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용산기지 공원화의 일환으로 지상이 아닌 지하공간을 복합몰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극장·음식점·쇼핑센터 등을 건설하겠다는 이같은 방침은 정부가 용산 기지를 전면 공원화하겠다고 공언해 온 것과는 반대로 용산기지가 상업적으로 개발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용산공원 추진단’이 밝힌 이번 방안은 지하철 신(新)분당선 역사가 들어설 곳에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상은 안된다고 반발하니 지하로 옮기겠다는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환경·시민·사회단체 20여개의 연합체인 ‘용산생태공원화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용산기지 산업개발계획 백지화와 용산개발을 위한 특별법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 정부의 상업개발은 땅장사 통한 기지이전 비용 마련 수단 특히 용산공원시민연대는 “용산기지 상업개발의 목적은 주한미군재배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미군 재배치 비용마련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상업개발을 통한 ‘땅장사’라는 게 시민사회 단체와 야당의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지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대안으로 세금이나 국·공채 발행, 국민신탁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의 모색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용산기지의 상업개발은 이 일대의 망국적인 집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 바람이라는 여파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환경의 훼손 및 파괴가 불가피한 것은 더 말해 무엇하랴. 한편, 용산기지 공원화 문제는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간의 대립으로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다. ‘환경시장’을 표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평택으로 이전되는 용산기지에 대해 생태공원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무현 정부는 겉으로만 그럴 듯한 ‘민족공원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오 시장은 정부를 향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4일 오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용산기지 민족공원화 선포식에 불참함으로써 이같은 대립각을 본격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노 대통령의 선포식에 대해 “용산기지 반환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오 시장은 건설교통부의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 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용산공원, 문광부나 환경부가 추진해야 정부는 용산기지를 민족공원화 하겠다고 선포해 왔지만, 민족공원 특별법 14조와 28조 등의 독소조항이 있어 사실상 언제든 개발·매각할 우려가 상존해 있다. 이에 지난 9월 4일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시의 입장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용산공원보존특별법’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구성한 ‘용산 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구성한 위원회는 정부인사 11명에 민간위원 16명으로 구성됐으나 자연생태공원을 주장했던 문화연대·참여연대·녹색연합·환경연합 인사들은 제외됐다. 더욱이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기지 공원화 계획을 건교부가 아니라 문화관광부·환경부가 이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도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세계 도시공원 확보규모는 평균 2.7평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평 정도에 불과한 현실이다. 한편, ‘환경시장’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오세훈 시장에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들섬 초고층 문화 콤플렉스를 설립하는 게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들섬 문화 콤플렉스는 이명박 전 시장이 추진한 오페라하우스보다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이 오 시장이 추진 중인 용산기지 생태공원화에 있어 얼마나 큰 파괴력 가져올 지는 미지수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