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을 받아 올봄 결혼하는 딸의 혼수품을 장만하겠다고 했는데......” “여수출입국관리소 참사는 우리사회의 이주노동자정책이 얼마나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그동안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인권보장문제가 사회문제로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음에도 정부가 철저히 외면해오면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만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은 심각한 상태” 여수 출입국관리소 참사 뒤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무리들이 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고급 승용차에다가 관련 단체 직원들의 두둑한 용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 통화 한번에 1,700만원짜리 상담전화? 외국인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단체로 지목되는 곳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중기협은 지난 2005년 이주노동자 연수업체들로부터 9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후관리비를 걷고도 정작 사후관리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전직회장에게 고급승용차를 사주고 일부는 직원 복지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해마다 수십억원씩 편법 사용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회장자리는 황금의 자리로서 회장선거때마다 불법선거가 벌어져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사후관리비란 산업연수제 대행기관이 사업주로부터 징수하는 연수관리비 내역 중 하나로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충상담과 이탈방지,현장방문 등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중기협은 2003년부터 1인당 38만원(연간 8만원)을 징수했고, 이 가운데 사후관리비로 교육비나 건강검진비·연수업체교육·입국비용 등 다른 연수관리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중기협은 ‘연수애로 상담센터’를 운영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사후 구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한해 462건 가운데 단 56건만 중기협이 직접 처리했다. 나머지 406건은 해외송출업체 한국지사 직원에 외주 위탁한 것. 이 같은 사실은 중기협이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가운데 ‘2005년 연수애로 상담일지’를 통해 드러났다. 총 462건의 애로상담 실적 가운데 406건이 중기협이 아닌 해외송출업체 국내지사들이 진행했고, 중기협이 직접 상담을 한 건수는 2005년 한해동안 56건에 불과한 상담건수를 기록한 것. 중기협 연수조정팀 임영택 과장도 “해외송출업체 한국지사 직원 1명이 매일 나와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해 중기협이 사후관리에 직접 나서지 않고 외주위탁을 맡기고도 막대한 사후관리비를 징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 또한, 중기협의 ‘연수애로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침해의 사전예방과 사후구제를 보장한다는 중기협의 주장과는 달리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에 대해 중기협이 무성의한 답변을 한 경우도 있었다. 실례로 한 산업연수생이 ‘위궤양으로 정상근무가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중기협에 문의하자 중기협은 “정신교육을 하여 업체의 환경에 적응하며 근무를 계속하게 함”이라고 처리 결과를 기록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연수생이 업체에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휴일에도 강제로 근무하게 하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하자 “해당국가 국내지사에 상담토록 안내함”이라고 처리하는 등 연수생 사후관리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귀속 보증금 및 사후관리비 사용 출처도 불분명 중기협이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연수업체들로부터 받은 연수관리비를 합치면 모두 371억6,800만원이다. 중기협은 연수업체로 선정되어 연수추천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연수관리비 등 소정의 경비를 납부하고 있다. 중기협은 연수업체 납부 관리비에 대한 항목별 사용내역도 없이 “연수업체 납부관리비는 지출항목을 구분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업체의 고용지원 및 연수생 등의 체류지원 등 연수사업을 위한 사업비 및 관리비를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최현모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연대국장은 “한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사업비와 관리비로 사용한다는 식으로 불분명하게 밝히는 곳은 중기협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가계부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7년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에 중기협이 대행기관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숱한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연수생 사후관리에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중기협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앞으로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오는 15일 종묘공원에서 이주노동자 집회를 갖고 17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중기협 등 이익단체들의 고용허가제 편입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이를 지속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 산업연수생, 예치금 180만원에 ‘현대판 노예’로 전락 지난 1993년 이후 시행되면서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리고 있는 산업연수생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의 인권피해 사례는 산업연수생제도의 명목하에서 그들의 노동권과 재산권, 기본적 인권마저 철저히 짓밟고 있는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이주노동자 델리오(39)씨는 지난 2004년 8월 한국에 입국했다. 델리오씨를 고용한 대우건설은 2004년 10월 델리오씨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40여명에게 강제로 적금을 들게 했다. 그는 대우건설 소속 건설연수생이지만, 실제 근무처는 인천이었으며 회사 또한 대우건설의 하청업체인 한중건설이었다. 대기업에서는 산업연수생을 고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중건설과 대우건설은 연수생들의 임금에서 매달 18만원씩을 은행에 강제로 예치하게 했고, 대우건설은 외환은행에 공문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산업연수생들의 무단이탈 및 도주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유보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회사가 지정한 인출권자(즉 회사의 인력지원팀장 또는 그가 위임하는 당사 직원)에게만 인출 권한을 부여하도록 요구했다. 델리오씨는 한중건설 소장의 반복적인 폭행과 부당한 처우로 인해 지난 6월 사업장을 이탈했고, 외환은행에 적립된 180만원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외환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델리오씨는 2005년 8월 E-8비자로 체류자격을 변경, 노동부의 ‘외국인연수취업자의보호및관리에관한규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임이 명백하다. 근로기준법 제42조는 연수사업자의 임금에서 관리비 기타 명칭여하를 불문하고 연수취업자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산업연수생들에게 ‘강제예치’라는 족쇄는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2007년 1월부터 고용허가제로 외국인력제도를 일원화하겠다고 발표, 이를 위해 고용허가제 사후관리 업무 대행기관으로 연수생 추천단체들을 지정하기로 방침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각종 단체 추천 연수생제도의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고용허가제마저 연수생제도처럼 인권유린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은 “비인간적인 인권침해가 연수생제도 하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형태의 연구생제도를 즉각 철폐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과 같이 대기업과 거대은행이 강제적 적금 운용과 적금 인출 거부 등의 행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것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수생에 대한 강제예치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된 초기부터 빈번히 발생된 문제로, 그 심각성으로 인해 99년 공식 폐지됐다. 그러나 강제예치 사례가 지속, 빈번하게 발생하자 기업들은 2001년 기업의 임금거부 철폐의 공식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금감원은 2002년 강제예치금은 불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