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열린우리당은 정계개편에 정신이 없고, 한나라당은 ‘빅3’를 내세워 지지율 몰이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 같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무려 40% 이상 벌어졌고,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각종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듯, 2007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가, 한나라당은 내년 6월 당내경선이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시점이라는 것에는 정계에서 큰 이견이 없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새판 짜기’와 ‘현 상태 유지’라는 상반된 방법으로 대권에서 승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내년 초부터 맹렬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 열린우리당, 범여권 통합·완전국민경선제로 위기 돌파 현재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최대 목표는 지지율 50%를 달리는 한나라당과 대등한 대권 지형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올 2월 14일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한나라당에 맞설 범여권 통합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월 전당대회에서는 범여권통합 수임기구가 구성될 예정이지만, 당을 지키려는 당사수파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자칫 폭력사태로 얼룩졌던 지난 2002년 민주당 분당 때처럼 전당대회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은 고건 전 총리는 2월 이후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고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리라고 예상되는 시기는 전당대회 이후인 3월에서 4월경. 이 시기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진행되는 내부 갈등 후 뛰쳐나오는 세력을 모아 범여권통합 독자신당을 탄생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하지만, 현재 여권 내에 나도는 ‘질서 있는 범여권 대통합’이 성사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열린우리당이 당내 분열 없이 민주당과의 통합에 성공한다면 2007년 5월에서 6월 사이 통합신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치러질 것이고, 고 전 총리는 여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은 이 과정에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대권후보를 뽑는 이벤트를 진행, 흥행몰이로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일반국민 50%, 당원 50%로 진행한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노무현 경선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듯, 이번에도 고 전 총리를 비롯해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추미애 전 의원 등 대권 후보들이 참여해준다면 역전 드라마는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범여권 통합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반 한나라당 연대’라는 명백한 한계 때문에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뚜렷한 정치적 이념에 의해서 모인 집단이기보다는 한나라당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집권을 위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범여권 후보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고건 전 총리는 자신을 범여권 대선후보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고 전 총리 측은 현재 열린우리당의 대권후보인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대권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현재 ‘제 3의 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장 등은 정치경력이 없는데다가 출마할 경우 그 위력이 검증되지 않아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결국 범여권 대선후보로 추대되길 원하는 고 전 총리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경선흥행을 추진하는 열린우리당 통합파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경선에 패배할 경우 경선 불복의 가능성도 커 이후 범여권통합후보를 둔 논쟁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한나라당, 6월 경선 무사히 치르고 12월까지 한편, 정계개편에 여념이 없는 열린우리당과 달리 한나라당은 현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태. 이 분위기를 경선에 이어 대선까지 끌고 간다는 큰 ‘틀’ 아래 틀을 깨는 변수의 제거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경선→대선’에 이르는 틀은 한나라당 혁신위가 2005년에 이미 마련했던 것이다. 당시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해 승리를 확신했던 한나라당은 두 번의 거듭된 패배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대권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런 보완책으로 현재 착실히 점수를 쌓고 있다. 틀을 유지하는 역할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맡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7월 당선된 후 현재까지 당을 이끌면서 줄곧 “나는 대선후보가 아니다”고 강조해왔다. 자신은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돕는 ‘킹메이커’ 역할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실제로도 법안 처리 등 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강 대표가 맞서고, 대선 주자는 바깥으로 돌면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 이회창 전 총재가 경선에 참여할 의사를 보여 틀이 흔들리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자신을 이순신 장군에 빗대며 당 복귀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이를 두고 “한나라당의 패배는 이회창 탓”이라는 최구식 의원에 이어 이계진 의원 역시 “이회창은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대권 도전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 전 총재가 뛰어든다고 가정할 때, 이미 출마선언을 한 원희룡 의원까지 합쳐 한나라당의 대권 구도는 현재 ‘2강 1약’ 구도에서 ‘3강 2약’으로 변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 시기인데, 적어도 내년 2월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한나라당 경선 일정과 관련 “대선주자를 2월 쯤 불러 당 고문에 앉히고 착실히 경선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전 총재 측에서는 간간이 “독자신당을 구축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 복귀 시기를 속단하긴 이르다. 분명한 것은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경선에 직접 뛰어들든 독자신당을 만들든, 한나라당의 대선 틀을 흔들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 전 총재라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한나라당의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내년 6월 경선이 될 수 밖에 없다. 얼핏 보면 튼튼해 보이는 한나라당의 틀은 6월 경선을 전후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6월 전에 틀이 깨질 가능성을 꼽는다면 경선 방식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에 떨어지지만 당내 권력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을 웃돌고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현재 경선 체제를 6월 경선까지 끌고 가길 원하며, 이 전 시장은 이를 깨려고 하고 있다.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로 볼 때, ‘박-이’ 갈등은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을 촉발하는 기폭제나 마찬가지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올해가 지나면 본격적인 경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파란을 예고했으며,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물론 6월 이후에도 틀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중 패자가 경선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갈 경우, 한나라당은 두 조각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당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선에 지더라도 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거나 “공탁금을 걸어 불복하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등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당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한나라당 필승론’이 새어 나오지만 한나라당이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고, 한나라당은 이런 불씨를 하나씩 꺼뜨리면서 대선까지 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김기중, 채송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