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서 올라와 지난 10일 오후 집회에 참가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리려고 했지만 ‘한미FTA 반대집회로 무정차 통과한다’는 방송을 듣고 결국 종각역에서 내려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기자들이 촬영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시위에 참여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경찰들이 밀어붙였고 떠밀려 넘어졌다. 일어나려 하는 순간에 경찰 방패와 곤봉으로 머리와 몸을 맞았고 아직도 그 멍이 남아있다. 경찰들의 곤봉과 방패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전경들은 “야 죽여, 야 죽여” 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장 지휘자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지시만 받았을 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한미FTA에 찬성하는 여론만 들을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에 찬성하는 달콤한 말만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 선지영 경기복지시민연대 활동가 ■ 인권단체, ‘사과’ 아닌 ‘사퇴’해야 경찰이 한미FTA 저지 집회에 참가했던 집회참가자와 일부 취재기자들에게도 폭력을 자행한 것과 관련, 인권단체들은 지난 13일 경찰청장의 ‘값싼 사과’가 아닌 퇴진으로 사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경찰은 아무런 무기도 없고 저항도 하지 않았던 여성들을 곤봉과 방패로 쳤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3월 10일 벌어진 경찰 폭력은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려는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던 정부와 경찰의 조직적인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일방적으로 모든 시위와 집회를 금지하고 법을 어기고 집회를 하라며 불법시위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10일 벌어진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사과를 듣고 싶지 않다. 부끄러운 줄 알면 당장 퇴진하라”며 경찰청장 퇴진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이택순 경찰청장이 12일 취재기자들에 대한 폭행에 관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집회 참가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 경찰의 도를 넘어선 월권행위를 고발한다 지난 10일 한미FTA 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 폭력은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벌어졌던 우발적인 충돌의 수준을 넘어서, 한미FTA 체결을 강행하는 정부의 암묵적 동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집회에서 전경들도 젊은 혈기를 못 누르고 시위대에 폭력을 쓰고 시위대 역시 토끼몰이식 연행에 흥분해 우발적 충돌이 종종 일어나긴 하지만 10일 상황은 이전과는 뚜렷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집회를 통제하는 도를 넘어섰고 우발적 충돌이 아닌 조직적인 폭력이었다”며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경찰의 태도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심지어 살의도 섞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
그는 “3월 10일 집회는 한미FTA 막바지에 달하면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려는 평화적인 집회였다”면서 “그런데도 경찰은 과거 폭력사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금지했다”고 말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이어 “전경 개인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방패를 세로로 들고 시위대에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린 지휘자가 있다. 조직적으로 지시받는 것을 목격했다. 인권단체에서 경찰청장의 퇴진을 거론하는 초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손상열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대응팀 팀장은 “과거 국가보안법이 민중의 목소리를 옭아매는 수단이었다면 이젠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집시법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집시법 전면개정이나 폐지를 위한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택순 경찰청장, 홍영기 서울지방경찰청장, 김동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1001부대 부대장에 대해 지난 10일 한미FTA 집회를 금지 통보하는 직권남용과 집회참가자들과 취재기자들에게 폭행한 책임을 물어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