장은 최근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으려면 현재의 수도권만으로는 어렵다. 제2의 수도권이 필요하다”며, “자격요건을 갖춘 곳은 경남밖에 없으며, 경남과 부산·울산 그리고 경북일부를 포함하는 제2수도권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발언으로 이 전 시장이 다른 방식으로 제2수도권을 구상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과학도시는 한국 경제의 10년 정체 돌파할 성장의 신형 엔진이 될 것”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핵심 대선공약으로 준비 중인 ‘과학 비즈니스 도시(과학도시)’와 관련, “미국을 끌어들여 최고급형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다. 과학도시는 이 전 시장이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상 중인 대형 프로젝트로서, 동시에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은 “지금까지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은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제 성장의 동력을 기초 과학으로까지 확대해야 할 때가 왔다”며, “과학 신도시가 피를 생산하는 심장이라면 내륙 운하는 그 피가 도는 혈관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 발전의 새로운 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한반도 운하와 과학도시를 위한 정책 탐사를 위해 지난 10월 유럽 3개국을 방문, “단순한 과학 도시가 아닌 국제 비즈니스 과학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전 시장에 따르면 ‘국제 과학 비즈니스 도시’에는 교육 뿐 아니라 의료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세계 주요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소외된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40만∼50만명의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유치하는 과학도시를 비수도권 지역에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도시는 반도체 이후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미래도시다.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는 한국 경제의 10년 정체를 돌파할 성장의 신형 엔진이 될 것”이라며, “과학도시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함께 한국의 미래 성장을 주도할 양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과학도시 건설계획과 입지에 대해서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에는 중이온 가속기를 중심으로 산·학이 연계된 비즈니스단지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입지는 기존의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자유무역도시 등의 개발 예정지를 업그레이드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에서 새로운 교육제도와 시설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구상이 상당한 단계까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 전 시장은 11월 일본 쓰쿠바 연구학원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과학비즈니스도시에는 기존의 학교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교육방식과 시설이 도입돼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이 서로 다른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기존의 수업방식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이 아이디어가 새로운 학문분야 개척이나 신기술 개발, 국제특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가 단순히 과학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산업 뿐 아니라 국제 학문교류를 상시화하는 한편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친환경 고품격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혀, ‘새로운 미래형 도시’ 건설의 포부를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이 계획하고 있는 과학도시는 에너지 개발과 산업 동력의 기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과학도시에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비즈니스로 활용해야 한다”고 과학비즈니스도시 건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시장측은 과학비즈니스 도시가 구축될 경우 △환경 문제에 저촉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개발, 연간 수조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나노보다 미세한 펨토시대를 개척, 물질의 본질에 보다 가깝게 접근함으로써 기초과학 발달부터 산업 생산력 증가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며 △‘창조적 네트워크’로 예술과 과학,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21세기형의 새로운 도시 모델을 창출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과학 비즈니스 신도시 계획은 기존의 기업도시, 혁신도시, 자유무역도시 등 개발예정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 비즈니스 신도시는 한국의 지난 10년간의 정체를 돌파해 낼 성장의 신형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도시와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과학비즈니스 도시가 건설되면 과학자 3,000여명이 연구소에서 근무, 또 하나의 세계지식 보급 창고가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속기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타당성 검토 및 개념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과학도시는 미국 또는 유럽 등 국제간 협력을 토대로 하는 한국의 미래 동력 사업뿐 아니라, 인류를 위한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현재 이 사업 구상은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며,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국제적 협력을 갖기 쉬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선진국, 기초과학 분야에 막대한 예산 쏟으며 국제적 협력 다져 과학도시의 구체적인 계획과 협력 국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속기 신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이뤄질 과학도시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현재 구상하고 있는 국제과학 비즈니스도시는 어느 특정 과학도시를 모델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들 과학도시들의 성격과 특징·현황들을 각각 비교분석해, 새롭고 우수한 과학도시를 만드는데 참고로 할 것”이라며, “세계 관련 석·박사뿐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속기는 핵을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해 서로 충돌시킴으로써 극미한 물질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내시경 같은 장치이다. 가속기는 생명공학·화학·물리학 등 기초 과학 모든 분야 발전에 필요할 뿐 아니라 반도체·신소재 개발 등의 응용에도 필요하다. 가속기의 대표적인 생산물로는 암 치료에 이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들 수 있다. 현재 유럽국가들은 독일의 GSI, 프랑스의 GANIL과 같이 나라별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합작으로 스위스 CERN에 세계 최대 크기의 가속기를 건설하고 있고, 일본도 수백억 내지 수조원 규모의 연구용 가속기만 155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포항공대에 방사성 가속기 1대만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쓰쿠바 과학도시는 90년대에 들어 ‘B factory’라는 연구에도 중점을 두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중성미자 또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혁신적인 내용을 알게 됐다. 이 발견은 그 당시까지 밝혀진 이론에 의하면 양성자는 빛과 같이 질량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 또한 질량을 가지고 있음을 최초로 알게 된 중요한 발견이었다. 쓰쿠바 과학도시 관계자는 “이 곳에서 시도된 연구중 하나인 ‘B factory’를 통해 높은 에너지에 가장 많은 전자를 가속시켜서 ‘B(사상, event라고도 함)’를 가장 많이 생성해낼 수 있게 됐으며, 결국 일본이 이 분야에서 최고의 우위를 다지는 결과를 낳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이 “단지 연구비 지원의 선택과 집중에 머물고 있으며, 소수의 성과가 보장된 사업에만 투자되어, 오히려 기초과학 학문적 연구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연구자들은 연구 자체보다 연구비 확보를 위한 로비와 당장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연구의 수준도 떨어지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에 있어 개발만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지역 특성과 연계성을 살리고 당장의 성과보단 장기적 안목으로 윈-윈 정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