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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도청장치’에서 ‘프라나’까지… 그들의 10년

록밴드 ‘프라나’ 공연으로 새해맞이… 뮤지컬등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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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호 ⁄ 2007.07.03 14:33:37

밴드 결성 10년을 맞은 프라나(내귀에 도청장치). 그 동안 몇 번의 멤버교체가 있었고 최근에는 밴드 이름도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록계에서 그들의 존재감은 변하지 않았다. ‘록음악=인디문화’라는 고정관념은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록밴드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십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음악색을 유지하며 음악을 해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점에서 프라나는 대단한 밴드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밴드 이름을 바꿨을까? 그동안 ‘내귀에 도청장치’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또렷하게 각인되었고 팬들이 ‘내귀’라고 줄여부르며 오랫동안 정들었던 이름을 버리고 2집 앨범의 제목이었던 프라나를 밴드의 이름으로 내세운 이유가 궁금하다. ‘내귀에 도청장치’. 한 번 들으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이름이긴 하지만 어쩐지 비주류의 느낌이 강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디씬에 머물지 않고 메이저씬에서도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건만 사람들이 여전히 인디 밴드라고 여기는 데에는 이름 탓이 꽤 컸다. 음악보다도 이름이 먼저 기억되는 것, 이름만으로 그들의 음악을 짐작하는 것은 밴드에게 걸림돌이 된다. 더구나 외국인이 외우기도, 발음하기도 어려운 긴 이름은 해외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밴드에게는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이다. “프라나는 인도어로 기(氣), 에너지를 뜻해요. 우리가 하는 음악에는 프라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죠.” 이혁(보컬)의 말처럼 프라나의 음악에는 특이한 기운이 있다. 쉽게 비견할만한 밴드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의 개성 강한 기는 지금까지 발매한 4장의 앨범(2.5집 포함)의 일관된 테마다. 4집 앨범을 내면서 밴드이름은 바뀌었지만 세련된 멜로디에 강하고 절도있는 연주, 몽환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레이니썬의 기타리스트였던 김태진이 멤버로 합류한 것. 연주실력이야 이미 록계에서 정평이 나있었고 십년 전 인디밴드 시절부터 줄곧 고락을 함께 해 온 터라 새삼스레 호흡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독특한 느낌이 살아있는 프라나의 음악을 연주하기에는 딱 맞는 멤버였다. ■ 변하지 않는 것은 프라나가 아니다 공연이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프라나의 모습은 눈에 띈다. 패션센스가 남다르다는 말로 이들의 무대 위 모습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프라나는 무대에 설 때면 언제나 하나의 테마를 정해두고 모든 멤버가 그에 충실한 비쥬얼컨셉을 표현해낸다. 컨셉에 따라 멤버들은 영화 <헤드윅>의 ‘헤드윅과 엥그리 인치’가 되기도 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웡카’가 되기도 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충격이지 않을까 싶게 파격적인, 하지만 몇 번 보면 자꾸만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끔 만들 정도로 중독적인 프라나의 비쥬얼 컨셉은 평소 영화와 무대연출에 관심이 많은 이혁이 테마를 정하면 멤버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보태는 식으로 정해진다. 화려한 모습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하는 노림수는 없다. 밴드가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공연을 하자는 것이 이들의 모토였다. 화려하고 도발적인 이미지가 강한 프라나의 비쥬얼 컨셉들은 용케도 그들의 음악과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무난한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묘한 구석이 있는 음악과 무대 위에서의 모습은 위화감없이 잘 어우러져 프라나의 공연은 늘 음악과 행위예술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예술과 다름없다.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에 걸맞는 시각적 표현으로 자신들이 지닌 기를 아낌없이 내보이는 것.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매끈한 옷을 잘 차려입고 인형처럼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다. 프라나의 변화에 대한 욕심은 음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앨범인 ‘Shine’에는 박성신의 ‘한번만 더’를 리메이크한 곡이 수록되어 있고 이브의 김세헌, 레이니썬의 정차식은 피쳐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또, 얼마 전에는 공연장이 아닌 라이브 바에서 어쿠스틱 라이브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적으로나 비쥬얼적으로 쉼 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것은 프라나의 본능이다. 지금 프라나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혁이 본격적으로 연기에 나선 것이다. 내년 2월 4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김종서와 함께 유다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데다가 세계 최초의 연예인 로봇 ‘에버투(EveR-2) 뮤즈’의 데뷔곡 ‘눈감아 줄게요’의 뮤직비디오의 남자 주인공을 연기했다. 평소 공연에서도 노래에 연기를 담아 특출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이혁이기에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경하지는 않다. 첫 출연작이 세계 5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대작이라는 건 조금 부담스럽지만 오히려 기존의 뮤지컬 배우들이 표현해낼 수 없었던 느낌들을 부각시켜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게 그의 매력이다. 올 한해를 ‘프라나교 신년 대부흥회’라는 타이틀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팬들과 함께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프라나만의 축제로 문을 연만큼 프라나는 올해도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정열적이다 못해 매혹적인 프라나의 무대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프라나는 자신들의 색을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록밴드로서 꿋꿋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 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내귀에 도청장치’라는 이름이 프라나로 바뀐 것, 교복을 입고 열광하던 사춘기의 팬들이 어느새 어엿한 성인이 된 것 뿐. 몇 번의 멤버교체가 있었고 잠깐동안의 뜻하지 않은 휴지기가 있었지만 한결같은 음악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10살이 된 프라나는 2007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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