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댓글 게시판에서는, 기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각종 홍보글과 특정 이슈에 대한 선동과 호소를 주제로 한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황우석 박사와 관련된 댓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한동안 댓글 게시판에서는 기사의 취지나 소재와는 전혀 상관없는 ‘황우석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예는 자연스럽게 영화리뷰 게시판에도 나타난다. 대중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길을 인터넷이 열어놓으면서, 평론가의 입김은 약화됐다. 또한 포털 영화코너의 리뷰게시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홍보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 만큼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영화에 대한 홍보를 시도할 수 있는 곳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리뷰 게시판은 영화 홍보의 장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본 감상을 솔직하게 펼쳐나가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른 영화에 대한 의견제기는 일체 없이, 특정 영화에 대한 찬양이나 무책임한 비난만 일삼는 일부 네티즌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사나 홍보 대행사 측에서 리뷰 게시판이나 평점 코너에 소위 ‘알바’를 풀어 찬양 일색의 리뷰를 남겨 평점 조작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일들은 영화코너를 자주 찾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로 통한다.
그런데 최근 포털 사이트의 영화 리뷰 게시판에서, 지난 1월 25일에 개봉한 <최강 로맨스>에 다수의 알바가 포진해 평점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네티즌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 <최강 로맨스>, 영화 평점 조작 의혹? 네이버 아이디 ‘ppaphoto’는 영화 <중천> 제작사 측의 예매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평점 코너에서 ‘알바’를 시도하는 듯한 네티즌들의 아이디를 일일이 열거해 논쟁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그가 지난 1일 영화리뷰 게시판에서 <최강 로맨스>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을 시도해 흥미를 끌었다. 그는 <최강 로맨스> 측의 평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설득력 있는 사진 자료까지 제시했는데, 그가 주장하는 ‘평점 조작 주도 세력’은 <최강 로맨스>의 제작사와 주연배우 이동욱의 팬 카페 회원들이다. 위의 예시 자료를 보자. 사진 자료만 봤을 때는, 제작사 측이 ‘누군가’에게 주요 포털사이트와 영화전문지 사이트 곳곳에 ‘호의적인 리뷰’와 ‘검색순위 상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부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댓글 게시판 상에서 거론되는 알바는 돈을 받고 활동한다는 의미 외에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여론 조작이나 일방적인 홍보를 시도한다’는 의미도 있다. 거기다 열성적으로 홍보에 나선 이동욱 팬 카페 회원들은 마치 언론사 홈페이지의 설문조사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ppaphoto’는 이 증거 사진들을 제시하면서, “영화가 재미없다는 주장을 앞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제작사나 특정 팬카페 회원 측의 평점 조작 시도로 영화가 무척 재밌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면서 관객을 속이는 비양심적인 행위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평점 코너와 리뷰 게시판의 의미는 유명무실해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 ‘ppaphoto’의 글을 봤다는 <최강 로맨스> 제작자 화인웍스 홍보 담당자는 ‘ppaphoto’가 “영화제작사에서 팬클럽에 돌렸다”고 주장한 ‘영화사의 협조요청문’에 대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이들이 서로를 독려하기 위한 내부문건이었을 뿐, 절대로 팬 카페와 같은 외부공간에 유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욱 팬카페는 자발적으로 영화 홍보에 나섰을 뿐, 영화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알바 논쟁’의 중심에 선 ‘이동욱 팬카페’ <최강 로맨스> ‘알바 논쟁’의 중심에 선 이들은 이동욱 팬카페의 회원이다. 이동욱 팬카페 회원들은 회원 아닌 타인이 봤을 경우에 ‘여론 조작’으로 보일 수도 있는 오해를 만들고 있다. 실제 각종 포털사이트와 언론 설문조사에서 집단적인 몰표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렇듯 이동욱 팬카페 회원들의 ‘적극적인 홍보’는 다소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아쉽게 느껴진다. 팬으로서, 스타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정말로 <최강로맨스>가 최고의 영화가 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동안 10대 소녀들의 스타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이유는, ‘추종만 있을 뿐, 비판은 없다’는 측면과 ‘타인의 다른 취향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였다. 스타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스타가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팬이라면 누구나 바랄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일수록 더욱 냉정한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해 접근하는 비판적인 안목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과연 스타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차분함일 것이다. 하지만 팬카페 상에서 그들이 보인 모습은, 아쉽게도 이상적인 스타 사랑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곳곳에 영화를 홍보하려는 움직임은 ‘열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영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투표를 하는 공간에서, 몰표를 시도하거나, 인위적인 평점 주기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작 스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 흥행 대박, ‘알바’로 불가능…관객은 진실 더 원해 ‘알바 의혹’이나, ‘평점 조작 의혹’은 <최강 로맨스>에서만 거론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화 리뷰 게시판과 평점 코너에 ‘알바’들이 포진해 있다는 설은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알바 논쟁’이 지겨운 나머지, ‘알바’라는 말 자체를 사용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인터넷의 어두운 단면이 사용자의 수가 늘어나고 보편화의 정도가 더욱 깊어지면서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나 익명성을 오용하는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어, 인터넷 실명제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인터넷을 즐기기 위해서는, ‘악플’ 말고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 영화의 흥행 대박은 ‘알바’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늘 그래왔지만, 흥행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영화를 실제로 감상하는 관객이며, 관객은 그들이 납득할 만한 재미와 작품성 있는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박형준(영화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