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섬뜩한 아름다움 - 르네 마그리트展

  •  

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8:58

아마도 조급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못 보게 되리라는 불안감이 쌀쌀한 날씨의 덕수궁 길을 걷게 했고, 토요일 오후의 가장 번잡한 황금관람시간에 미술관을 들어서게 만들었던 것은요. 1898년 벨기에 출신,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가지는 유명세(초현실주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너무나 혼잡해서 줄을 서서 천천히 앞 사람의 뒤를 따라 작품을 감상해야 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전시장소가 가지는 공간 배치성·조명·음악·사람들의 움직임까지 감상 포인트에 두는데, 그런 것은 처음부터 기대도 못했죠. 모든 위대한 예술작품이 그렇듯 마그리트의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음악(비틀즈),회사로그(애플레코드사),영화(메트릭스),백화점 광고(신세계),대학입시(논술)등으로 다양한 사회·교육·문화 등에서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잡지나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보다가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을 통해 좀 더 알고 가게 되었지요. 낮과 밤이 공존하는 그림 ‘빛의 제국’이 책표지부터 주제까지 넘나들고 결합하고 변형되어 문자 예술로 재탄생합니다. 특히 요즘 많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독립적인 별개의 문화에서 혼합된 문화 간의 교류를 말하여 줍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진중권·김연수·정이현 등이 르네의 그림을 그들의 작품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그림(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품에 우리의 어떤 의도를 담는 것 아닐까요? 일종의 의미 부여겠지요. 어쩌면 그것은 계속해서 문화적 훈련을 받은, 일종의 인공적인 장치에 불과합니다. 르네의 그림은 그런 세련됨을 과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이 있었지요. 그 스스로가 자신은 고대(과거)와도 현대(미래)와의 미술과도 단절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 어떤 예술작품 세계에도 빚지지 않았다는 그의 작품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섬뜩함 같은 것입니다. 우리들의 무의식과 꿈이 그런 모습일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초현실주의라는 독특함을 넘어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깨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사물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장소에 크기와 모양이 변형되어 존재하고, 이미지가 중첩되어 전혀 다른 효과를 내고 있지요. 바닷가에 서있는 사람들의 목이 없어지고 머리가 옷걸이처럼 변형되어 있고, 여인의 몸에 수없이 드러난 호랑이 무늬, 목이 잘려 나는 거북을 쫓는 어색한 사람들, 풀이 연결되어 독수리의 몸으로 변형되어 버린 보물섬, 한방을 꽉 채운 사과, 물고기가 거꾸로 서있는 방안, 넓은 들 위에 구름담긴 와인잔, 뿌리가 달린 성 등 희화적이기도 하고 그로데스크적이기도 합니다. 모순되고 몽환적이고 신비스런 그림들로 차차 낯선 충격에 익숙해져 갑니다. 아마추어 감상자가 봐도 알 수 있는 사물과 사물의 만날 수 없는 것들의 만남, 이 이상한 만남은 그림의 시적인 제목에서도 선명히 드러납니다. 강렬한 색채나 비현실적인 대상배치로 엄청난 시각적인 효과가 처음으로 받은 충격이라면 다음으로는 작가가 추구하는 철학이 보이고요, 다음으로 탁월한 공간배치가 르네의 그림에 끌려들게 합니다. 작품설명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벨기에 침공으로 인한 작가의 불안과 공포가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의 눈을 깨고 인식을 뒤엎는 작가의 철저한 직업의식에서 작가에 대한 신뢰가 싹틉니다.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세계, 딱딱한 고체덩어리를 깨고 있는 작가의 끊임없는 작가정신이 보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드로잉 작품과 사진작가가 찍어준 사진, 마그리트가 직접 찍은 사진과 단편영화도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초현실적인 그림들과 만화풍의 우화적인 작품,포스터, 풍경 등 꽤나 많은 작품 감상이 가능합니다. 아, 제 4전시실에서 들었군요. 르네의 작품과 닮은 에릭사티의 ‘짐노페디.’ 저는 전시회를 보기 전 일부분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작품을 익히고 갔습니다. 그러나 워낙 섣불리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이래저래 말을 아끼지만 동행한 사람은 정말 처음으로 본 작품에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섬뜩한 아름다움, 아마도 오랫동안……. -김서연 칼럼니스트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