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대선’ 전망, 대선후보들 ‘UCC를 잡아야 한다’

인터넷 세상을 강타하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 사용자제작콘텐츠)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연예인들의 실수 등을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서는 사회 각층의 다양한 문화를 담아내며 하나의 거대한 ‘문화 생성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UCC는 이미 인터넷 포털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최근에 들어 방송사와 통신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그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UCC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UCC 대선’이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UCC가 1위로 꼽히고 있다. 서강대학교 현대원 교수(커뮤니케이션 학부)는 “매체의 진화가 선거캠페인의 본질을 바꿔놓고 있다”며, “신문매체의 절대적 위력이 두드러졌던 1992년 대선을 시작으로 1997년의 TV 대선, 그리고 2002년의 인터넷 대선에 이르는 역사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2007년 대선 역시 인터넷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특히 포털 미디어의 역할 증대와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과 같은 개인 미디어의 확장, 그리고 웹2.0과 UCC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영상 UCC 전문사이트 유튜브닷컴(www.youtube.com)을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고, 2006년 최고의 인물로 UCC를 만들고 이용하는 ‘You(네티즌)’를 꼽기도 했다. 특히 이 부분의 쟁점들이 정치캠페인과 연결될 때, 그 복잡성과 심각성은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되기에 충분하다. 실제 2006년 미 중간 선거 당시, 상대 후보의 유세 활동을 낱낱이 찍어 유튜브에 공개하는 일종의 ‘동영상 캠페인’이 유행했고, 미 CNN 방송은 이를 두고 “불과 2002년 대선 때까진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 구도의 대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국회의원은 관련 동영상 UCC의 유포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대선 후보들 “UCC 못잡으면 대선 포기해야” 이에 대선 후보를 비롯, 정치권에서는 막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갖는 UCC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후보진영뿐 아니라 각 후보 지지들 간에도 UCC를 통해 지지와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 ‘UCC 대선’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파괴력에 긴장한 국내 대선 예비 주자들이 발빠르게 ‘UCC 대선’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 상태이다. 각 대선 후보진영에서는 벌써부터 미니 홈피와 블로그, UCC 등을 활용해 네티즌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명빡이’ ‘꼭지점 댄스’ 등의 동영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피아노 치는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민심 대장정’이 UCC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지난 1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UCC를 활용한 대통령 선거전략 설명회’에는 유력 대선 후보 캠프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UCC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관심은 홍보에 유리한 UCC사이트 주소를 배정 받기 위한 추첨 경쟁까지 해야 하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UCC사이트 ‘판도라TV’가 최근 여야 대선 주자 등 정치인 15명에게 개인 채널 번호를 나눠주는 추첨행사를 한 당시, 국민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골드채널’을 희망하는 주자가 많아 추첨까지 해야 했던 것. 실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 중에 인터넷의 효과적인 이용이 들어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전문가들은 2002년 ‘인터넷 대선’이 2차원 형태의 텍스트 문화를 발전시켰다면 2007년 ‘UCC 대선’은 3차원 형태의 동영상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 각 기관, 대선 앞두고 UCC 대응책 고심 이에 선관위와 정통부·검찰 등 정부기관도 ‘UCC’ 확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처리에 있어 엄정한 중립성을 견지하면서 대선 후보 경선 전부터 선거전담반을 편성·운영하고, 흑색선전 및 UCC를 이용한 선거범죄 등 새로운 유형의 선거사범 등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UCC를 통한 선거운동 규제가 관련 법규 미비 등으로 혼선을 빚자 UCC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운용키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는 올해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른 UCC 등 인터넷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하고 단속할 UCC 대책 상황실과 디지털 수사팀을 설치해 본격 가동키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UCC 활용 불법선거운동 등 ‘사이버 선거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발표한 2007년 업무계획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미 ‘사이버 선거범죄 대책본부’를 서울중앙지검 안에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대책본부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본부장으로, 첨단범죄수사부 부장검사와 검사들이 참여한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오는 5월까지 대선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경선 전까지 선거전담반을 편성해 선거전담 부장검사회의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UCC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식별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온라인상에서 동영상이나 텍스트 파일·사진 등에 고유한 식별번호인 ‘디지털콘텐츠 식별체계’(UCI)를 부여, 이용자들이 등록된 식별번호에 따라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 “선거운동 아닌 UCC물 상시 허용할 방침”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UCC의 운용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 대선을 앞두고 과다규제 논란을 빚고 있는 UCC 동영상을 비롯한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24일 19세 이하의 이용자들이 제작하는 선거관련 UCC를 강력히 제재하기 위해 발표했던 가이드라인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다. 선관위는 UCC의 대선 악영향을 우려해 성인의 경우에도 선거운동 기간 내에만 허용되고 특정 후보 지지나 반대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냈던 것.

