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달러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이 남는 게 없다고 난리다. 작년 10월경 삼성경제연구소·현대경제연구소 등 민간 경제연구소와 KDI·금융연구원 등은 일제히 “원화절상 지속으로 수출해도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수출포기기업, 회사 해외이전 기업 등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기업들은 작년에 이미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했을 뿐 아니라 정부도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3.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국가경제의 방해물로 등장한 환율대란. 하지만 기업들은 자체적인 환율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환율의 먹구름이 국가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KDI 등 민·관 경제연구소는 “정해년(丁亥年)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800원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환율관련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일제히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자리에서 “환율 때문에 경영이 어려우니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워달라”며 건의했다. 또 전경련의 강신호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심각한 원화절상 등으로 인해 재계는 안팎의 시련을 맞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 기업들 대책이 없다 사실 원화절상의 충격은 국가경제의 먹구름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수출기업 자신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오는 것이 사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850원까지는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지만 그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취재결과로는 삼성 경영전략실·현대차 구조조정본부 등 경영진들은 이미 올해 환율이 1달러에 820~800원 선까지 가능하다는 내부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손해만 보는 무역역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같은 분석을 마치고도 우리 재계는 환율 리스크 헤지를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 대기업, 간접적 환햇지에 주력 특히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대우조선·현대조선·삼성물산 등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들 중 환헤지 대책을 세운 곳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들 급여 외 모든 비용의 달러 결제, 수입과 수출지역 일치화 등 간접적 헤지전략만을 세웠을 뿐 국제금융 시스템을 통한 직접적인 환헤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특정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제조회사이지 금융회사가 아니다”며 선물 등을 통한 환 헤지 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나 엔화에 대한 자산을 유로화·위안화 등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조금 나은 상황,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중소기업의 경우 약 70% 가량이 환율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수원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환율 리스크는 4~5개월 후를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도 벅찬데 몇 개월 후를 위해 특수 전문인력을 고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