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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아직 멈추지 않았다”

KTX 여승무원, 가시밭길 300일 넘고 희망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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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호 ⁄ 2007.07.03 14:32:39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은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을 한 지 정확히 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새내기 여성노동자, KTX 여승무원들은 지난 300일 동안 강제연행·고소고발·손해배상소송·출입금지가처분 등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시작한 파업 이후 KTX 여승무원들은 정부중앙청사·감사원·노동부·서울지방노동청·인권위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미궁’으로 빠뜨린 노동청 불법파견 조사 결과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고비점은 지난해 9월 서울지방노동청 불법파견 재조사 결과였다. 현행 근로자파견법은 건설업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한 업종에서 노동자를 파견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사용자의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청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국가인권위원회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고객서비스 업무를 여성의 업무로 한정하고, 여승무원들을 성별 분리 채용해 불리한 고용조건을 형성한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에 해당한다”고 권고할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해 9월 29일 KTX 여승무원들의 불법파견 여부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지만, 동시에 ‘철도유통이 여승무원 근태관리를 직접 담당한 점’ 등을 이유로 전체적으로 봐서 불법파견은 아니라는 애매한 판단을 내렸다. 당시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 역시 “일부 불법파견적인 요소가 있지만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애매한 판단을 내렸고, 결국 KTX 여승무원들은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내몰렸다. ■ 이철 사장, “직접고용 불가는 내 원칙” 올해 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가장 큰 관심 대상은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문제였다. 애매한 노동청 조사결과는 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국감장으로 이어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 가운데 누구 하나 KTX 여승무원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의원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올해 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2005년 1월 1일 KTX 승무원 서비스매뉴얼을 통해 철도공사가 구체적인 여승무원 업무를 명시했다”며 “일상적인 업무를 철도공사가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원칙의 문제로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고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경우 여승무원들을 아예 없앨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역시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KTX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KTX 여승무원들을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말은 철도공사 계약해지로 한 순간 일터를 잃을 수 있는 고용불안을 떠안고 살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 2007년,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지난해 3월 1일 370명으로 시작한 KTX 여승무원들의 수는 현재 90여명으로 줄었다. 민세원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도 최근 건강이 악화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여승무원들은 아직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여승무원들은 이날 서울역 광장에 앉아 노란 풍선에 ‘일하고 싶다’, ‘내년에 KTX로 돌아가겠다’라고 적은 염원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또, KTX 여승무원들은 12월 23일 오후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300일을 기념하는 문화제를 가졌다. 2006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일깨운 이들의 앞길에 2007년, 어떤 길이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 KTX 승무원들이 말하는 아홉 가지 오해 하나. 애초에 비정규직인줄 알고 들어간 것 아닌가? - KTX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비정규직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철도공사의 선전처럼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뻗어나갈 KTX와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채용공고에 명시되어 있었던 ‘1년계약직’은 항공사처럼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 KTX승무원은 KTX가 존재하는 한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위탁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해 차별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채용공고에 고속철도 준비단장인 정성주씨가 1년정도 있으면 정규직이 될 것이고 공무원 수준의 월급이나 후생복지와 정년을 보장한다고 하였다. 또한 신입교육 때 철도청 간부들과 강사들 역시 1년 뒤에는 정규직 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 KTX 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데 왜 거부하는가? - 말만 정규직이지 하청이 된다는 것은 위탁 도급직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불법 파견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철도공사에서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그대로 해고다. 철도공사가 철도유통과 위탁계약을 단 1년만에 일방적으로 파기시킴으로 인해 철도유통이 지난해 5월15일 KTX여승무원을 전원 정리해고 했던 사실을 보면 자회사로 하청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 위탁된 하청노동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눌 수 없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내용이 똑같기 때문이다. 원청에서 하청회사와 위탁계약을 파기해버리면 법적으로 하청회사 소속인 하청노동자들은 모두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된다. 또한 원청에서 주는 도급비용 내에서 급여를 산정해 주므로 급여수준도 매우 낮다. 이런 것이 현실임에도 철도공사는 끊임없이 KTX승무원들에게 ‘자회사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도 더 큰 것을 바라고 기회를 차버렸다며 KTX승무원들을 매도하고 있다. 이는 일반 대중이 ‘정규직’이라고 하면 임금보전이 되고 고용안정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이용해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감추려 하는 파렴치한 주장일 뿐이다. 셋. 정규직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정식 시험보고 들어가야지.... - 입사할 때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2기 같은 경우는 136:1 이었다. 모두 입사할 때 이력서를 내고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과 영어구술능력평가까지 받았다. 철도공사가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KTX여승무원을 뽑을 때 길거리에서 선착순으로 모집을 해서 승무원을 채용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필기시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철도공사에서 필기시험을 보게 했어야 하는 것이다. - KTX 승무원직은 아예 정규직이 없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앞으로 정규직을 선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되어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KTX승무원들에게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서 일할 기회 자체를 열어주지 않았다. KTX승무원이 되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위탁 비정규직이 되어야 했다. 철도공사 직접고용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시험을 볼 기회조차 봉쇄당한 채 그림자처럼 일해온 것이다. 넷. 