하지만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인터넷 또는 UCC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적용의 실효성 의문 등의 문제에 직면한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13일 “온라인상의 단순한 지지 반대의 글이나 홍보성 UCC물 게시의 상시 허용안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며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측은 선거 UCC물과 인터넷상의 토론방 및 자유 게시판에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과 의사표시는 가능하지만, 특정 사이트 또는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UCC 동영상을 이용한 비방이나 허위사실유포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히 대처하는 한편, 인터넷 선거운동단속 특별팀을 구성해 사이버 검색을 강화하는 등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이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선관위는 단속위주의 활동보다는 예방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사무차장은 지난 6일 “이번 대선에서는 예비대선주자들의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관련, “UCC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합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이와 관련한 지속적인 예방·홍보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UCC 어디까지 합법일지 선관위도 ‘갸우뚱’ 포털들도 복잡해진 선거법 유권해석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선관위 관계자 초청 좌담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대선 UCC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달 17일과 18일 최근 선거법과 관련해 뉴스편집자 및 서비스관리자를 위해 선관위 전문가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SK컴즈 관계자는 “포털이 선관위 직원을 초청해 선거법교육을 받은 것도 이색적이지만, 좌담회에서는 새로운 인터넷 트렌드나 기술에 선거법이 적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고 밝혔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포털뉴스·네티즌 동영상·게시물·댓글 등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선관위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현 규정에 따라, 이와 관련된 동영상을 만들 수 없다. 19살 이상 네티즌도 법정 선거운동기간인 23일간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동영상이 허위사실이나 비방을 포함하면 안된다. 이에 송봉섭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팀장은 “이번 대선이 ‘UCC 선거’가 되겠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10대 미성년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없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효과음(야유·환호·음악)이나 자막의 짜깁기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 허위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은 포털과 언론사닷컴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동영상이 네티즌 추천방식에 의해 자동으로 메인화면에 노출될 경우 선거운동으로 봐야하는지 등은 아직 선관위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RSS의 허용 범위에 관해서도 중앙선관위는 유권해석을 미뤘다.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선거 관련 UCC 만들면 불법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특정 후보의 사이트로 갈수있는 링크배너를 달아놓는 것도 선거운동 기간에만 적법하다. 댓글 실명제는 이번 대선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정치기사 및 선거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사이트에 실명제를 적용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또 포털뉴스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의해 언론사처럼 규제를 받게 된다. 역시 강사로 참가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안명규 심의팀장은 “여러 후보를 동시에 다룬 기사에 후보 1~2명의 사진만 붙였다면 불공정보도에 해당되고, 이 기사를 유통한 포털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대선을 앞두고 뉴스편집자나 게시판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선거법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대선편집가이드를 만들어 공표하고, 뉴스편집에서 이를 지키는지를 외부 모니터단체인 미디어책무위원회(위원장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가 모니터할 방침이다. 미디어책무위원들은 “선거법을 알아야 뉴스편집이 공정한지를 모니터할 수 있다”며 이번 선거법 교육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이버 관련 선거법 주요내용을 설명하며, 적법한 사례와 위법사례에 대한 사안별 예시사항을 발표했다. 윤석근 법규해석과장은 △허위사실, 비방·흑색선전 금지 △선거운동정보전송시 유의사항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광고 △위법게시물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해 선거법이 UCC와 관련해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으로 단순한 의견개진과 사전선거운동의 판단기준과 패러디물의 선거법위반여부 판단기준, 사전선거운동죄와 후보자비방죄의 관계, UCC물의 제작행위와 퍼나르기의 관계 등이 선거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각 유형별 운용기준을 밝힌 것. 더불어 입후보예정자·후보자의 홈페이지, 정당의 홈페이지, 포털사이트·일반단체의 홈페이지, 개인블로그·팬클럽의 홈페이지 등에서의 허용사례와 적법·위법사례를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설명했다. ■“타율규제만으로는 UCC 못 따라가… 자율규제 접근 필요” 선관위를 비롯해 관련기관에서 UCC 확산에 따른 대응과 규제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존의 ‘규제’ 중심의 접근은 폭발적인 가공성을 자랑하는 UCC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UCC가 ‘네거티브 캠페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UCC의 가공성과 전파성은 유권자의 감성에 즉각 전달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 수단으로 떠오를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현재 누리꾼의 자발적인 의사표시와 정치 집단의 인터넷 콘텐츠 유포행위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모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누리꾼 사이에 선거법 위반 등의 유권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학교 현대원 교수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복잡성은 기존의 타율규제 시스템의 효율성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자율규제적 접근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미 유비쿼터스 시대에서는 타율규제의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으며, 웹 2.0 또는 UCC로 대변되는 이용자에 의한 콘텐츠 생산이 보편화되는 진화의 방향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UCC와 관련된 자율규제 시스템은 사업자의 중심축인 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그리고 또 다른 주체인 국회와 정당, 그리고 중앙선관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율규제 협의회’를 통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