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28,인천 녹색연합)씨는 인천광역시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며 지난 10월 26일 ‘나무 위 시위’를 시작하면서 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솔직히 나에게 계양산은 가파르고 재미없는 척박하기만 한 산이었다. 그런데 등산객은 왜 그리 많은 지, 오며가며 채이고 정상으로 갈수록 퍼석퍼석한 돌가루만 날리는 그런 산 같지도 않다는 생각에 마음도 가지 않았던 그런 산이었다’ 그러나 신씨는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으로 알려진 계양산 묵상동 일대 소나무 숲(인천시민들은 이 일대를 솔밭이라고 부른다)을 보고, ‘인천에서 처음 숲의 기억을 처음 느껴봤고 이런 훌륭한 공간이 있다니’하며 감탄했다. ■ 40일이상 나무위 시위 “계양산 소중함 몸으로 느껴” 신씨가 나무 위 시위를 한 지 41일째 되는 날인 지난 12월 5일 기자는 계양산으로 향했다. 인천시 지하철 1호선의 종착역 귤현역에 도착한 뒤 택시에 몸을 실었고 10분만에 인천시 계양구 묵상동 계양산 북사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풀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쌀쌀한 공기와 함께 상쾌하게 살갗에 닿았고 산새들의 노래도 듣기 좋았다. 계양산 북사면 등산로 입구 ‘노란 대문집’을 출발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신씨가 편지에 적은 ‘감탄할 만한 소나무 숲’이 펼쳐졌다. 곧게 뻗은 소나무 들 사이로 난 등산로는 도시 생활에 찌든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만 했다. 신씨는 계양산 북사면 등산로 근처, 10m가 족히 넘는 소나무 사이에 2평 남짓한 판자를 깔고 나무 위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신씨는 “인천에서 태어나 28년을 살면서 인천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환경단체 활동을 하면서 계양산이 얼마나 인천시민들에 소중한 지 깨달았다”며 나무 위 시위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 ‘곤줄박이’가 둥지를 틀기 위해 시위 현장(?)을 자주 들린다며 미소를 띠었다. 신씨만의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다. 인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매일 당번을 정해 끼니를 챙겨주고 응원과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기자가 산을 찾은 날에도 인천시 부평구 ‘푸른생협’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정성스레 신씨를 위한 점심을 챙겨왔다. 오곡밥과 반찬들이 바구니에 담겨져 나무 위로 올려졌다. 인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나무 위 시위에 많은 인천시민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 시민 ‘쉼터’ 대신 골프장 들어서나 계양산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일대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 395m로 인천에서는 가현산과 청량산을 잇는 인천 내륙 S자 녹지축의 가운데에 서 있다. 계양산 남사면과 북사면은 인천광역시가 생태계보전지역지정을 추진할 정도로 고라니·너구리 등 포유류와 반딧불이·버들치·도롱뇽·맹꽁이·소쩍새·부엉이 등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이삭귀개·통발·삼지구엽초 등 600여종에 달하는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지공간이 부족한 이유로 인천시에 사는 시민들은 자주 계양산을 찾는다. 계양구청 조사에서도 하루 1만여명의 시민들이 계양산을 찾고 있고,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부천·김포시 등 수도권 시민들도 이 곳을 즐겨 찾는다. 시민들에게 계양산은 환경단체의 말마따나 ‘인천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올해 5월 계양산 북사면 80여만평에 골프장·위락시설·테마파크 등을 건설하기 위한 ‘개발제한구역 2차관리계획’을 계양구에 제출했다. 인천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롯데건설은 당초 규모를 대폭 줄여 수정안을 시에 제출하고 오는 12월 26일로 예정된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설명 신정은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계획에 반대하며 나무 위 시위를 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 10월 26일부터 시작한 시위를 골프장 건설계획이 철회될 때가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로 곳곳에는 롯데 측이 나무 위에 걸어놓은 골프장과 테마공원 계획이 그려진 펼침막이 눈에 띈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17년째 반복되는 계양산 골프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천시가 나서 계양산을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롯데건설, “골프는 대중스포츠” 롯데건설은 ‘계양산 골프장과 테마공원 등을 통해 인천시 세수입 증대와 지역주민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벨트 훼손부담금 227억을 포함해 법인세와 재산세 등 67억원이 인천시 세수입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것. 또, 골프장과 테마공원에 고용할 950명 가운데 지역 주민 844명을 고용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규상 롯데건설 토목업무팀 차장은 “산림을 훼손 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할 것이고 이미 훼손된 지역에만 골프장과 공원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훼손된 지역은 화전민 20여가구가 살던 곳.
정규상 롯데건설 차장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골프장 규모도 당초 36홀에서 18홀로 축소했다”면서 “부도덕하게 산림을 훼손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은 그린벨트를 영원히 보전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면서 “미국이나 일본만 봐도 골프장이 수천, 수만개로 우리나라는 200여개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기자들이나 신입사원들 중에서도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며 대중화된 스포츠를 위한 모든 시민들을 위한 공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천 녹색연합은 “하루 300~400명의 골프이용객을 위해 260만 인천시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고 인천시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에 사는 조병민씨(65)는 “다른 곳에 가보면 인천이 얼마나 공기가 안 좋은 지 알 수 있는데, 하나 남은 시민들의 쉼터를 골프장으로 만든다면 인천시민들은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 인천시, “심의결과 따라 진행할 것, 도시공원 조성은 계획없어” 인천시 계양산을 둘러싼 골프장 건설 논란은 1989년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추진됐고 시민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최근 발표한 ‘2011년 수도권 광역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을 통해 롯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계양산 일대의 골프장 입지는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적고 생태계 파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는 또한, ‘국민체육시설의 확충으로 증가하는 골프인구 수요충족 및 골프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한강유역환경청의 심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검토와 심의를 거쳐 결과에 따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시 차원에서 계양산을 도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유종반 인천 녹색연합 위원장은 “계양산은 수도권시민들이 이용하는 생명나눔의 공간이다”며 “환경친화적인 계양산 관리계획을 수립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