승무원들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도 직접고용인가? - 철도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다. 고용이 안정되고 일한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고 내 담당업무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권한도 주어져야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은 노조활동을 해도 비정규직은 상시적인 해고협박과 징계를 받는 등 엄청난 탄압을 받고 해가 바뀔 때마다 재계약이 될지 떨어야 한다. 임금·고용·후생복지 모든 것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이런 차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 - 하지만 무엇보다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되는 것이 시급하고 제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내년에 정규직 인원배정이나 예산배정이 될 때까지는 일단 철도공사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일하겠다는 것이다. 다섯. 철도공사가 경영적자라는데 비용 때문에 승무원 정규직화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 철도공사 적자는 대부분 공사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강제로 떠넘긴 고속철도 관련 부채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철도관련 시설에 대한 비용을 한 기업에게 모두 떠넘긴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공항을 건설할 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사에게 공항건설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도 일개 항공사에서 공항건설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는 선로를 깔고 역사를 짓는 등의 철도설비에 드는 비용을 일개 기업인 철도공사에게 모두 지우고 있다. 이로 인해 떠안은 엄청난 부채에 대해 일반 대중조차 철도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모순인가! 이렇게 만들어진 철도공사의 설비적자는 정부와 철도공사가 인건비 절감만이 해결책이라며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구조조정을 주장할 훌륭한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여섯. 승무원들 요구 들어주면 다른 공기업 비정규직도 다 정규직화 해야 할 텐데, 파장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우리 경제가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 우리 경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인건비가 아니다. 온갖 차별과 탄압 속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나 위탁된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과연 기업의 이익이 창출될까?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조건에서 힘겹게 살아간다면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고 공기업의 경우 공공성과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인건비를 줄여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쉽고 싸게 착취하려는 자본가의 노골적이며 설득력 없는 핑계이며, 근시안적인 ‘사회적 파괴행위’ 이다. 일곱. 승무원 없이도 KTX는 잘 굴러가는데.... 승무원이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데, 승무원은 접대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닌가? - 국회 건교위 소속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이 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TX는 2005년 1월부터 7월까지만 해도 1295건의 고장이 있었다. 이런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 388m, 18칸으로 이뤄진 KTX에 탑승한 1000명이 넘는 승객을 남자 팀장 혼자서 담당해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 항공사 승무원의 경우를 보면 보잉747 한 대에 18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일을 한다. 항공기 역시 승무원이 없어도 비행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 그렇다고 승무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승객이 있는가? 항공기 객실승무원이 대부분 젊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그들은 단지 ‘접대서비스’만 할 뿐, 안전업무와는 절대 무관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을까? - 항공기·배·열차 등의 밀폐된 대량교통수단에 승무원을 태우는 이유는 첫째가 이용하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철저한 훈련을 거쳐 만약의 사고에 적절히 대처하여 고객을 최대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이 ‘승무원의 업무’이고 ‘존재이유’이다. 이 업무 외에 가능한 한도 내에서 서비스 업무를 추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은 단지 접대서비스만 하는 인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열차 내에서 승무원이 왜 필요한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고, 이는 곧 KTX 및 열차 안전을 책임져야 할 철도공사가 얼마나 안전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황당한 주장이다. 1,000명의 고객을 모시는데 안전과 서비스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여덟. 승무원들은 웬만큼 임금 받지 않나.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도 많은데 그나마 조건이 좋은 승무원들 왜 정규직화 해야 하나? - 철도공사가 자회사에 지급하는 도급비는 승무원 1인당 248만5천원이었다. 그 중 승무원 임금을 철도공사에서는 174만원을 주라고 책정했는데 위탁받은 자회사에서 이런 저런 명목으로 중간에서 착취를 했다. 세금을 공제하고 4대 보험, 각종 공제를 하면 110만~140만원 정도를 받았다. - 물론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도 많이 있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하지만 덜 열악하고 더 열악하고를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비정규직의 문제는 사용자가 생존권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상시적인 해고위협에 시달리며 일한만큼 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데에 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를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몇 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계약서를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싸고 편하게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부당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 - 업무의 성격상 정규직으로 쓸 수 없는 경우에만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옳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싸고 편하게 노동력을 쓰고자 정규직이었던 직종을 비정규직으로, 신설되는 직종을 처음부터 비정규직으로 뽑아 편법으로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고용방법이다. 비정규직끼리의 임금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차별과 착취를 받으며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하청노동자의 똑같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홉. 철도공사는 성차별 한 적이 없다는데… - 처음에 KTX 승무원들을 모두 젊은 여성으로만 선발하고 키나 나이·용모가 선발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지금은 KTX관광레저에서 남성 승무원 몇 명을 선발하고 나서 성차별을 해소했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이 성차별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권위원회 판단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노동조건·복지·승진 등 모든 부분에서 차별하면서 성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그것을 누가 믿겠는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몇 개월간의 조사 끝에 철도공사의 그런 주장을 일일이 반박한 뒤 성차별이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아니라고만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 KTX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이라서 차별을 당했고 여성이라서 더욱 심한 차별을 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철도공사가 성차별을 시정하려면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여 똑같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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