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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쾌·상쾌·통쾌 정치인’ 노회찬 의원

민주노동당 집권 가능성이 열린우리당보다 높아…
찬바람불면 조정국면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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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호 ⁄ 2007.07.03 11:46:01

“오십년 된 불판을 바꿔야 한다.” 이 말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들고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발언이다. 노회찬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였다. 노회찬 의원은 하마터면 배지를 달지 못할 뻔했지만, 당시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이 비례대표 배출에 필요한 전국 3% 득표에 실패하면서, 여의도 1번지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충실한 보도자료와 의정활동’을 대표하는 몇 안되는 의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또 입담이 대단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치인이다. 발군의 순발력과 재치있는 어휘 구사는 노 의원만의 트레이드마크기도 하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2월 11일 민주노동당 당대회 직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진보적 가치를 대변하는 후보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게 노회찬 의원과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그런 노회찬 의원을 지난 2월 14일 일명 ‘화이트데이’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대선출마의 이유와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이 열린우리당보다 높다” ▷이번에 출마하시는데,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 민주노동당에서 출마하는 것은 진보세력 안에서의 전략적 포석이 아니냐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 최근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99%이고 열린우리당 집권 가능성이 1%라고 얘기했는데, 열린우리당의 집권 가능성보다는 민주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모든 선거는 당선되려고 나가는 것이다. 다만 민주노동당이 현재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에 비해서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것은 냉정한 현실로서 인정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없다거나 당선 가능성과는 무관한 목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희들 목표는 3강 구도다. 97년 이래로 양강 구도로 대선이 치러져 왔는데, 87년 대선은 3강이었다. 저희는 이제 과거와 같은 지역구도가 형성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현재 우리의 경제 문제, 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사회양극화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저희는 보고 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면에서 3강 구도가 가능하고 그 속에서 한 번 해볼만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고,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세금폭탄 주장에 동조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에 포함돼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운동 자체가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 민주노동당 창당 자체가 그런 것을 여러 목표 중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제가 어제 경상북도 상주에 갔었다. 전형적인 경북 농촌이다. 그 자리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지역에서 누가 한나라당을 찍어줬느냐, 바로 여러분과 같은 노동자·농민이다. 그걸 되찾아오겠다. 다른 당에서 되찾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확실하게 막기 위해서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만큼 과격한 일이 있었는가”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 일견 과격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 경제명령권’까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과격한 부분이 사실은 대중과 유리될 수 있는 부분으로도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내부적으로 전략적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과 비슷한 반사적인 구호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부유층과 대기업 등으로부터 20조의 세금을 거둬서 빈곤층에게 연 300만 원씩 나눠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갑자기 만들었거나 과격해 보이려고 만든 것도 아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구호를 저희가 지난 총선에서 내세웠을 때, 상당히 반응이 괜찮았다. 이걸 구체화한 것이다. 긴급명령권은 사실 금융실명제 실시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번 쓴 것이다. 그리고 제가 대 통령에 당선되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한 공약인데,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 과격한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만큼 과격한 일이 있었는가. 세상에 어떻게 그런 아웃사이더가 당선됐는가.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역사의 쾌거’라고 봤던 것이다. 저도 그 이후에 일을 잘했던 못했던, 당선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역사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까지 과격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집권을 가정하고 생각한다면, 보수적인 저항이나 반동 같은 부분에 대해서, 예를 들어 조세저항이나 입법기관의 다수의 문제와 보수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 때보다 참여정부에 와서 기득권층의 저항이 더 심해진 이유는 김대중 보다 노무현의 정책이 더 강해서가 아니라, 김대중 때는 그래도 몇 십 년 동안 대통령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뒤늦게 된 것인데,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오면서 드디어 이것이 새로운 조류가 되는, 낡은 기득권 질서가 해체되는 것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반동은 사회 전반적이지 않고, 특히 하층은 반동적이지 않다고 본다. 상층이 주로 그런 것이다. 아직까지는 권력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언론파워, 여론조성 등을 가지고 계속 저항하는 것이다. 시청 앞에 태극기를 들고 와서 데모하는 분들의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그것을 가지고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에게 저는, ‘원래 데모는 소수파가 하는 것이다. 저 사람들은 과거에는 데모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저들은 이제 소수파로 몰리기 때문에 데모하러 나오는 것이다’고 말해준다. 