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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박카스 타고 전경련 垂 簾 聽 政

전경련-삼성그룹-동아제약간 백기사 밀약
전경련, 삼성공화국 전위대로 변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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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호 ⁄ 2007.07.03 13:49:49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회장 강신호)의 제 31대 회장이 정해졌다. 전경련은 지난달 25일 회장단 회의를 갖고 현 강신호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고 이틀 후 한미 포럼을 통해 "건강이 허락되는 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말로 연임을 수락했다. 이로서 강 회장은 29대부터 31대까지 12년간 재계 대통령에 등극했다. 재계 대통령 3연임자는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전부. 하지만 이번 3연임의 뒤에 삼성의 기획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98년 강신호 회장은 제29대 전경련 회장에 올랐다. 일제시대 조그마한 한약도매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강 회장이 드디어 재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 당시 전경련 회장은 이병철·정주영·구본무·조양호 등 한국 재계의 쟁쟁한 기린아들만이 거쳐가는 전유물이었고 박정희·노태우·김대중 등 당대 대통령들 앞에서 국가의 경제를 논하고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이다. 사실 강신호 회장은 재계 대통령이라는 전경련 회장에 등극하면서 아무도 하기 꺼려하는 역할을 도맡아 해 왔다. 그가 전경련에 입성한 1998년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제가 국제통화은행(IMF)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해였다. 이 기간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재벌그룹들 간 M&A를 주도하면서 외환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기간 경제단체들, 특히 재벌들 위주로 결성된 전경련은 정부주도의 M&A에 대해 재계의 입장을 적극 개진할 필요성이 있는 자리. ■ 화려하게 등장한 강 회장 당시 강신호 회장이 전경련 대표로 취임하자 언론 등은 박카스 신화의 주인공 강 회장을 집중 조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소규모 약재상에서 시작해 20여년만에 제약업계 1위에 등극한 후 급기야 재계 대통령에까지 취임한 강 회장의 성공신화는 당시 화이트칼라 노숙자가 넘치던 시절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의 전경련 입성은 이건희·정몽헌·구본무·조양호 등 쟁쟁한 재벌 실력자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 당시 전경련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을 걸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주도 M&A에 대해 재계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해야 할 자리다. 그러나 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강하게 추진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는 상황. 자신의 이익을 섣불리 주장했다가는 본보기로 기업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재계에 팽배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위해 추대된 사람이 강신호 회장. ■ 강신호, 31대 회장은 이건희가 맡아야 하지만 작년부터 강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찾아 제 31대 전경련 회장직을 맞아 줄 것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 이와관련 강 회장은 현재 재계의 명실상부한 최고 1인자인 삼성 회장이 전경련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이는 그가 30대 회장직에 오르면서 겪었던 고충 때문. 이와관련 강 회장은 전경련을 이끌어 오면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전언이다. 이와관련 한 측근은 “강 회장은 재계에서 실질적인 위상이 뒷받침 되지 않고 전경련 회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고”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한미 FTA, 대정부 투쟁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소신껏 밀어붙일 수 없다는 데 대한 고충이다. 지금까지 현 강 회장은 소공동 삼성그룹 회장실을 수시로 방문해 이 회장에게 차기 회장 자리를 맡아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전경련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에 대해 협의해 왔다. 또 이건희 회장도 작년 하반기부터 강 회장의 면담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전경련 운영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 등에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사면복권, 환율안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건의하는 등 재계 현안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작년 초까지 “삼성을 세계 일류 기업군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이 부족하다”며 회장직 불가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변화다. 이 때문에 재계 및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전경련에 입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기정사실화 됐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국내 재벌 서열 1위의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수장에 등극하면 위상이 한결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금산법 관련 대국회 투쟁, 이재용 후계 완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및 삼성 X파일 관련 대법원 재판 등을 뚫고 나가는 데 전경련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삼성의 분위기는 올해 초부터 이건희 회장의 전경련 입성 보다 강 회장의 3연임을 적극 돕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와관련 재계 정보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24일 이후 “이 회장은 강 회장에게 ‘전경련이 금산법, 경영권 세습 등에서 삼성의 백기사로 나서달라. 그러면 2남 우석씨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서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었다. 이 경우 전경련의 31대 임기 중 강신호 회장은 실질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이 회장은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해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여론을 등에 업게 되는 반면 강 회장의 경우 삼성을 위한 전경련을 만들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을 일거에 거절하기에는 동아제약의 사정이 만만치 않다. 동아제약은 최 씨 소생의 4남 정석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를 원하는 강 회장 측과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본부인 박정자 여사의 2남 우석씨측과의 경영권 갈등에 직면해 있는 상황. 현재 우석씨 측의 지분은 10.93%로 강회장 측 8.3%보다 앞선 상황. 강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분류되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을 포함하더라도 14.92%에 불과하다. 이는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우석씨가 대권을 잡은 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우호지분은 얼마든지 적대세력으로 바뀔 수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지난 2000년까지 우석씨가 동아제약 경영에 합격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 3위인 한미약품이 6.27%의 지분을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동아제약의 박카스 사업권 구매 등 이익을 추구하거나 아예 동아제약을 합병하는 것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이든 강 회장으로서는 달가울 것이 없는 상황. 하지만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연임되고 전경련이 삼성그룹을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그는 박카스의 신화를 이룩한 입지전적인 인물에서 삼성공화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강 회장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명예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일. 이 점 때문에 강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제안을 선듯 수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강 회장이 삼성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게 된 것은 25일 31대 회장 추대를 위한 회장단 회의가 있기 몇 시간 전. 이 때 강 회장은 아들 우석씨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날 강 회장은 우석씨와 만나 뜨거운 화해를 하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고 부자간 상잔이라는 오명을 일부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아제약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우석씨의 전화는 그의 진심이 아닐 것이라는 전언. 이와관련 한 관계자는 우석씨의 반란의 근본 원인은 자신을 낳고 30여년 동안 첩 살림으로 구박을 받아 온 어머님의 한과 동생 정석씨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자신을 몰아내려는 강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그러므로 우석씨가 먼저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 동아제약에 대한 자신의 몫을 지키는 데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동아제약의 부자간 화해 기사가 인터넷에 오른지 수 시간 후 이건희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강 회장의 3연임을 강하게 주장해 만장일치 추대를 관철시켰다.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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