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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탄성, 전율! 금강산 만물상 설경이여...

‘천하제일경’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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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호 ⁄ 2007.07.03 14:43:48

어와 조화옹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부용을 고잣난 듯 백옥을 뭇것난 듯 동명을 박차난 듯 북극을 괴왓난 듯 놉흘시고 망고대 외로울싸 혈망봉이 하늘의 추미러 무사 일을 사로리라 천만겁 지나도록 구필 줄 모르난다 어와 너여이고 너 가타니 또 있는가 - 관동별곡 중 본사 (1)-2 ‘천하제일경’이란 그 누가 뭐라 해도 금강산을 두고 한 말임에 틀림없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언어를 다 동원한다 해도 금강산의 절경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있을까? 오죽했으면 스웨덴의 구스타프 국왕 같은 이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조물주를 다 끌어 들였을까. “하나님께서 천지창조하신 6일 중에서 마지막 하루는 오직 금강산을 만드는데 보내셨을 것이다.” 또한 영국의 여행가인 이사벨라 비솝은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세계 여느 명산의 아름다움을 초월하고 있으며, 대협곡이 너무도 황홀하여 보는 이의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적벽가로 유명한 중국 북송시대의 문인이자 학자인 소동파는 고려국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노래할 정도였다. ■ 세계 문인·지식인들 금강산 절경 한목소리 감탄 그러나 이렇듯 세계 여러 나라의 문인과 지식인들이 금강산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으나 우리나라 문인과 화가들의 뛰어난 표현력을 능가하는 것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금강산은 그들 문인과 화가들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자리매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웅혼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과 묘사력은 금강산을 민족의 영산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과 계곡, 폭포가 그들에게 던져준 심미적 충격의 다대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데 기묘하게도 송강 정철과 구스타프 국왕 두 사람이 조물주라는 매체를 통하여 금강산의 미를 칭송하였으니 이런 우연이 또 어디 있을까. 아니, 우연이라기보다는 조물주라는 존재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금강산의 미를 칭송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물주가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터이다. 금강산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말이 필요 없는 산이기 때문이다. 아아,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고 또 야단스럽구나. 저 수많은 봉우리들이 하늘로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 말거나 할 것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 바다를 박차는 듯,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구나. 참, 이렇게도 절묘하게 금강산 봉우리들을 표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하늘로 날거든 뛰지 말라니, 섰거든 솟지 말거나 하라니. 송강이 내금강 진혈대에 올라 금강산 만이천봉의 일부분을 굽어보며 격정에 못 이겨 발화하는 그 모습이 그저 눈에 선하다. ■ 천선대 올라 만이천봉 바라보니 눈물이... 아마 그는 이 구절을 읊으며 맑고 투명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는 웅장하다 못해 뇌리를 관통하는 정서적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금강산은 그 이름마저 아름답다고 했던가.

작은 흉내를 내 보았다. 사백 삼십여 년 전 송강이 진혈대에 올라 금강산의 절경을 보며 감동했던 그 마음을 조금 흉내 내 보기로 했다. 외금강 만물상의 천선대에 올라 만이천봉의 일부분을 보며 작은 눈물을 흘려보았다. 운이 지독히도 좋았다. 날씨는 너무 화창했으며 북풍한설의 매서움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온통 백설의 무대를 자랑하는 설경의 나라였다. 만물상 정상인 천선대에 올라 눈앞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설국의 봉우리들을 내려다보며 심장 속으로 쪼개고 들어오는 법열에 몸을 떨어야 했다. 산 너머 산이요, 봉우리 너머 봉우리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며, 금강산은 금강산이었다. 민족의 성스러운 산, 금강산이었다.

송강은 망고대와 혈망봉이 하늘에 무슨 일을 아뢰기 위해 긴 세월 동안 꿋꿋이 서 있다고 표현했다. 삼천년에 한 번씩 바다 위로 고개를 내미는 거북이가 우연히도 구멍 난 조각배와 만나서 그 구멍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을 1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겁이 천만번이나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른다고 했으니 그 얼마나 장구한 세월을 견딘 거란 말인가. 그 장구한 세월 앞에 우리네 인간의 보잘 것 없는 세상살이는 티끌보다 모자라지 않는가. 내금강과 외금강의 수많은 봉우리들은 또 앞으로도 몇 천만겁을 굽힐 줄 모르고 서 있을 것이다. 만물상 천선대야, 내금강 혈망봉아 기억해다오. 너희들의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모른 채 잠시 스치고 지나간 인간이란 미물의 나약함을. 또 기억해다오. 오천년 역사를 가진 작은 민족 하나가 잠시 흩어졌다 반드시 다시 만나고야 말았던 찬란한 인연을. 그 작은 민족이 금강의 기운을 빌어 저 찬란한 동해의 일출처럼 세계를 비추는 문화의 민족이 되었음을. -김대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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