어찌 보면, 당장은 저런 대립 때문에 우리가 피해보는 부분도 있지만, 대세로서 흘러가고 있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반동적인 경향들, 심지어 일해공원도 터져 나오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대단히 엄중하게 대응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찬바람 불면 한나라당에 대한 조정국면 있을 것” ▷아주 집요한 저항을 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참여정부에게 썼던 레토릭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진보 진영이 참여정부에게 쓰고 있는 레토릭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 진보진영에 민주노동당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데, 제가 보기에는 반동적 경향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일련의 흐름이 있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진정한 힘은 이들이 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역대 후보보다도 서민들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더 어려워지면서 반발감이 생긴 것이다. 이들의 반발감을 가장 먼저 수용해내고 견인해간 것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바로 이 부분을 둘러싼 싸움이다. 한나라당이 이 부분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우리가 가서 데려오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현재 집권 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이니까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고, 어찌 보면 생활에 불만이 있는 중간층과 하층을 한나라당과 진보 양쪽에서 데려가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까 현실에 대한 진단이나 비판이 비슷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끌고 가려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사람들이 악성인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게, 이 분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면서도 다음 정권은 진보정권이 돼야 한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진보는 다시는 안 본다’는 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안은 아니다. ‘제대로 일 잘하는 노무현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면, 한나라당에 대한 조정국면이 본격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만 가지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기정사실화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바꿔낼 수 있고, 부족하나마 아직 시간도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끌고 가려는 것은 저임금·장시간노동의 구로공단” ▷우리가 늘 듣는 언론은 일종의 ‘주술’을 건다. ‘분배하자는 것은 부자들 돈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 아니냐’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 5% 성장인데 OECD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성장이다. 그러나 가만히 놔두면 그것도 힘들다.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분발해야 한다. 5%만 유지되면, 적정 성장 규모라고 본다. 어떤 분들은 7% 성장을 말하는데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다. 5%인데 과거에는 1% 성장하면 일자리가 40만개가 생겼는데, 지금은 10만개도 안생긴다. 지금의 성장은 과거 성장과 다르다. 우리 내부에 뭔가 암이 생긴 것이다.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하지 않고 키가 7cm 더 크면 뭐 하는가. 중학생들이 이제는 수업료를 안내니까 53만 원 가량 부담이 줄었다. 앉아서 53만 원의 임금인상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만큼의 구매력이 더 생긴 것이다. 이게 10만 명이면 530억이다. 복지에 쓰인 돈은 그만큼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유통단계마다 매출비용을 높여주고 최종적으로는 노동비용을 높인다는 것이다. 저희는 불쌍한 사람 돕자는 게 아니라, 구매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서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런 식으로 해결해야지 모든 것을 세금으로 때려 박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다. 약 36%인데 경쟁국과 비교해도 세 배 이상이다. 한편 중소기업 중에 이미 사양화를 걷고 있는 산업이 정상적인 구조조정이 안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요한 말이다. 자영업 줄여야 한다. 과도하게 많다 보니까 서로 경쟁이 심하고, 다른 나라가면 오후 7시에 문을 닫아도 먹고 사는데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새벽까지 일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연구조조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 부분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공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의 사양 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 한계 기업들을 억지로 살리는 것에 정부가 지원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냉혹하게 없어져야 한다. 저는 구로디지털단지에 갔을 때 한국경제의 미래를 봤다. 과거의 구로공단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디지털단지로 바뀌었다. 공장인지 레스토랑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거기는 30%가 제조업이고 70%가 IT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끌고 가려는 세상은 바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구로공단이고, 우리가 가려는 세상은 서울디지털단지다.” ▷짤막한 인물평을 부탁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제가 신세를 많이 진 분이다. 그 분 아버님 때문에 이 운동의 길에 나서서 지금의 노회찬이 있게 됐다.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맹장이고, 민주노동당이 배출한 보석이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창당 동지이자 지금도 존경하는 선배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소신 있고 거리낌 없는 보수정치인이자 봉건주의자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벼랑 끝에 핀 한 떨기 꽃이다. 돋보이고 약간 위태롭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제가 오랜 후배인데, ‘힘내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오늘의 저를 있게 한 분이다. 이런 분 때문에 제가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본인에게는 가혹한 말이지만, 노무현 정부 하에서 각료를 지낸 분들은 대선 출마를 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저는 진심으로 취임 1주년 때 ‘당선된 것 말고는 잘한 게 없다’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남은 임기도 충분히 길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동안 잘 하셔서 떠날 때 박수 받고 떠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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